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운명 가를 ‘2차 가처분’, 핵심은 비대위 출범 정당화 ‘당헌 개정’에 대한 법원 판단

이홍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워낸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워낸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새로 출범한 ‘권성동 비대위’가 애당초 불법인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내용은 법원이 주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한 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에 임명되자 이준석 전 대표가 낸 2차 가처분 신청서에 담겼다. 국민의힘은 새 비대위 출범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헌 개정을 예고한 터다. 법원이 당헌 개정의 효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이 전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 낸 2차 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이 전 대표는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비대위원들은 주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판부 출신, 성향 등을 언급하며 법원을 심히 부당하게 매도했다”며 “여전히 권성동을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하고 나머지 비대위원들을 유지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임명하는데, 비대위원장 임명 결의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비대위원 임명도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 의결로 당내 상황이 ‘비상상황’이라고 결정한 뒤 9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주호영 의원을 임명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이 비상상황에 처하지 않았는데도 상임전국위가 근거 없이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했으므로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법원은 1차 가처분 심리 때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비대위 출범이 필요한 비상상황으로 간주하려면 당대표 궐위나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에 준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국민의힘 상황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최고위를 소집하고, 당헌 개정안을 공고하고,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당대표 직무 수행에 아무런 장애가 발생한 바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이를 근거로 2차 가처분 신청서에서 주 의원이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에 임명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애당초 비대위원장 임명 결의가 무효인 상황에서 직무대행을 임명하는 것은 무효”라며 “국민의힘 당헌당규 어디에도 직무대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률적 근거 또한 없으므로 당헌 및 정당법 위반”이라고 했다.

다음달 14일 열리는 2차 가처분 심리의 주요 쟁점은 법원이 앞서 인정한 비대위 출범의 ‘실체적 하자’가 치유된 상황이라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출범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를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당헌에 적시된 ‘최고위 기능 상실’을 ‘청년 최고위원 포함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의 사퇴’로 규정해 현재의 상황을 ‘합법적 비상상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두고 ‘하자가 치유됐다’고 해석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법원은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 대해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인 이헌 변호사는 “이번 당헌 개정을 재판부가 앞서 ‘비상상황을 조성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과 같은 논리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헌 개정을 두고 실체상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판단할지 여부가 2차 가처분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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