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에 갇힌 정부, 말만 있고 행동 없다

이용욱 기자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비핵·개방·3000’이라는 현실성이 결여된 구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적극적인 대북 대화 추진, 북한의 잇단 대남 강경조치로 인해 내외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구체적 행동은 없이 말만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엇박자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 측과 협의해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낙관론만 내놓고 있다. “대화를 하자”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대북 삐라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원칙없는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정부는 뒤늦게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적극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반북 민간단체들의 삐라 살포를 막지 못했다. 단절 수준으로까지 경색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처하면서 일부 보수층의 반발 등 내부의 정치적 고려에 휘둘린 탓이다. 이렇다 보니 메시지의 일관성이 생길 리 없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뒤, 방미 중이던 16일 특파원 간담회에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상생 공영’을 이야기하면서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에서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예다.

대북정책의 엇나간 타이밍도 문제다. 북측이 남북관계 전면 중단을 시사하자, 군통신 자재·장비 지원을 발표하고,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키로 한 것 등이 사례다. 전형적인 ‘뒷북 대응’으로,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오바마 당선자의 등장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지난 10개월 동안 실패가 드러난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있다. 북한이 모든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 6·15와 10·4 선언에 대해 아직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용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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