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후 근거 내놓지 못하는 김의겸

조문희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 통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 통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5일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28일 “사안의 본질은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말하고, 한 장관 역시 거칠게 대응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김 의원을 두둔했다. 당내에선 의혹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정부·여당에 역공의 빌미만 준 모양새라며 서둘러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은 자꾸 뭘 걸라고 하고, 대통령은 ‘저급하고 유치한 선동’이라고 얘기했는데, 거기 더해 당(국민의힘)까지 징계안을 제출했다”며 “이른바 당정대 셋이 우르르 몰려와 몰매를 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라며 “아주 구체적인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 그럼에도 그런 사안에 대해서 과연 질문을 못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아니겠냐”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언론인 여러분이 그런 제보를 받았다면 질문하지 않겠냐”라며 “만일 못한다면 기자증 반납해야 할 일이고, 국회의원 입장으론 배지를 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사과 요구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DNA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실제로 DNA 유전자에 사과와 성찰이 아예 없는 분은 윤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먼저 사과하면 그때 저도 사과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술자리가 벌어진 장소 등 구체적인 정황을 추가로 내놓지 않았다. 자신이 제기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언급은 없고, 본질은 국회의원의 질문 가능 여부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4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을 향해 ‘지난 7월 19∼20일 심야에 청담동의 바에서 김앤장 변호사 30명, 윤 대통령과 술자리를 했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국민의힘과 한 장관이 반발하자, 다음날인 25일 입장문을 내고 “확인이 필요했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에게 진위를 묻는 것”이라며 “‘사실이냐’고 물은 것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면 피하지 않겠다. 제보 내용이 맞는지도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날 역공을 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김 의원 주장에 대해 “그런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니 솔직히 말해서 입에 담기도 (부적절하다)”며 “대통령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는 자체도 국격에 관계되는 문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김미애 원내대변인, 김형동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김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술집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는 발언”이라며 “사과하지 않는 김 의원의 행태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윤리위에 징계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징계 요청 사유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과 모욕 발언 금지 규정 위반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기 식 의혹 주장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30명 이상 모인 자리가 어떻게 없던 일이 되겠나”라며 “김 의원이 협업해서 (취재)했다고 했는데, 아마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의원을 겨냥해 “난 그게 제정신인지 잘…(모르겠다)”며 “그런 사람은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 의원을 옹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한 장관은 (김 의원이)그런 제보를 받고 질문을 받았으면, 여기에 대해서 아니면 아니라고, 그냥 차분하게 답변하면 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그 시점에 제기된 날짜와 시간 전후로 해서, 본인이 ‘그런 일 없다, 어디 있었다’고 차분히 이야기하면 의혹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성 전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에서 김 의원 주장을 놓고 “(술자리) 설정 자체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실책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김 의원이) 더 백업(보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든가, ‘살라미’를 던지고 받고 하면서 타격전을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다 주고 일방적으로 저쪽에서 반박하게 했다”며 “작전 미스”라고 평가했다. 당내에선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다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2021년 사퇴한 김진애 전 의원을 승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이 됐으며, 지난 9월부터 당 대변인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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