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바꿔주세요

전지현 기자

전세사기·이태원 참사·채 상병·교사 사망에…청년 4명, 2030 투표 독려 ‘대자보 릴레이’

<b>청년을 위해 청년이…“투표로 함께해주세요”</b>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세사기,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등 청년들의 문제를 알리고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대자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청년을 위해 청년이…“투표로 함께해주세요”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세사기,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등 청년들의 문제를 알리고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대자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어떤 죽음도 제대로 책임 안 져”
내달 첫주까지 대학들에 게시물
“총선서 ‘청년’은 실종” 문제의식

이철빈씨(31)는 일명 ‘빌라왕’ 김모씨의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사기 피해를 인지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1억원이 넘는 전세 대출금을 끌어안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인 그는 사회초년생·신혼부부에게 집중된 이 피해가 ‘청년 문제’임을 실감한다고 했다.

유정씨(27)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동생 연주씨를 잃었다. 159명의 희생자 중 74.8%(10대 13명, 20대 106명)가 10·20대였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신승환씨(25)는 2021년 5월 전역한 해병대 예비역이다. 대학생인 그는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채 상병 사망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그날 물살에 휩쓸리지 않았을 뿐 비슷한 하루를 겪은 군인이 한 명뿐이었겠나”라는 의문을 거두기 힘들다고 했다.

포포씨(24·활동명)는 교육대학교 졸업을 앞둔 예비 교사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2년 차 교사가 사망한 사건으로 공론화된 악성 민원 등 교권 문제는 그에게 곧 닥칠 미래다. 포포씨는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여전하다”고 했다.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 총선을 앞두고 네 명의 청년이 상처 입거나 세상을 등진 청년들을 호명했다. 네 사람은 ‘2030 유권자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지난 21일부터 청년 문제를 알리고 2030세대의 투표 독려를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제안취지문에서 “지금의 무능한 정치는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청년은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청년의 죽음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2030 유권자 네트워크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알리는 방법으로 ‘대자보’를 택했다. 사전투표가 있는 4월 첫주까지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여 고민을 나누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홍보할 계획이다. 이를 처음 제안한 이씨는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청년 문제가 조명되지 않고 다른 공약만 난무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청년의 문제를 바꾸기 위해선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자보를 준비했다”고 했다.

지난 21일에는 유씨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초입에서 참사 원인 규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썼다. 22일 포포씨는 ‘서초구 초등학교 사건 그 후, 우리는 교사도 학생도 죽지 않는 교실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신씨는 ‘누구나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는 대자보를 자신이 재학 중인 경북대학교에 붙였다.

이씨가 쓴 ‘전세사기 외면하는 F학점 국가’ 대자보까지 더해, 넉 장의 대자보가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함께 붙었다.

네 사람이 쓴 글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로 함께해달라”는 외침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함께하지 못한 신씨는 통화에서 “정치권은 젊은층에 무관심하다”며 “특정 당을 뽑자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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