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륙 관통…북, 미사일 2발 또 쐈다

정희완 기자

황해도서 동해로 450km…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한·미훈련 맹비난 성명 “새로운 길 모색할 수도”

미 국방 “과민반응 안 해, 대화의 문 열어놓을 것”

북한이 6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 2일 이후 나흘 만에 다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북한은 이날 한·미의 하반기 연합훈련 실시를 비난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 내륙 관통해 안정성 과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24분과 36분쯤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정점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로 파악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체의 비행 특성이 지난달 25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유사한 것으로 잠정 평가했다. KN-23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정점고도에 올라간 이후 하강하는 과정에서 풀업(Pull-up·급상승) 기동 등 요격 회피 움직임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최대 비행속도가 마하 6.9(시속 약 8445㎞)인 점도 합참이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한 근거이다.

다만 이번 발사체가 신형 400㎜ 방사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쏜 발사체가 KN-23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북한 매체들이 “신형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400㎜ 방사포인 WS-2D도 최대 사거리가 450㎞로 알려져 있다”며 방사포에 무게를 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발사체가 서쪽에 있는 황해남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됐다는 점이다. 발사체가 내륙을 관통해 비행한 것이다. 북한이 신형 무기체계의 안정성이나 완성도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발사 위치를 변경해 한·미 정보자산의 수집·분석 능력을 시험하고 감시망을 교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과일 지역에서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 연합훈련 맹비난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한·미는 지난 5일부터 연합 지휘소연습(CPX) 예비 단계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했다. 실제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두고 “새로운 조미(북·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6·12 조미공동성명과 (남북)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도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시험·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신형 무기체계 개발과 시험발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오는 20일까지 추가로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북·미 실무협상에 앞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체제 안전보장 문제를 요구하기 위한 대미 압박용으로도 풀이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도 이미 천명한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언급해 북·미 실무협상은 한·미 연합훈련 이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연이은 군사행동은 내부 결속 및 향후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본다”며 “남·북·미 모두 상황을 관리하는 정세”라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과민반응하지 않겠다”며 “평양과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 중인 ‘동맹’ 훈련에 대해 지금 단계로선 향후 연합군사훈련으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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