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징계 일단락됐지만…'팬덤정치' 논쟁으로 확산한 민주당 쇄신론

김윤나영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 본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 본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의원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두고 팬덤정치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성 비위 옹호·‘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으로 당이 민심과 멀어진 배경으로 폭력적인 팬덤을 지목하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당 혁신안으로 내세웠다. 당 혁신 논쟁은 당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팬덤정치를 둘러싼 혁신 논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 의원 징계 처분에 대해 “거짓과 위선, 폭력과 증오로 당을 위기에 빠트리는 강성 팬덤 대신 국민 곁으로 조금 더 다가선 결론”이라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도 최 의원 처분을 계기로 팬덤 정치와 완전히 결별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윤리심판원은 전날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최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번 징계 결정을 계기로 최 의원이 속한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론도 다시 제기됐다. 박 전 위원장은 “처럼회는 팬덤에 취해 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하고 지방선거를 참패로 이끌었다”며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강욱, 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폭력적 팬덤에 기대 민생을 외면하고 검수완박을 강행해 당 지지율이 10%나 떨어졌다”며 “권력형 성범죄 전력으로 두 번이나 선거에서 져 놓고도 성희롱 발언과 2차 가해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 발언은 팬덤정치를 둘러싼 당 혁신 논란으로 확산했다. 당 일각에선 ‘조국 사태’, 권력형 성범죄 옹호, 검수완박 논란 등 당이 민심과 괴리된 배경으로 팬덤 정치를 지목했다.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박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방선거 패인에 대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이 염증을 일으키며 이탈했고 지지층은 투표 보이콧으로 경고했다”며 “팬덤 정치를 극복해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성 팬덤 정치가 당내 숙의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폭력적 팬덤이 흔들어대는 당으로는 다음 총선도, 다음 대선도 이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용민 의원은 SNS에 “지방선거 패배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비대위 구성원들이 선거 과정이나 당의 문제에 대해 남 일 말하듯이 발언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경태 의원은 “자숙해야 할 사람은 자숙하지 않고, 중히 써야 할 사람은 중히 쓰지 못하고, 모두의 책임을 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적었다. 안민석 의원도 SNS에 “최강욱 의원의 징계로 윤석열 정권의 최전방 공격수를 민주당이 스스로 제거하는 어리석은 짓을 범했다”며 “전 비대위원장이었던 분이 검찰청 개혁법안을 ‘검수완박’이라고 조롱하고 처럼회 해체를 요구하며 지선 참패를 최강욱과 처럼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단편적 주장”이라고 적었다.

일부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반발은 8월 당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친이재명계 정치인들을 최고위원 선거에 최대한 많이 당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최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김용민·장경태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도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로 거론된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최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최 의원 징계 철회와 박 전 위원장 제명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팬덤정치 극복론에 맞서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들자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당심을 선택해야 2024년 총선에서 민심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팬덤정치와 결별하자는 당 일각의 주장에도 반대한다. 당심 반영을 위해 전당대회 규칙에서 일반당원·권리당원 투표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청래 의원은 전날 SNS에 “당원에게 욕먹는 사람이 국민에게 환영받겠는가? 당원과 국민이 국적이 다른가? 같은 국민”이라고 적었다.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 중인 이재명 의원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도전한다면 당내 성희롱·내로남불 논란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 팬덤정치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가 핵심 논쟁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정당에서는 당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그게 큰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강욱 의원은 이날 징계 처분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SNS에서 “윤리심판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앞으로 당헌·당규에 의해 주어진 재심신청 절차를 통해 사실과 법리에 대한 추가적인 소명과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리위 처분에 대해 “가급적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에 따른 사실판단과 그에 이어진 결정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