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옳지만 재생에너지 효율 과장 안돼…찬반 싸움보다 현실 직시를”

전병역 논설위원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원자력 안전 전문가인 박종운 교수가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동국대 캠퍼스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원자력 안전 전문가인 박종운 교수가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동국대 캠퍼스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카이스트(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6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 발전기술원에서 퇴직하고, 동국대로 옮겼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정치적 접근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인다. 극단적 원전 찬반 세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서 원자력발전은 단지 에너지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상당히 이념화돼 있다. 탈원전을 주장하면 현실을 모르는 극단적 환경주의자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반면 원전을 옹호하면 시대 흐름에 뒤처진 반환경 개발론자로 취급된다.

에너지 문제는 냉정히 우리 자리를 되짚으면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영역이다. 한반도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이 부족하다. 열사의 땅 중동이나 북미 네바다처럼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도 없고, 바람이 꾸준히 불어오는 유럽이나 미국 캔자스 대평원도 없다. 그렇다고 당장의 편리함을 이유로 원전을 마냥 유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친환경과 안정적 전력수급은 동시에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원자력공학자로 원전에 비판적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추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원전 전문가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57)를 지난 4일 만났다.

그는 “나는 원전은 아직 필요하되 줄여나가야 한다는 쪽이지 반원전론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원자력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학계가 종교집단 같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현 정부의 탈원전 방식에도 비판적이다. 박 교수는 “지금 탈원전 정책에는 무리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려서 감당할 수준인지 보며 가야지, 원전부터 없애려 하니 진영 간 세력싸움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구온난화를 풀 방책이라며 내놓은 ‘소형 원전’ 주장에는 “규모의 경제에 역행하는 것으로, 안전성과 실현 가능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초딩’ 수준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소형 원전 여러 개를 나눠 짓는 게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박 교수는 “일단 현행 원전은 최신 안전기준에 맞춰 최대한 이용하면 된다. 원전이 재생에너지보다 비싸지면 밀려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원전 문제를 축소해서도 안 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장밋빛 환상도 안 된다. 우리 현실에서 할 만큼 하자”고 강조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년이다.

“사실 지진에 의해 원전이 무너지거나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후쿠시마는 송전선로가 무너지고 쓰나미까지 겹쳐 사고가 났다. 국내는 걱정 안 한다. 일본에 원전 54기가 있는데 9기만 가동된다. 나머지는 발전 정지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기준을 바꿨다. 새 기준에 따라 재가동을 신청하라고 했다. 기준을 맞추려면 1기당 2조~3조원이 들어간다. 우선 가동을 포기한 원전이 절반이 넘고, 나머지 반 정도가 신청해 그중 9기만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승인이 나도 보수하는 데 돈이 들어가 가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10기 정도는 완전 폐기 상태다.”

- 삼중수소가 누출된 월성 1호기 안전성 논란은 어떻게 보나.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기에서 지하수나 땅으로 새어나간 게 아니라서 별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누출량이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서 정보를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원자력안전기술원 보고서에서 바다로 누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미국이나 캐나다도 누출 사례가 많다. 이번에 감추려다 들통나서 문제가 된 거다. 원전에서 ‘제로 누설’은 없다. 기준 이하면 용납하는 거지. 중요한 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초점은 불신에 있다. 원전학자들이 바나나, 멸치를 예로 들어 방사성물질을 희화화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무의미한 탈원전·친원전 이분법

원전을 줄여야 하는 건 맞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무리
현행 원전, 최신 안전기준 맞춰
최대한으로 이용하면 돼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보나.

“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사실 어디도 원전을 대체한 나라가 아직 없다.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원전은 그대로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전략을 쓴다. 독일만 원전을 폐기하기로 한 거다. 2022년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무리니까, 결국 석탄발전이 오래 살아남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인가.

“미국, 프랑스, 중국은 원전이 많은 나라여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도 쉽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원전이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 탈원전은 잘못이란 얘기로도 들린다.

