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 확진자 수치까지 이례적 공개…남측 지원 수용 가능성은 낮아

박은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한 지 하루 만에 확산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발열증세 등으로 인한 격리자가 18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6명 발생했다. 4월 말부터 열병이 폭발적 전파됐다고 밝혔는데, 이미 대규모 확산의 시작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동지께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사령부 내 지휘실들을 돌아보고 전날부터 시행된 ‘최대비상방역체계’ 실태와 전파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12일 새벽 정치국 회의를 열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데 이어 사령부를 찾아 점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또 “5월 12일 하루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 확진자 1명도 포함됐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이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단위·생산단위·거주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발열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보급과 격리자 생활폐기물 관리를 강화하고, 코로나19 신속 대응을 위한 ‘신속 기동방역조’와 ‘신속 협의진단조’를 구성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3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대응책 마련을 위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사령부 방문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회의 발언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3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대응책 마련을 위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사령부 방문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회의 발언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확진자 인정 하루 만에 구체적 수치까지

북한이 전날 첫 확진자 발생을 발표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상세한 수치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 행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코로나19 확산 상태를 알려 한국이나 미국에 보건의료 지원의 명분을 제공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인도적 차원의 남북 간 방역 협력은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간 관련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고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남북 보건의료협력 명목으로 총 954억6000만원이 편성돼 있다고 밝혔다. 항목별로는 보건의료체계 지원(340억원), 질병통제체계 구축 지원(487억원), 의료인력 교육 지원(85억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지원(42억6000만원) 등이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취임 후 첫 화상 통화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하기로 했다.

당장 북한이 외부로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 보도도 외부지원 가능성보다 주민들의 협조와 방역전 승리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외부 지원 받을지는 미지수…북한식 방역 자신감 드러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은) 방역전의 장기화를 미리 예견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 대책들을 일관하게 취해왔다”며 “그 과정에 조선의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조선식의 독자적인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3개월간 유지된 ‘감염자 0’의 안정된 방역형세는 조선식 사회주의제도의 강인성을 보여줬다”면서 “조선(북한)이 벌리는 방역전의 인민적 성격은 변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실천을 통해 사회주의조선의 본태가 다시 검증될 것”이라며 체제 우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외부 지원을 요청하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에드윈 살바도르 평양사무소장은 북한 보건성 등과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으로부터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 같은 기조로 미뤄볼 때 윤 대통령의 제안을 포함한 남측의 지원 의사는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2일 오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치국회의, 오후에는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을 보면 대외기조가 변화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면서 “윤 대통령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외부 지원없이 2년3개월 간 방역 자력갱생을 해온 북한이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꿀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장비나 의료품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국제기구에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홍 실장은 “북한이 지금 정도의 확산 국면에서는 백신보다는 격리에 필요한 시설장비나 의료물품은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의 요구가 있다면 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방역 지원 계획 여부에 대해 “중국은 북한과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면서 “북한의 수요에 근거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