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실망 사이 요동친 남북관계…고비마다 ‘북핵’ 있었다

박은경 기자

북한 김정은 통치 10년…롤러코스터 탄 한반도

희망·실망 사이 요동친 남북관계…고비마다 ‘북핵’ 있었다
<b>손잡은 남북 정상과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b>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남측 지역으로 손을 잡고 넘어오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2020년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그 여파로 사무소 인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유리창이 산산조각나고 있다(아래). 서성일 기자·뉴스1

손잡은 남북 정상과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남측 지역으로 손을 잡고 넘어오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2020년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그 여파로 사무소 인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유리창이 산산조각나고 있다(아래). 서성일 기자·뉴스1

북 4차 핵실험에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로 맞서
문재인 정부 들어 평창 올림픽 계기로 한반도 봄날 기대
2차 북·미 정상회담 ‘노딜’로 남북관계도 다시 교착상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희망과 실망 사이에서 크게 흔들렸다. 김 위원장이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에서 남측으로 함께 땅을 밟으며 건너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모습은 ‘남북 훈풍’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북한이 2년 만에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자 “변한 게 없다”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는 희망과 실망, 기대와 우려라는 구간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왔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27세에 3대 세습을 한 ‘김정은 시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긍정과 부정적 관측이 엇갈리는 사이,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년여 만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취임을 2주 정도 남겨두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정권교체기에 도발한 것은 정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냉각됐다.

김정은 시대 초반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였다. 2014년 2월 이산가족상봉으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졌다가 북한 소형 무인기 추락 사건으로 불과 한 달여 만에 사그라들었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과 서부전선 포격사건에 이어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로 높아진 긴장감은 남북 간 8·25합의로 해소됐다.

긴장과 해소를 오가던 남북관계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으로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섰고, 북한은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에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곧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린 계기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나왔다. 그는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남북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했고, 북한은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냈다. 2018년 한 해에만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렸고, 그사이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봄날이 이어졌다.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남북대화도 소강상태가 됐다. 불씨를 살려보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해 7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동이 이뤄지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북핵 협상의 물꼬가 되지 않을까 기대됐다. 한반도 정세가 교착되고,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외부 세계를 향한 문을 걸어잠갔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하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인 공동연락사무소도 언제든 없앨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김정은 시대 북한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실망감도 퍼졌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나쁘지 않다면서도 적대시 정책 철회와 이중잣대 철회라는 실현이 어려운 선결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유일지배 체제를 완성하고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이는 실질적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 핵능력이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새로운 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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