“석탄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탈원전으로 가려는 전략은 맞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늘려보고 감당할 수준인지를 면밀히 보면서 가야 한다. 외국은 정부에서 원전을 죽여라, 마라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 다른(정치적) 목적에서 죽이고 살리고 할 수 있어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

“우선 원전 밀집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고리에 원전을 계속 많이 짓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 부지가 부족하면 추가 건설을 중단하라고 해야지, 한 지역에 몰아 지으니까 운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원전은 아직은 필요하지만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그걸 친원전·반원전 이분법으로 보면 되나.”

- 재생에너지는 효율성을 놓고 논란이 있다.

“신안에 48조원을 들여 풍력발전 단지를 만든다고 하던데 이는 난센스다. 8.2GW(기가와트) 발전량이라면 이용률을 고려하지 않을 때 원전 6기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원전은 이용률이 80~90% 나오는 데 비해 재생에너지의 경우 실제로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신안 풍력발전은 원전 1.8기 정도 규모다. 재생에너지를 너무 과장해선 안 된다. 또 재생에너지는 설비 교체 수명이 원전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명과 이용률을 다 따지면 원전의 9분의 1이라는 얘기다. 재생에너지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 싼 게 아니다.”

- 그럼 원전은 정말 저렴한 게 맞나.

“비용을 어디까지 넣어야 할지에 따라 다르다. 지금도 폐로 비용 등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적다. 사고 비용까지 치면 1조2000억원 정도씩 매년 적립해야 하는데 실제로 적립하고 있나. 이를 운영비에 가산하면 원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보다도 비싸진다.”

-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놓고 갈등이 많은데.

“사실 원전에 정해진 수명이 있는 건 아니다. 쓸 수 있을 만큼 쓴다. 운영허가는 40년 정도로 받고 그때 가서 보자는 것이다. 현행 원자력법에 수명연장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안 된다. 안전하면 더 쓸 수도 있다. 문제는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발전한 최신 기준으로 안전성을 맞출 수 있느냐다. 사고 후 일본처럼 더 엄격하게 최신 안전기준을 만들면 수명연장을 못할 수도 있다.”

- 정부가 최근 신한울 3·4호기 공사 인가 연장을 차기 정부에서 결정토록 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원전 없애기가 여의치 않으니까, 또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때 가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지금 원전을 늘리겠다는 나라는 중국이나 우크라이나 정도밖에 없다. 대부분 선진국은 현상유지 내지 자연감소세다. 못 쓰게 되거나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부 가스냉각로인데 하나에 20조원이 들어가 사업이 파행을 겪어 발을 빼고 있다.”

‘원전 산업’ 수출 가능할까

사용후 핵연료 처리 감안하면
원전 수출은 간단치 않은 문제 탈
원전 쪽 주장하는 해체산업도
‘4D 업종’이라 매력적이지 않아

노후 원전 어떻게 할 것인가

폐로비용·사고비용 등 가산되면
원전은 경제성 잃고 스스로 도태 소
형 원전 등 지엽적 얘기 이전에
대형 원전 수명연장 여부 논해야

- 국내에서는 원전을 줄이면서 외국으로 수출하자는 주장도 있다.

“대체 어느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것인가. 원전 수출은 건설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사용후핵연료까지 공급국이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 러시아가 헝가리에 원전을 짓는데 사용후핵연료는 자기들이 가져간다. 재처리를 포함해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용이한 나라다. 우리는 미국이 지켜보고 있는데 재처리가 되나.”

- 사용후핵연료 처리도 간단치 않은데.

“경주 방폐장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반대가 많았는데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는 부지 선정도 못한다. 지하 500m까지 파야 하고, 암반 크기도 최소 2㎞는 돼야 하는데 국내에선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원전은 발전과 사용후핵연료라는 양날의 칼이다.”

- 국내 원전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가.

“원천 기술은 우리 것이 아니다. 독립적으로 수출할 수 있으려면 미국이 개입해서 안 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도 미국이 ‘123협정’을 근거로 개입했다. 이는 미국 기술이 해외로 나갈 때 의회 허락을 받게 하고, 핵비확산조약을 맺도록 한 것이다. 로열티를 주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개량한 ‘카피+α(알파)’ 모델로 본다. ‘수출할 때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냐’는 국회의원 질문에, 우리가 답할 게 아니라 미국에 물어보면 된다고 했다.”

