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구제역 방역은 국방”…당시 농림부 장관 글 화제

디지털뉴스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중앙대 교수가 지난 5일 <전남일보>에 기고한 구제역 방제 경험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지난 2000년 3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방제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김 전 장관의 글에 따르면 농림부는 당시 경기도 파주의 한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 사실을 확인하자 즉각 반경 500m 이내의 축사와 가축과 건초 등 모든 전염 매개물을 소각 또는 살처분했다.

2000년 구제역 첫 발생 당시 파주지역 방역에 힘쓰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0년 구제역 첫 발생 당시 파주지역 방역에 힘쓰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일지역 공직자와 순경들만으로는 파주로 통하는 초소 24곳을 철통같이 봉쇄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인정에 약한 토착 정서상 확산을 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농림부장관은 꼭두새벽에 국방부장관에게 통사정을 했다.

인간에게 에이즈처럼 무서운 구제역의 전파속도가 상상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이태전 있었던 대만 전역에 걸친 구제역 피해사례(400만 두 살처분)를 들어 군의 지원을 요청했고, 새벽 4시쯤 군이 동원됐다.

김 전 장관은 글에서 “그날 아침 구제역 발생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구제역 진압 사상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명지시를 내렸다. ‘방역은 기존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하고,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은 농민들의 기대 이상으로 파격적으로 행하라. 그래야 민관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부처는 합심하여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었다”고 적었다.

군까지 합심한 덕분에 초동진압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결국 여섯 번째로 경기 용인에서 구제역 발생이 멈췄고 살처분 가축은 모두 합쳐 2200마리에 그쳤다.

김 전 장관은 “한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세계에서 구제역 퇴치를 가장 성공적으로 진압한 모델국가로 인정받아 조기에 구제역 청정국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작금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번져만 가는 구제역 확산과 군 및 정부의 대응 경과를 지켜보면서 연전에 가신 김대중 대통령의 현명하고 과감한 지시가 새삼 그립게 떠오른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김 전 장관의 글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현재 100만마리의 살처분이 이뤄지는 가운데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현 정부의 방역 대책을 질타하고 있다.

군과의 합동 방역에 있어서 현 정부도 군 병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나 ‘찔끔 지원’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군에서도 협력해줘야 하지 않나”라는 언급을 한 뒤 육군은 지난해 30일부터 하루 평균 4400여명의 군 병력을 구제역 관련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주로 방역초소에 배치돼 있고 피해 농가를 직접 돕는 현장에는 적극 투입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때 ‘군이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대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하다. 그래서 일손 부족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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