딸은 재산등록 제외·명함 배포는 가족만…시대착오 선거법

이유진 기자

호주제 폐지에도 전통적 가족관 답습…“법 개정 필요”

6·1 지방선거를 계기로 현행 공직선거법이 후보자의 결혼한 딸은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구시대적 가족관’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만들어 기존 제도 바깥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데 발맞춰 선거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후보자를 위한 선거사무안내서’에는 후보자 등록 신청 시 첨부할 서류에 대한 안내사항이 적혀 있다.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본인의 직계존비속의 부동산·동산 등 전 재산을 신고해야 하지만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자와 외증조부모, 외조부모,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는 제외’라는 내용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49조 제4항 제2호에 따른 것으로, 이 법 조항은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결혼한 딸’의 재산은 제외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근거로 만들었다. 부모와 아들, 손자녀는 재산등록 의무자로 규정하면서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과 외가 식구는 재산등록 의무자에서 제외한 이 조항을 두고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등에 온 가족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딸·외가를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권자에게 명함을 나눠줄 수 있는 주체를 후보자 가족으로 제한한 것도 ‘기혼자 중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본인 외에 후보자 명함을 주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한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가족이 없는 후보자는 선거운동에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명함 교부 주체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것은 “선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며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반대의견을 낸 이정미 재판관은 “선거 과열 방지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해 명함을 교부할 수 있는 사람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더라도 그 기준은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며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유무라는 기준이 후보자의 능력이나 선택과 무관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29일 통화에서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됐음에도 혼인한 여성은 출가외인이라는 낡은 개념이 개별법에 잔재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함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매번 문제 제기와 개선 촉구가 반복되는데, 이제는 실질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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