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신형 ICBM 시스템 시험"…한국 새 정부 출범 앞두고 북미 긴장 고조되나

김유진 기자

한국 정부 교체기에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해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북·미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유럽과 동북아시아 두 지역에서 동시에 핵 관련 도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전화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 시간 기준 2월27일과 3월4일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새로운 ICBM 시스템과 연관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의 목적을 ‘정찰위성 개발’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ICBM 발사를 우주 활동으로 위장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이들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는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며, 두말할 나위 없이 역내 긴장을 높이고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실제로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발사를 감행하면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C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핵실험·ICBM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파기에 해당할 뿐 아니라, 미국에 즉각적인 안보 위협을 제기하는 사안이라 미국도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여전히 대북 외교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한국과 미국 및 관련국들의 대응 초점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제재·압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이날 신미국안보센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우리가 북한의 나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재 집행과 국제적 의무 준수(촉구)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11일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인물, 기관, 제3국 기업 등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다양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재무부 외 다른 부처들도 대북 제재 조치를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제재가 중국·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독자제재 및 동맹과의 공동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한 배경을 두고는 한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사전경고를 보낸 것이자 향후 동맹과의 대북 압박 공조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는 정보 공개 이유에 대해 “전략적 위험 감소를 우선시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추가 무기 개발에 반대하는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보를 공개하고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공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미국이 보인 행보와도 유사하다. 미국은 정보자산 노출 우려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침공시 유럽연합(EU) 등과 강력한 경제제재를 발동하겠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은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데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도에 반신반의하던 유럽 국가들을 설득해 ‘반러 전선’을 규합하는 데는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한국 정부 교체기를 틈타 2018년 4월 이후 3년10개월여만에 핵실험·ICBM 발사 유예 선언 파기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추가 대북제재와 한·미 대비태세·확장억제 강화→북한 반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유럽과 동북아시아 두 지역에서 동시에 치명적인 핵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닥뜨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새 ICBM의 등장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동시에 직면한 국가안보상의 도전들이 늘어났다”면서 “이 도전들 중 적어도 두 개가 예측불가능한 독재자들의 손에 든 핵무기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2.27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2.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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