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민투표, 가능할까···선관위 "불가능하다"

박순봉·박광연 기자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기자단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처리에 맞서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대통령 신분으로 관련 법안에 대해 6·1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회부해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법에 재외국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 주무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명단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투표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논란거리다. 특정 정책이나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실시된 적은 없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국민적 상식을 기반으로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은 윤 당선인께 국민투표를 붙이는 안을 보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를 한다면 선관위가 투표 명단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어서 현행 규정상으로는 명부 작성이 지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민투표법 14조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내 거주 주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이 투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헌재는 2015년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국민투표 명단을 만들 수 없고 따라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며 “국회에서 먼저 법을 바꿔야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의 지점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민투표법 1조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장 실장은 이날 기자들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검수완박 법안은 )아주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기소, 소추권을 행사하려고 그러면 기본적인 수사를 병행하지 않으면 소추를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 일부 수사권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투표가 1954년 제2차 개헌에서 도입된 이후 6차례 실시됐지만 특정 정책이나 법안을 놓고 치러진 사례는 없다. 1962년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할 때나 1987년 6월 민주항쟁 결실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이 탄생할 때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특히 1972년 개정된 헌법은 일반적인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을 인정했지만 1980년 헌법 개정으로 국민투표권 범위가 제한됐다. 개정 헌법은 국민투표 대상으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명시했다. 이 조문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검수완박 찬반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 이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 국민의힘 관계자도 통화에서 “선관위 명부 작성 문제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서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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