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피할 방법은

김태훈 기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이론은 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거짓 사실을 교묘하게 엮어 만들어낸 ‘가짜뉴스’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짜뉴스’를 몰아내고 있는 듯이 보이는 현실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가짜뉴스가 점차 미디어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까지 나오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 문제까지 얽혀 있다보니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가짜뉴스까지 포함한 뉴스와 정보 유통과정에서 대중이 단순 소비자의 입장을 넘어 공유를 통해 주도적으로 유통시키는 입장까지 동시에 갖게 되면서 시민사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샴이 가치가 낮은 저질 동전이 순금으로 된 금화 동전을 대체하면서 더 많이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한 때는 16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의 함량이 낮은 ‘악화’가 순금인 ‘양화’와 같은 액면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실제가치가 더 높은 양화는 점점 장롱 속에 보관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지금의 현실은 더 복잡하다. 겉으로만 봐서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진짜뉴스가 사라지기보다는 가짜뉴스가 교묘히 일반 뉴스나 정보 가운데 섞여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2017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찾기 인공지능 개발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찾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찾기 인공지능 개발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찾고 있다. / 연합뉴스

진짜뉴스와 구별하기 힘든 가짜뉴스

그렇다면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SNS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서 공유되는 뉴스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은 없을까.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 유통으로 몸살을 앓기 전부터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팩트체크(사실확인)’의 필요성에 주목해온 미국의 FACTCHECK.ORG에서는 7개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안넨버그 커뮤니케이션 스쿨이 만든 이 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받은 정보의 사실성을 확인해보라고 가리키고 있다.

1.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2. 글을 끝까지 읽어라. 3. 작성자를 확인하라. 4. 근거자료를 확인하라. 5. 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6.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7.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이미 알려진 언론매체가 아닌 낯선 매체가 출처인 기사이거나 본문의 내용이 제목과는 다르게 무관한 얘기를 담고 있으면 의심해봄직하다. 작성자나 내용에 나와 있는 근거자료가 실존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일도 필요하다. 또 현 시점과 동떨어진 과거의 내용을 전달해 특정한 의도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작성 시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공유된 뉴스의 내용은 일부 사실이 들어 있더라도 독자가 평소 자신이 믿고 싶은 내용만 확인하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볼 필요도 있다. 이 경우는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이므로 관련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은 어떤 입장인지도 확인하는 것이 가짜뉴스 구별에 도움이 된다.

독자가 이러한 개인적인 팩트체크 과정을 거치면 가짜뉴스의 상당 부분을 걸러낼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일상에서 공유되는 다양한 가짜뉴스들을 일일이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쉬운 길은 없는 셈이다. 언론학자들도 이러한 문제에는 공감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사실 정답이나 묘수는 없다. 언론학자인 나조차도 경제나 다른 전문분야에 관한 가짜뉴스를 받으면 쉽게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김 교수는 독자 개인의 차원에서 공유받은 뉴스나 정보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지 무게를 따져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를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컨대 부동산 관련 기사처럼 당장 독자의 이익과 관련된 뉴스는 확인차 더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생활에 꾸준하고 깊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하고 잘못된 뉴스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전보다 더 사실 확인에 철저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과는 다른 내용의 정보를 대중이 공유하는 것은 사실 유사 이래 오랫동안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루머나 유언비어, 지라시, 음모론, 풍자적 이야기 말고도 특정세력이 이해관계나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선전(프로파간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보다 범위를 좁혀 최근의 가짜뉴스(fake news)를 의도적으로 기자와 언론사의 이름을 빌려 관계자나 전문가의 발언 등을 담는 뉴스기사 형식으로 만든 글로 국한하고 있다.

SNS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가짜뉴스가 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데에는 SNS처럼 개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달통로가 보급된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단순히 가짜뉴스를 전달받아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가짜뉴스를 피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실확인을 한다고 해서 쉽게 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현재와 같은 네트워크 개인주의 시대에는 자신이 맺고 있는 네트워크 안에서 선호하는 것 위주로 편향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허위정보 등에 노출된 시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이로 인해 정치참여의 효능감이 떨어지는 한편, 양극화된 정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등의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어떤 목적을 가진 일부 세력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진원지일 수는 있지만 확산과정에서 시민이 단순히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담자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해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방송영상)는 “즉각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시민들이 가짜뉴스의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유포에 참여하는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여야 할 시급함도 있지만 오히려 단시간에 결론을 내려는 성급한 규제나 대책이 향후 정치적 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양화의 교환가치가 확실히 인정되기만 한다면 반대로 가치가 떨어진 악화, 즉 가짜뉴스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결국 가짜뉴스를 피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으로는 신뢰도가 떨어진 기존 언론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경쟁에만 집중한 나머지 놓치고 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사회 전반의 논의가 필요한 셈이다. 독자들이 가짜뉴스에 끌리게 된 한편에는 기존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언론의 신뢰를 회복해야 가짜뉴스를 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김서중 교수는 “그저 시간이 흐르면 신뢰성 있는 언론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에 지금부터라도 언론이 신뢰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고민하고, 독자 입장에서도 가짜뉴스가 혼재하는 상황 속에서 사실 판단의 준거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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