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M’ 않겠다던 인수위, 결국은 ‘빈말’

남지원 기자

인수위, 정책 등 막판 손질
자사고·특목고 폐지 철회 등
국정과제 최종안 포함될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막판 국정과제를 손질 중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주 들어 탈원전,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를 뒤집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출범하면서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 말고는 뭐든지) 같은 편가르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이 대거 재검토되거나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

21일 인수위에 따르면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 철회 방안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대표적 교육공약이었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침에 따라 2020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까지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사고 등의 설립 근거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재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지명 후 “(자사고·외고를)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기 위한 교육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안 해상풍력단지 “재검토”
일자리위원회도 폐지 예상
현 정부 핵심 정책 ‘뒤집기’

인수위는 재생에너지 확대·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에너지전환 정책도 상당 부분 재검토하거나 뒤집었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지난 19일 전남 신안군에 조성 중인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두고 “경제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안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민간자금 46조원 등 48조5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인 초대형 프로젝트다. 문 대통령이 신안을 두 차례나 직접 방문하며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위는 전남지역 등에서 반발이 일자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라며 특위 차원의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속도와 규모 등이 조정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핵심이었던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로드맵도 폐기됐다. 인수위는 지난 20일 원전의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 2~5년 전에서 최대 10년 전으로 확대하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수명연장을 결정할 수 있는 원전은 10기에서 18기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을 허가하지 않고 문을 닫게 하는 방식으로 국내 원전을 줄여나갈 계획이었는데, 이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경남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를 방문해 “탈원전정책을 재검토하고 창원을 다시 원전산업의 메카로 우뚝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불필요하거나 회의 등 운영실적이 저조한 정부·지자체 위원회를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순애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은 지난 19일 일자리위원회에 대해 “(회의 미개최 등의)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목적을 검토해 우리 국정과제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 일몰제를 적용해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공공보다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일자리위원회도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는 오는 25일까지 국정과제 3차 선정안을 마련하고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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