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오는 30일 지정 예고키로
청와대 회화나무·말채나무 등 6그루
청와대 경내에 있는 노거수 여섯 그루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이후 청와대 경내에서 국가지정문화재가 지정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기초적인 조사·연구도 배제한 채 급하게 개방한 청와대는 개방 이후 훼손 논란이 일어났고, 역사성·상징성 등의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 요구가 제기돼왔다.
문화재청은 24일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가 이날 개최한 회의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청와대의 노거수 6주를 ‘청와대 노거수군’이란 명칭으로 오는 30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노거수는 녹지원의 반송 1주, 녹지원을 둘러싼 숲의 회화나무 3주, 상춘재 앞의 말채나무 1주, 여민관 앞 버들마당에 있는 용버들 1주다. 반송은 경복궁 후원의 융문당·융무당 주변에서 자라온 나무로,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수관폭)이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다. 문화재청은 “한국 근현대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라고 할 만하다”고 밝혔다.
회화나무 세 그루는 경복궁 후원의 본래 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수종으로 평가된다. 녹지원 인근 숲의 나무들 중 가장 키가 크다. 상춘재 앞의 말채나무는 자생 수종으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없는 희소한 나무다. 오늘날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이며 전체적 모양이 아름답고 생육상태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말채나무는 나뭇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사용됐으며, 조선 후기의 어학사전인 유희의 ‘물명고(物名攷)’에도 여러 내용이 기록돼 있다. 용버들은 고대부터 승천하는 용을 상징해 왕실에서 애호하던 수종이다. 청와대 용버들은 북악산에서 시작한 실개천 습지 인근에 산다는 생물학적 희소성도 지니고 있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개방 이후 경내의 노거수에 대한 조사와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왔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생육상태, 문헌, 사진자료 등을 수집하는 등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 등 역사적 문헌 기록들을 통해 약 300년 동안 보호돼온 경복궁 후원이 청와대로 이어져 온 숲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번 청와대 노거수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청와대 권역은 역사성이 함축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특히 녹지원 일원은 향후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예술복합 공간으로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노거수 군’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화제가 된 경남 창원시의 ‘창원 북부리 팽나무’도 청와대 노거수들과 함께 오는 30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