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비대위 논란에도 ‘윤심’ 눈치보며 침묵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유설희 기자    조문희 기자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에서 열린 2022년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에서 열린 2022년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말을 안할 뿐 (당이 걱정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3선 A 의원)

국민의힘이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당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당시 의총에 참여한 89명 중 88명이 동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의원들 속내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았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A 의원처럼 비대위 전환을 반대하면서도 의총에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의원이 상당수였다.

이들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에 대한 걱정,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거스르는 데 대한 두려움 등으로 침묵을 택했다. 대세가 결정되면 따르는 보수계열 정당 특유의 문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 의원은 “최고위 기능이 상실돼 ‘비상상황’이라고 해놓고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의결을 하는 건 코미디”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꼼수나 편법을 부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집권 여당의 진로 문제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는 상황은 정상이냐”고 비판했다. 초선 B 의원은 “애초에 이 대표 사안을 윤리위원회 징계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 했으면 좋았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첫번째 이유는 대통령 및 당 지지율이다. A의원은 “대통령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된 상황에서 당내에서 이렇게 저렇다 말 나오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다들 참고 있다”고 말했다. B 의원은 “대통령이 임기 시작하고 두세달 안 됐으니 어찌 됐든 간에 아무리 잘못해도 좀 참고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 C 의원은 “집안 싸움을 내보여봤자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상황 아니냐”고 했다.

두번째 이유는 ‘대세’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초선 D 의원은 “이 길이 (맞는 길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면서도 “내가 말을 하든 안 하든 결론은 정해진 것이라고 판단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 어정쩡한 쿠데타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초선 E 의원은 “어차피 소수의견이고, 제3안을 내놔도 국민들의 호응도 없을 것 같고 하니 일단 침묵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 초에 윤심을 거스르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선 F의원은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쫓겨나는 걸 보면서 ‘대통령에게 한 번 찍히면 이렇게 죽는구나’ ‘윤심을 거스르려면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목소리 내봤자 먹히지 않을 게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반대했겠느냐”고 말했다. E 의원은 “의원들이 공천권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발이 묶여 있다”고 했다. D 의원은 “(공천에 취약한) 초재선보다는 3선 이상 선배들이 목소리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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