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적투쟁’ 내세운 김정은, 시계제로 한반도 정세

박은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권은 국권 수호의 문제”라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권은 국권 수호의 문제”라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권은 국권 수호의 문제”라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탄도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강경한 대남·대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8~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전했다. 회의 결론에서는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대적투쟁’의 대상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적투쟁은 북한의 대표적 대남전략이다. 북한이 남측을 겨냥해 대적투쟁을 거론한 것은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김여정 당 부부장은 남측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뒤 남북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해 12월말 제4차 전원회의 결론에서는 “북남관계와 대외사업에 부문에서 … ”라며 적시한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북남관계’ 대신 ‘대적투쟁’으로 바뀐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는 인식에 대한 ‘강대강’ 맞불 성격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며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 안전, 자위권을 명분으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도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5개년 계획의 주요 과업 중 하나가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핵무력·핵실험이나 한·미를 직접 겨냥한 자극적 언급은 없었다.

통일부는 이번 회의의 국방·대외 부문에 대해 “내부논의는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나 대외에는 비공개됐다”면서 “강경한 대남·대외 기조를 펼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 내용 및 후속 조치 동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대남·대미라인도 재정비했다.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이 새 외무상으로 임명됐다. 북한의 역대 외무상 중 여성은 처음이다.

최 외무상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북·미관계가 대립할 때마다 전면에 나서 비난 수위를 높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이 향후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군사적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강대강 외교전’으로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남통’으로 꼽히는 리선권 외무상이 대남문제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리선권은 남북관계 화해 시절이던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쪽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발언해 큰 비난을 사기도 했다. 대북 강경 기조인 윤석열 정부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 국정방향을 결정한 이번 회의에서는 조직문제와 올해 국가정책 중간 결산 및 대책, 코로나19 방역, 당 규약 개정 등이 논의됐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유례 없는 국난”이라면서도 “국가 방역사업이 돌발적인 중대 고비를 거쳐 봉쇄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봉쇄와 박멸 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약 1000명이 참석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하반기 국정방향과 관련해서는 농업과 경공업을 ‘급선무’로 제시했는데 이는 식량 및 생필품 부족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경제지도관리에서 새로운 변침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점으로 볼 때 내각보다 당에서 직접 경제 성과를 챙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강대강’ ‘대적투쟁’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인 12일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포를 여러 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우리 군은 오전 8시7분경부터 오전 11시3분경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 개의 항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날은 한·미·일 국방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3국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다음 날이기도 하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