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 레드라인 넘은 북…한반도 ‘파워 게임’ 격랑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북 모라토리엄 파기 파장

2년전 공개한 신형 ICBM 북한이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대에 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2년전 공개한 신형 ICBM 북한이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대에 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합참 “사거리 1080㎞ 이상·71분 비행…고각발사한 듯”
북, 핵보유국 지위 인정받고 미국과 핵군축 협상 의도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관측…주변국 대결구도도 심화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남측 정권교체기의 한반도 정세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인 데다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과 한·미 간 강경 대치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을 고각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는 고도 6200㎞ 이상, 사거리 1080㎞ 이상, 비행시간은 71분이라고 밝혔다. 정상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든다는 의미다. 2017년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때 발사한 화성-15형이 고도 4475㎞, 사거리 950㎞로 약 53분간 비행한 것을 감안하면 훨씬 더 진전된 성능을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발사는 정상각도 ICBM 발사를 앞두고 마지막 기술적 점검을 위한 시험발사로 관측된다.

이번 발사는 ‘미국 본토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핵미사일 개발’이라는 북한의 군사적 목표에 한발 다가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향상된 군사적 수단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진행하려는 게 북한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군이 동해상에서 합동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즉각적인 대응 군사조치를 취한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접고 윤 당선인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에 ICBM 발사 유예 선언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예고해왔다. 북한이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ICBM 발사를 감행함에 따라 한·미의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전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의 우선적 선택지는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이전 제재결의에서 규정한 추가 조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제2397호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을 명시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안보리 제재결의 2397호 이후 첫 ICBM 발사이므로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러시아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제재결의가 이뤄질지 지극히 불투명하다.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무산될 경우 미국은 독자적 대북 제재와 함께 전 세계 동맹·우호국들과의 연대를 통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압박에는 북한을 비호하고 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미 양자 차원의 대응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축소 시행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이전 규모로 정상화되고 실기동 훈련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경고와 미국의 한반도 방위 의지 과시를 위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등 핵억제력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경고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둘러싸고 한·미·일과 북·중 간 대결구도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 정세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계기로 열렸던 대화 국면 이전의 긴장 상태로 돌려놓은 것은 물론 미·중 갈등을 증폭시키고 한·중관계도 얼어붙게 만드는 연쇄적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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