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오락가락’ 공약, 닮아가는 여야

심진용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 지구 시대’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 지구 시대’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 바꾸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등 굵직한 대선 공약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여론 방향만 좇는 포퓰리즘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말 바꾸기를 비판해왔던 국민의힘 입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식시장을 살려야 1000만 투자자가 함께 산다”며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주식시장 위축을 거론하며 “(주식양도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1000만 투자자 살리기”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는 전날 SNS에 “주식양도세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뒤 회견을 열어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다. 앞서 주식양도세 도입을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철회했다. 꼭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회견에서 윤 후보는 “주식양도세 도입 시점에 맞춰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주요 공약을 뒤엎은 셈이다.

윤 후보가 지난 7일 역시 SNS에서 선언하듯 알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기존 입장을 뒤집은 사례다. 지난해 10월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아닌 양성가족평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직전 인터뷰 등에서 그는 “어느 부처든 고유의 헌법상 기능이 있다”며 “폐지보다는 제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정부 조직을 개편하거나 규모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 선회를 두고 표심만 좇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두고 최근 주가 하락 상황에서 소액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10억원 이상 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세까지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혜택은 소액 투자자가 아닌 부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2030세대 남성들을 지지를 얻겠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그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현안마다 수시로 입장을 바꾼다고 비판해왔다. 원 정책본부장은 이날 SNS에 ‘이재명의 국민상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이 후보의 말 바꾸기 사례를 18호까지 업데이트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표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이 후보가 표심 따라 워낙 빈번하게 정책 입장을 바꾸다 보니 대응조차 힘들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의 공약 뒤집기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비판도 무색해졌다.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야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TV토론을 두고도 말 바꾸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초 최대한 많은 국민이 볼 수 있어야 한다며 31일 황금시간대 TV토론을 주장하던 국민의힘이 이제와서는 지상파 방송 중계 없는 토론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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