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셋·둘·하나…큰 폭발과 함께 갱도 입구로 바위 쏟아져”

풍계리 | 공동취재단·김재중 기자

기자단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입구 폐쇄·시설도 철거

5시간 걸쳐 진행…갱도 내부까지 파괴 여부는 미확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셋·둘·하나…큰 폭발과 함께 갱도 입구로 바위 쏟아져”

북한이 24일 진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밝힌 대로 연쇄적인 폭파 방식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이 모두 진행된 북한 핵개발의 주요 무대였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걸린 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17분까지 핵실험장 갱도와 부대시설을 차례로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러시아·영국 등 5개국 국제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2번 갱도 오른쪽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북한 군인 4명이 갱도와 관측소 폭파 준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강경호 부소장은 국제 기자단을 상대로 상세한 사전브리핑도 진행했다. 강 부소장은 “(핵실험장 폐기의) 마지막 행보는 모든 인원의 완전한 철수와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역의 최종적 폐쇄가 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강 부소장은 이어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복원은 불가능하다”면서 “풍계리 실험장 외에 다른 핵실험장이나 갱도는 북한에 없다”고 덧붙였다.

폐기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1시 직전 북측은 “촬영 준비됐나”라고 물었다. 기자단이 “준비됐다”고 답변하자 북측은 ‘3, 2, 1’ 센 뒤에 2번 갱도를 폭파했다.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입구에 있는 흙,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 갱도 입구 쪽에서 폭음이 들린 이후 안쪽으로 더 들어간 듯한 곳에서 두 번 정도 폭음이 울렸다. 15초 뒤 관측소가 폭파됐다.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었으며,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에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있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면서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했다. 큰 폭발이 있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밀려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폭발 당시 나무로 만든 관측소가 산산조각 났다고 체셔는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 외무성 공보를 인용해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파했고, 갱도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면서 “지상의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부대 건물 등을 철거했다. 또 경비인원과 연구원들을 철수시키고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히 폐쇄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모든 업무 조치를 마쳤다”면서 “이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투명하게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풍계리에 있는 갱도 4개 가운데 1차 핵실험에서 사용됐던 1번 갱도도 폐기 행사에 포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당시 방사능에 오염돼 이미 폐쇄됐기 때문에 이날 폭파가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갱도 입구를 중심으로 파괴했는지 갱도 내부 깊숙한 곳까지 완전히 파괴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 기자단은 행사를 취재한 뒤 다시 특별열차를 타고 출발했으며 25일 오전 6∼7시쯤 원산역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기자단은 원산에서 기사와 사진, 동영상 등을 송고한 다음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한 다음 해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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