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죄송한 마음”…‘첫 사과’ 해석 대통령실 혼선

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10일 밝혔다.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첫 사과이자 취임 후 첫 대국민 사과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폭우 피해 상황 점검 회의’와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를 잇따라 주재했다. 오후엔 폭우로 인한 아파트 옹벽 붕괴현장을 방문했다. ‘재택 지시’ 논란 이후 자세를 낮춰 폭우 피해 수습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양새다.

“정부 대표해 죄송한 마음” 윤 대통령 첫 사과

윤 대통령은 이날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된다는 것”이라며 각 부처에 복구 예산과 인력의 신속한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하며 “폭우에 피해를 입고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이분들이 일상에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서는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호우 피해 관련 첫 사과인 동시에 취임 후 첫 사과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번 폭우와 같은 이상현상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가 되었다”며 “이번 폭우와 같은 이상기상이 일상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재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전했다. 회의에서 과학기술부와 환경부가 AI(인공지능)에 기반한 홍수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환경부는 서울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지하 저류조와 방수터널 공사 방안을 보고했다. 행정안전부는 산하 행정복지센터를 행정안전복지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안전과 복지를 동시에 살피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 각 부처의 보고에 대해 신속 추진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들어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현장을 방문했다. 집중호우로 아파트 옹벽이 무너지면서 주민 160여명이 주민센터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안전진단과 옹벽 철거 및 재건축 등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피해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임시 거처에서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확실하게 지원하겠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 혼선에 “비 온다고 퇴근 안하나” 발언도 구설

윤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취임 후 첫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굳이 사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국민과 눈 맞추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 여러 방식으로 소통하겠다’는 말씀 중 하나였다”고 답했다.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것이 사과가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첫 번째 사과라고 하니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을 명확히 해달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사과다. 첫 번째라는 것에 너무 의미를 크게 두셔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한 말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정리했다.

대통령실의 호우 대응도 다시 구설에 올랐다. 전날 윤 대통령의 신림동 호우 참사 현장 방문 사진을 카드뉴스 배경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일가족 3명이 수해로 사망한 사건 현장을 국정홍보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사 현장이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담당팀에 연락해 내리도록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이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내려갔다.

집중 호우 관련 대통령실이 제작한 카드뉴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집중 호우 관련 대통령실이 제작한 카드뉴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강 수석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야권의 호우 대응 비판에 대해 “콘트롤타워가 부재했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강 수석은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이라면서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대응을 했고, 국무총리께서 여러 상황에 대응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 하나만을 공격하는 야당의 행태가 정쟁의 도구 아니냐”고 말했다. 호우가 계속되는데 퇴근길에라도 차를 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수석은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하느냐. 상황이 왔을 때 그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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