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 “그린벨트 해제, 일자리… 옛 영화 되찾겠다”

백승목 기자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향후 4년간 시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향후 4년간 시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그린벨트 해제로 일자리 창출해 울산의 옛 영화를 되찾겠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64·국민의힘)은 향후 4년간 시정 슬로건을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으로 정했다. 그는 이 슬로건에 대해 “일자리와 생활의 여유가 넘치고,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기초·광역 의원 3선과 울산남구청장 2선 등의 경력을 내세우며 ‘20년 경력의 지방행정 전문가’를 자임한다. 남구청장직을 내려놓은 뒤 2014년 울산시장 선거 및 2016년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하거나 당내 후보경선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정치적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는 “(나의) 정치 공백기간은 지방행정가로서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하도록 담금질하는 기간이었고, 지금은 준비가 잘 돼 있는 상태이다”고 자신했다.

울산의 올해 지방선거 결과는 8년전 상황으로 회귀했다. 당시 보수성향의 정당후보(새누리당)가 울산시장은 물론 5개 기초단체장을 석권했었다. 올해도 울산동구청장 1곳을 제외하고 다시 국민의힘 후보들이 광역단체장과 4개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정족수 22명 중 21명)을 싹쓸이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그린벨트 해제 등 일자리 창출과 인구늘리기 대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그린벨트 해제 등 일자리 창출과 인구늘리기 대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경향신문은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 인수위사무실에서 김 당선인을 만나 향후 4년간 시정 철학과 방침을 들어봤다.

-울산의 지방권력이 불과 4년 만에 격변한 이유는.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때문에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해 정권을 교체했고, 3개월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 소속의 단체장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해 저를 뽑아주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은 현직 시장도 중앙정계의 거대담론에 치중해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꽤 오랫동안 정치활동 공백이 있었는데.

“지난 8년 동안 울산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낙선했다.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필드’ 밖에 있으면서 오히려 정치적 안목을 넓히고 일 잘 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됐다.”

-중앙정치 경력이 없어 향후 중앙정부와의 관계조율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중앙정치 인맥을 동원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방정부는 진짜 실력이 있어야 지자체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서 “(나는) 지방의원과 단체장 등 울산시정을 맡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과정을 모두 밟았다. 누구보다 울산시장을 맡기에 적합한 경험과 경륜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울산시의회 의원 거의 대부분이 당선인과 같은 정당 소속이어서 시정운영 과정의 비판과 견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행정집행부와 지방의회는 각각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또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와 달리 정치적 성향이 훨씬 얕다. 지방의원들은 서로 협력상대이자 지역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여기에다 시민사회단체의 감시기능도 추가된다. (나는) 시민들이 시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직능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운영하겠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반구대암각화 수몰방지를 위한 하류 사연댐 수문설치 등 각종 사업의 재검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반구대암각화 수몰방지를 위한 하류 사연댐 수문설치 등 각종 사업의 재검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울산시 제공

-현직 단체장이 추진해온 주요 시정의 재검토 여부는.

“시정 운영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겠다. 지방행정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현직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들은 시민들에게 유익하다면 계속 추진할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 역시 울산이 이득이 되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다만 울산에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데도 정치적 성과를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하면서 사업추진 방법과 속도를 조절하거나 과감하게 중단하겠다. 반구대암각화 수몰방지를 위한 하류 사연댐 수문설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사연댐은 울산의 식수원이다. 울산시민의 맑은물 먹을 권리가 최우선이다.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에서 거론된 경북 청도 운문댐물의 울산공급과 관련해 언제, 어느 규모의 물을 울산으로 주겠다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민이 무작정 맑은 댐물을 포기하고 낙동강 물을 끌어다 먹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돈 잃고 물 잃는 격이다.”

-민선 8기 출범초기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과제가 있다면.

“울산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부족이다. 다른 대부분의 과제도 일자리와 연동돼 있다. 일자리 부족은 주력산업 침체에서 비롯됐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에스케이 등 제조산업체가 울산을 떠나거나 산업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일자리를 줄인 것이 큰 이유이다. 10년 전만 해도 울산은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없어도 일자리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 경북 경주, 경남 양산 등지에 흩어진 협력업체들까지 울산으로 되돌아오게 해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렵다. 당장 현대차그룹도 국내 전기차 생산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울산에는 어떤 계획도 없다. 자동차산업 메카를 잃지 않으려면 새로운 산업환경에 울산을 잘 전환시켜야 한다.”

-새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그린벨트 해제에서 해법을 찾겠다. 울산 전체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산업단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노동자들을 위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 전국 7개 권역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해제율은 평균 59.4%인데, 유독 울산은 37.5%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시도지사의 해제권한을 현행 30만㎡ 미만에서 100만㎡ 미만으로 상향조정키로 한 만큼 울산시장의 해제권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조기에 그린벨트 해제를 시도하겠다.”

-울산의 해양·산악관광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해양·산악 관광활성화 대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으로 주력산업 침체가 곧 모든 지역경제의 몸살로 이어지는 경험이 있는 만큼 산업다양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울주군 영남알프스 일원을 산악관광특구로, 동구 일산해수욕장 일원을 해양관광특구로 각각 육성하겠다. 울산은 공장만 많고 별 재미가 없다는 ‘노잼 도시’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바다, 산, 국가정원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꿀잼 도시’로 나아가겠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해양산악관광특구 조성을 통한 관광산업 다양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시장직인수위 사무실에서 해양산악관광특구 조성을 통한 관광산업 다양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울산시 제공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울산의 열악한 공공의료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산재전문 공공병원과 울산의료원 설립으로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하겠다.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도 늘리고 유니스트 의과학원 등 의료시설도 대대적으로 갖춰 울산을 의료관광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

-울산은 노동세력이 만만찮은 곳인데 향후 노동대책은.

“울산은 산업도시인 만큼 노동도시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노동운동이 강하다 보니 기업들이 울산을 떠나거나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이 울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회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과 노동이 이제는 자기 이익에 매몰되기 보다는 좀 더 긴 안목으로 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노동이 같은 크기의 파이를 놓고 누가 많이 가져갈 것인지 대립하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체와 노동계는 사회적인 책임을 더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울산에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애쓰겠다.”

-시정 운영과정의 인사 철학이 있다면.

“조직과 인사는 철저히 실용주의에 입각해 운용하겠다. 공무원 수를 최대한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 정무직과 각종 특보 등은 꼭 필요한 분야에 제한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다.”

-독서가 취미인데,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스웨덴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있다. 오베는 살아갈 목적을 잃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이웃과의 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고 다시 희망을 가지며 살아가는 59살의 남자 이야기이다. 오베는 원칙주의자, 보수주의자이지만 도덕성을 갖춰 신뢰감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 한번 읽기를 권한다.”

-지방선거가 끝난뒤 당선인사 현수막에 ‘감사합니다. 일 잘 하겠습니다’라고 썼던데.

“시민들이 (시장을) 잘 뽑았다며 흡족할때까지 정말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 하겠다는 나름의 다짐이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이어지면서 시민생활에 갈등의 피로가 많이 쌓였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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