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민심 제대로 읽고있나…공개질문에 대한 경향신문 입장

청와대가 6일 경향신문 6일자 1면 ‘도탄에 빠진 民生’, ‘승부에 빠진 盧心’ 두 기사를 문제삼았다. ‘하이에나식 행태’ ‘선동적 보도’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5개항의 공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경향신문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靑은 민심 제대로 읽고있나…공개질문에 대한 경향신문 입장

1 ‘대통령이 정치 올인에만 골몰하고, 국정 마무리를 외면한다’고 단정하는 증좌가 무엇인가. 출국 전에 쓴 편지 한 통만 갖고 순방 외교 중인 대통령 등 뒤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면 무식함의 발로이거나 감정적 비방이다.

=본지 1면 기사에서 다룬 것과 같이, 대통령은 임기 관련 언급을 한 국무회의에서나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부동산 가격 급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설명하거나 염려하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령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대신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형성되는 의제를 주목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공론화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순방 외교에 대해 지적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당원들에게 드리는 편지’가 공개된 결과 가장 상처를 입은 것은 순방외교이다. 편지가 공개된 지난 4일 노대통령은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 현안들을 논의해 일부 성과도 거둔 것으로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 민감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으로 그런 부분은 대부분 묻혔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할 몫이다.

편지글 공개가 낳을 해석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청와대가 무능한 것이고, 그 점을 알면서도 공개를 강행했다면 참모들이 오판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순방외교 돌입을 기점으로 당·청 갈등의 냉각기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편지글을 공개한 것은 여당의 의원 설문조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것이야말로 ‘정치 올인’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2 ‘대통령이 승부에 빠졌다’ 식의 표현은 객관적 보도기사가 아니라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수준의 ‘정치평론’이다.

=대통령은 편지글에서 “당의 진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도 당원으로서 책임있게 토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의 진로에 대해 상이한 시각이 있는 만큼,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을 포함한 당원들이 직접 판단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열린우리당 내 ‘당 사수파’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수없이 언급해 온 ‘당·정 분리’의 원칙을 깼다. 그리고 국가지도자가 아니라 여당 내 특정 정파의 수장 역할을 함으로써 정파 대립의 승자가 되려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을 ‘승부’라고 표현한 것이 과잉해석인가.

靑은 민심 제대로 읽고있나…공개질문에 대한 경향신문 입장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수준의 정치평론’이라고 지적했는데,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정치현안에 대해선 언급을 가급적 회피했으면 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청와대의 잘못을 비판하면 무조건 ‘보수세력 따라하기’로 간주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그토록 비판해온 ‘정쟁적 비난’에 다름아니다.

3 대통령의 편지가 정쟁을 부추긴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가. 당이 시끄럽다거나 의견이 갈리는 일이 생겼다는 표면적 현상을 놓고 ‘정쟁을 부추긴다’고 매도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집권 여당의 ‘수석 당원’이다. 대통령이 당 진로를 둘러싼 여당내 쟁투에서 (결과적이라 하더라도) 한쪽 편을 들었다면, 정쟁을 부추긴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대통령은 당의 평당원이지만 지도부보다 더 열렬한 당내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4 ‘임기 말을 조용히 지낸 두 전직 대통령과 대조된다’는 힐난은 전형적인 조·중·동 프레임에 해당 매체가 함몰돼 있음을 반증한다.

=본지 보도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타지에 대한 지적으로 생각한다.

5 ‘대통령이 정치에 올인하는 동안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고 했다. 도탄이라 함은 ‘진흙 수렁에 빠지고 숯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란 뜻으로, 고대 중국에선 천명사상을 내세워 정권을 무너뜨리려 할 때마다 자주 쓰이던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 4%는 OECD 30개국 중 7위이며 소비자물가도 올해 1~11월 중 2.4%대로 안정세다. 세계 11번째로 수출 3천억불을 돌파했다.

=본지는 1면 왼쪽에 ‘도탄에 빠진 민생’, 오른쪽에 ‘승부에 빠진 노심’이란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두 기사는 분명히 대비되는 성격이 있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도탄’의 뜻을 ‘진구렁에 빠지고 숯불에 탄다는 뜻으로, 몹시 곤궁하여 고통스러운 지경을 이르는 말’이라고 쓰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양극화 상황을 ‘몹시 곤궁하여 고통스러운 지경’으로 표현한 것이 과연 불합리한가. 특히 본지는 최근 ‘진보개혁의 위기’ 시리즈와 ‘겨울을 맞는 사람들’ 기획을 통해 빈곤에 허덕이는 서민층의 삶을 꾸준히 조명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도탄’은 서민들이 겪는 고통의 적절한 표현이다.

‘도탄’을 부인하며 근거로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수출성과 등의 경제 수치를 들었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의 국민이 가장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동산 가격 급등은 언급하지 않는가. 또한 ‘도탄에 빠진 민생’ 제하의 일용직 노동자 르포 기사는 ‘경제 수치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기사였다.

5 - 1 대통령의 지지가 낮다고 해서 대통령 비방을 흥행으로 삼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그 같은 행태는 하이에나의 속성을 연상시킨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국정 혼선 때문이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 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지 청와대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권력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정당한 역할 수행을 ‘하이에나 행태’라며 비방하는 것은 청와대의 민심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본지는 한·미 FTA 협상과 부동산 정책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져왔다. 이같은 보도자세는 대통령 지지율의 등락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 지지율이 낮지 않을 때도 본지의 이런 보도자세는 엄정하게 견지돼 왔다. 또한 본지의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전적으로 정책의 정당성 여부를 기준으로 할 뿐 정략적 판단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편집국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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