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쏠 수 있다’…북한, 다양한 미사일 발사 수단 과시

박은경 기자

‘열차 미사일’ 공개 이유는

‘옛 소련 방식’ 약점 있지만
각지 분산 발사 시스템 강조

“핵 운용 전략 다양화 시도”
“무기 체계 완성도 자신감”

북한이 지난 1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올 1월 8차 당대회 결정에 따라 새로 조직된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서 발사한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발사 수단 다양화, 신규 부대 편성·확대를 통해 미사일 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존재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첨단 무기화’를 강조해 온 북한이 기술면에서는 후퇴한 단계인 ‘철도 기동 방식’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고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당 비서가 훈련을 지도했다. 통신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8차 당대회 결정에 따라 조직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필요한 군사작전 상황 시 위협세력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집중타격 능력을 높이며 각종 위협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을 강력히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이 아닌 열차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체계를 개발해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열차 칸에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를 가로로 눕혀 이동한 후, 발사 지점에서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북한이 처음 공개한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옛 소련에서 개발해 운용한 발사체계와 유사하다. 철도는 전쟁 발발 시 파괴 대상 1호로 꼽히는 데다 경로가 노출돼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핵무력 고도화를 내세운 북한이 치명적 약점이 있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를 들고나온 배경은 발사수단 다양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EL 같은 차량 기반 이동, 잠수함을 이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철도 기동 기반 체계까지 갖춰 분산적 발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박 비서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 세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응 타격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TEL 발사시설을 갖추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고체연료화에도 성공한 북한이 굳이 수십 년 전 낙후된 방식으로 회귀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철도기동 방식으로 터널 안에 있다가 쏜다면 발사 전 탐지가 어렵지만, 철도는 경로가 노출된 데다 유사시 우선 타격대상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소위 핵 무장국인 북한이 핵운용 전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차원으로 본다”면서 “최대한 전략적으로 무기를 운용하기 위해 현지에 가장 잘 맞는 체계를 찾아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차륜형, 궤도형 차량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TEL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데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열차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남한보다 산악지대가 많지만 철도 총연장이 5296㎞(2019년 기준)로 남한(4087㎞)의 1.3배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기차에 실어 산속에서 발사하는 것은 무기체계의 완성도와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면서 “(탄도미사일) 마지막 전력화 단계에 와 있음을 과시한 것”고 했다.

북한은 옛 소련식 열차 발사 미사일 기술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우크라이나 당국이 미사일 기술들을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들을 검거했는데 이 중에는 열차에서 발사할 수 있는 RT-23 미사일 정보도 포함됐다고 CNN이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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