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 “당 위신 훼손, 엄정 심의”···이준석 추가 징계 시사

유설희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9일 “당내 정치적 자중지란이 지속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당원 누구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면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외 여론전을 통해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자중하라는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를 추가 징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리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내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내 정치적 자중지란이 지속되는 것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리위는 “국민의힘이 당내 갈등과 혼란을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치적 자정 능력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기대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은 현재의 정치적 위기에 대해 누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위기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집권여당의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는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는 “당헌 및 당규에 따라 ‘당의 윤리의식 강화’와 ‘기강 유지 및 기풍 진작’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중하게 행사할 것”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의힘 당원 누구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있어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하여 당의 위신 훼손, 타인의 모욕 및 명예 훼손,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등 당원으로서 품위 유지를 위반하고 반복하는 것에 대해 예외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 입장문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표를 겨낭한 것으로 보인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연일 윤 대통령과 당을 향해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윤리위원은 통화에서 “(이양희)윤리위원장님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절이 싫어서 떠난 중이 계속 절에 있었던 모든 얘기를 밝히면서 당과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윤 대통령을 저격했다.

당 안팎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의 비상상황 속에 오늘도 대통령을 흔드는 자해적 정치가 이어진다. 다같이 공멸하는 파국을 향해 사방에 불을 놓는 연쇄방화적 정치”라며 “지난 430여일 동안 그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민망한 스캔들, 거듭되는 폭로, 도를 넘어선 극언과 조롱과 저주, 그리고 대결과 분열의 잿더미”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물윤핵관설’로 사태의 모든 원인을 돌리기 전에 자성이 우선”이라며 “소인의 정치는 결국 실패한다. 아무리 좋은 말을 내세워도 속마음은 정적을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의원들이 (이 전 대표에) 굉장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자기탓은 하지 않고 전부 남탓이고, 윤핵관 탓, 대통령 탓”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본인이 그 공동체에 속해 있었고 거기에 당 대표였는데 그 공동체를 지금 힘들게 만들고, 이런 식으로 가니까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리위가 자신이 아닌 윤 대통령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N에 출연해 “윤리위가 항상 문제되는 것은 잣대가 고무줄이라는 것”이라며 “예전에 ‘이런 당 없어지는 게 좋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고, 사인 간 대화지만 당대표에게 ‘내부총질’이란 용어를 썼다면 그건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정당은 모든 것을 말로 하기 때문에 발언의 자유는 상당히 크게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언론에 “윤리위 입장문에 대한 내 워딩은 푸하하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SNS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중에서도 정치적 의사표현은 가장 고도의 보장을 받는다”며 “당에 대한 쓴소리를 원천봉쇄하려는 것은 아닌지, 반대파 숙청의 수단으로 윤리위가 악용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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