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미필이군요” MB와 김문수지사 측 반응은?

정용인 기자

‘대한민국 5대 저격수’. 지난 7월 5일,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제목이다. 소위 밀리터리 마니아의 군대 관련 게시글이 아니다. 사진을 보면 모두 권총이나 장총을 잡고 있는데 뭔가 어색하다. 한 누리꾼이 이들 사진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을 뽑았다. “다 군대 미필이군요.”

그러니까 저 제목은 역설적이다. 총을 쥐고 뭔가 그럴 듯한 폼을 잡았는데, 군대 경험이 없다보니 엉성한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남자 중학생으로 보이는 첫 번째 사진 속 주인공과 여고생으로 보이는 두 번째 사진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세 번째 등장하는 사진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다. 콘서트 안무에서 설정으로 보인다. 방아쇠를 쥐고 있어야 할 검지가 위로 올라가고 중지가 대신 들어가 있다. 20대의 건장한 청년이지만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으므로 역시 이해할 만하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소총 조준경을 들여다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소총 조준경을 들여다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문제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다. 네 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왼쪽 위에 ‘대한송유관공사 을지연습 대테러 훈련’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훈련 순시를 나가서 한 번쯤 포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지사는 ‘질병(중이염)으로 군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 게시물은 문제의 다섯 번째 사진 자리에 ‘생략’이라고만 적어 놨다.

하지만 원래 어떤 사진이 이 자리에 왔어야 하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5번 생략’이 히트였다. 누리꾼 댓글은 이렇다. “생략ㅋㅋㅋㅋ 안봐도 알겠”, “생략하셨는데 왠지 눈에 선하네요.”, “생략해도 알 수 있는 이 현실은 뭐지?(이등병의 비웃음?ㅋㅋ)” 아닌 게 아니라 유명 사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K3 기관총의 가늠쇠를 들여다보는 사진이다. ‘국회공동사진기자단’이 사진을 찍은 것이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이니, 벌써 5년 가까이 인터넷을 돌고 있는 유명 사진이다.

사실 총을 쏴본 예비역 누리꾼을 중심으로 말이 많은 까닭은 실제 저 자세로 사격을 하는 경우 거꾸로 총을 쏜 사람이 크게 다치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이 나타날 수 있는 상해(傷害)를 요약했다. “1, 2, 4 눈알 날아가고 3은 손가락 날아감ㄷㄷㄷ.”

생략된 5번 사진도 만약 저 자세로 격발을 하면 안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어쨌든 궁금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K3 사격자세 사진은 “가늠자와 가늠쇠가 총열과 일직선인가 들여다보는 것일 뿐, 사격자세가 아니다”라는 옹호가 나왔었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에 널리 퍼진 사진인데도 청와대의 해명은 들은 기억이 없다. 청와대 대변인실에 물어봤다. 대변인실 관계자의 말. “글쎄요…. 일단 논란이 되는지 여부를 잘 모르겠고. 입장이라… 따로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뭔가 성의 없다.

사진을 처음 봤다는 반응은 김문수 지사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자세’가 달랐다. 경기도 언론담당관실은 하루 만에 그날 동행했던 인물을 찾아냈다. 김동근 기획조정실장이다. “지난해 8월 18일 성남 송유관 저장소에서 있었던 을지연습 현장입니다. 그 행사 끝나고 한쪽에 저격용 총, 방독면 같은 걸 전시해놨는데, 지사님이 하나 하나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봤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 실장의 말에 따르면 캡처된 사진은 사격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조준경에 대해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무기를 들어보는데 사격자세를 취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무기의 제원도 물어봤다. 다시 몇 시간 뒤, 경기도 비상기획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 지사가 들고 있는 소총은 SSG69 저격용 소총이고 오스트리아제다. 유효사거리는 800m에, 구경은 7.62㎜. 궁금한 건 사실 그게 아니다. 저 자세로 혹시 총을 쏜다면? “자세는 안 맞죠. 개머리판을 어깨로 대야 하는데, 아마 조준경 배율을 확인하기 위한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언론 대응 점수만 치면 김 지사 쪽이 ‘승’이다. 이건 김 지사가 대권 출마를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