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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밀인 회의록 불법 공개한 정문헌, 감옥에 보내야 한다”

강병한 기자

전 통일부 장관 “박 대통령이 안된다고 끊었어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4일 “국가 최고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 열람·공개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범법 행위를 물어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포럼 대표인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 의원의 행위는 범죄 중 범죄고, 국가 최소한의 기강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발언이 강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도 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인 이 전 장관은 북방한계선(NLL) 얘기가 나오자 격정적으로 반응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구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실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구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실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회의록 공개로 시끄러운데.

“대한민국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위기다. 대한민국이 만들어온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공동체의 합의된 원칙들이 집권세력에 의해 유린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게 나라냐. 어떤 경우에도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안되지만, 공개에 가깝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공동성명에 우리 측의 북핵 불용 주장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시 주석과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고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정말 그런지 중국에 물어봐야 한다. 물론 중국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조차 대화록은 공개해서는 안된다.”

-국회가 회의록 열람 요구안을 통과시킨 것도 문제 아닌가.

“국회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정상회담 전문을 다 공개하는 것은 국가의 기능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원문만 열람하고 그 이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국정원은 왜 공개했다고 보나.

“미스터리다. 전문 공개로 그들의 거짓만 드러났다. 집권세력의 기만적인 전술을 생각하면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답이다. 그런데 공개한 것은 왜곡된 발췌본과 밑에서 보고한 것만 믿고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공개를 결정한 남재준 국정원장 등 여권 수뇌부가 103쪽 전문을 다 읽었다고 확신도 못하겠다. 여권에서 욕심이 과했다. NLL을 갖고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고, 야권에 타격을 주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세력에 타격을 주려는 욕심이 과해서 자충수를 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를 몰랐을까.

“박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서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끊었어야 했다. 국정원장이 혼자 결정할 수 있을까,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된다. 국정원장이 무슨 결단력과 판단을 갖고 더구나 불법적 행위라는 걸 몰랐을 리도 없었을 텐데 혼자 결정할 수 있을까.”

-국정원 회의록 공개를 주도한 인사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뻔뻔하게 범법을 자행했다. 정문헌 의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 그의 주장이 대부분 허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무원을 지낸 사람이 그 신분에서 취득한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기밀을 누설한 것은 사실 아닌가. 서상기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했으니 사퇴해야 한다. 국정원은 보안의 최후 보루다. 그래서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 그들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공분해야 한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원칙들, 공동체의 룰이 흐릿하게 돼서 그렇다.”

-여권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지적 수준의 문제일 수 있다. 지적 수준이 국회의원이나 나라의 대표가 될 수준이 안된다. 참여정부의 NLL에 대한 입장은 내가 장관 시절인 2006년에 이미 아이디어가 나왔다. 장성급 회담에 대비해 만든 것이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등면적으로 평화수역을 만들자는 안이었다. 10·4 정상회담 합의문에도 NLL 변경이 없고, 합의문 이후 취해진 조치도 마찬가지다. 뭘 더 보여주어야 하나. 기껏해야 화법을 문제삼겠다는 것뿐이다.”

-야당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국민 과반수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본다.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감옥에 가야 할 사람과 국회를 떠나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7·4 남북공동선언 41주년이지만 남북관계는 안갯속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더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북한 문제는 지도자가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해 절제해서 다뤄야 한다. 지금은 야전 군인 출신들이 주도하면서 전체 국가전략 없이 임전무퇴형, 전투철학으로 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냉전식의 외교전을 하면서 기싸움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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