- 탈원전 쪽에선 원전 해체를 새로 개척할 분야라고 한다.

“원전은 90%가 선진국, 러시아, 중국인데 과연 어떤 나라가 우리한테 그 일을 맡기겠나. 원전 해체 산업은 과장된 것이다. 해외 진출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탈원전 옹호론자들이 해체 산업을 키우라고 하니까 이제는 원전업계가 반발하는 모양새다. 원전 건설만큼 일거리가 생기지 않는다. 원전 해체가 얼마나 위험하고 더러운 일인가. 기피하는 ‘4D 업종’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 원전 해체 작업이 그렇게 어려운가.

“가장 큰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다. 부지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복원이 되지 않는다. 원래 원전을 해체하는 목적은 부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핵연료가 남아 있는데 그게 되겠나. 미국의 ‘메인양키(Maine Yankee) 원전’은 해체됐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는 60년 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우리처럼 작은 땅덩어리에서 해체 작업만 갖고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주장이다. 부산과 울산에 원전해체센터를 만들었지만 껍데기만 있다. 그동안 원전 건설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용후핵연료 등은 어떻게 되겠지라면서. 그것이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은 오래가지 못한다.”

- 빌 게이츠가 소형 원자로를 대안처럼 들고나왔다.

“똑똑한 사람이니까 공부는 했겠지만 원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초딩 수준의 말이다. 편협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원전이 사양길에 있다. 원전 97기가 있는데 2025년이면 20여기를 더 줄인다. 이것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셰일가스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이다. 원전은 40~50년 수명연장을 지속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든다. 건설비도 비싸져 새로 못 짓고 기존 것도 문을 닫는다. 게이츠의 주장은 대형보다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다면 소형 원전을 개발해서 좋지 않겠냐는 것 같다. 미국 핵규제위원회가 보니까, 안전 문제에서 대형 원전 하나와 소형 여러 개 중 무엇이 더 안전한지 확신을 못한다. 1GW짜리 대형 원전이 100기라면 100㎿짜리 소형으론 1000개를 지어야 한다. 중국은 화력발전 용량만 1000GW다. 이것의 반을 없애려면 원전이 500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에도 소형 원전을 한다면 도대체 몇 기를 지어야 하나.”

-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를 원전 필요성을 부각하는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다.

“텍사스주의 풍력발전과 가스발전, 원전에서 골고루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야지 정전 원인이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면서 원전을 살리자고 하면 안 된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텍사스는 에너지 자급자족 주이다. 다른 주에서 전력을 받거나 보내거나 하지 않는 에너지 섬이다. 결국은 그리드, 전력망 관리가 문제다.”

- 텍사스 정전으로 전기화 확대 추세도 도마에 올랐다.

“사실 세계 에너지의 90%가 화석연료다. 사용 형태로 봐도 전기의 비중은 15%밖에 안 된다. 전기가 편리해서 늘어나지만 마구 늘릴 수가 없다. 발전소를 많이 세워야 하는데 석탄을 제외하고 천연가스, 원전, 재생에너지로 할 수 있나. 그게 딜레마다. 현 상태로 전기차와 수소차를 늘린다는 것은 원전을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 앞으로 원전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대형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이냐부터 정해야 한다.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는데 이는 말뿐이지 실제로도 안 할 것인가. 고리 2호기도 2024년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설비개선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작업을 하고 있나. 현재 대형 원전의 수명연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이니 소형 원전이니 지엽적인 미래 얘기만 하고 있다. 국가 규제를 통해 원전이 비싸지면 스스로 밀려나게 돼 있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한) 정책으로 바꾸니까 혼란이 생긴다. 친원전과 반원전 등 양극단의 특정 에너지와 관련된 이들이 정치세력화돼 있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탈원전 옳지만 재생에너지 효율 과장 안돼…찬반 싸움보다 현실 직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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