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대상으로 떠오른 이명박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한국당 홍준표 대표 만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63)가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76)을 예방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녹취록이 공개되고,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등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칼이 이명박 정부를 향한 공교로운 시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한 홍 대표에게 “이럴 때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야당이 중심을 딱 잡고 있으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야당이 할 일이 없다”며 한탄한 데 대한 조언이었다. 홍 대표가 “(정부·여당)저 사람들이 가는 길목을 알기 때문에 (야당 대표) 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 여당 대표 양쪽 다 해봤으니까 아마 내가 봤을 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화답했다. 홍 대표는 앞서 한나라당 시절에도 당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날 홍 대표와 이 전 대통령은 모두 ‘원세훈 녹취록’이나 4대강 감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비공개 면담 뒤 기자들이 원 전 원장 녹취록 공개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관해 말하며 동문서답했다. 비공개 면담에 동석했던 전희경 대변인도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홍 대표 중심으로 건강한 보수 야당이 되어달라”고 이 전 대통령이 덕담했다고만 전했다.

홍 대표의 이날 이 전 대통령 예방은 당내 개혁을 앞둔 ‘조언 구하기’ 성격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1주일 전인 지난 18일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했다. 당 혁신위를 가동하며 본격 쇄신에 들어가기 전 ‘보수 어른’들을 이어 방문한 것이다.

홍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