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회견 메시지 분석해보니···문재인 비판은 뚜렷, 정책 답변은 글쎄

심진용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치선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현안과 차후 행보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 전반에 대해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문 정부를 향해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공세 수위도 높았다. 이명박·박근혜씨 전직 대통령 사면에 관한 문제에는 긍정적인 뉘앙스로 답변했다. 그러나 경제·외교 등 구체적인 정책 분야에서는 두루뭉술한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통합 의지를 밝히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는 여전히 즉답을 피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50분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에 관한 답변이 가장 길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강자들에 대한 방탄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에 제가 반대한 적이 없다”며 “공수처가 검사 수사하는 것 다 좋다. 그러나 권력 비리는 제대로 감시하고, 힘 약한 국민 상대로 법 집행을 할 때는 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게 검찰개혁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이 본말전도라고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회견 메시지 분석해보니···문재인 비판은 뚜렷, 정책 답변은 글쎄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출마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검찰총장 출신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이란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면서 “관행상 안해왔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결국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밝혔다. 과거 검찰에서 지시한 수사에 대해서도 “다수 국민과 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외에 없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일했다고 자부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할 문제”라면서도 “연세도 있고, 여자분이고, 두 전직대통령 장기 구금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저 역시 국민들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사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논란에 대해서도 “형기의 상당부분을 경과했기 때문에 가석방 문제가 논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정책 관련 질문에는 답변의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문 정권에 날을 세웠지만, 정작 ‘윤석열의 비전’은 제대로 보이지 못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종부세를 상향시키느냐 안시키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측가능한 집값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복지와 성장 사이에서 경제 정책 기조를 묻는 질문에도 “복지와 성장은 지속가능성이란 원칙에서 두 가지가 하나의 문제”라고 답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경제관은 내보이지 않고 그저 ‘잘하겠다’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는 평가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수교 이후로 가장 관계가 열악해졌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망가졌다.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현 집권세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안보협력과 무역 문제 등 현안들을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을 이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사와 외교 현안을 분리 대응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이날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정권교체에) 생각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정치철학면에서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야권 통합 의지를 보였지만, 국민의힘 입당 시기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야권의 또다른 대권 주자인 최재형 감사원장과의 연대 가능성과 함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재차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정책·공약 총괄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선언문과 답변 내용은 전반적으로 윤 전 총장이 직접 구상했다”고 말했다. 정책 관련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정책은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입당 여부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아직 발표할 여건이 숙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 통화에서 “일종의 출정식인데,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이나 야권 통합에 대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구체적인 답변은 오늘 같은 자리에 필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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