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청부정치냐”“간신배 짓”···윤핵관 ‘주호영 때리기’에 국민의힘 반발 기류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제원·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을 두고 11일 당내에서는 “면박까지 줄 일은 아니었다”는 반발이 나왔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와 총선을 앞두고 측근을 통한 당무개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청부정치”라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이 당과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 조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측근 의원들한테 전화를 걸어 주 원내대표의 조치에 대해 화를 냈다는 소식이 지난 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내 대표적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의 퇴장 조치를 겨냥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의원들과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비례대표) 역시 지난 10일 당 의원총회에서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퇴장시키는 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격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측근 의원 두 명이 총대를 메고 나서 주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한 것이다.

장 의원 주장처럼 당내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퇴장 조치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상당하다. 한 친윤석열계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주의만 촉구했으면 됐지 퇴장 조치까지 간 건 너무 나갔다고 비판하는 초재선 의원들이 꽤 많았다”고 전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내부에 그런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의원과 이 의원의 공개 발언 이후에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대선 후보 수행을 했던 이용 의원이 그랬다면 100% 대통령이 시켜서 했을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가 잘못한 건 맞지만 비례 초선을 시켜서 공개석상에서 면박까지 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걸 보면서 총선에서 대통령이 개입을 많이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했다.

의원들은 당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냐며 반감을 나타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화가 났다면 정무수석을 시켜서 우려를 전달하면 되지, 정무수석을 액세서리로 두고 있느냐”며 “조폭 두목이 똘마니를 시켜서 2~3인자를 내치는 청부 폭력 정치, 딱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이 합리적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민주당이 너무 일치단결해서 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비판해왔는데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의원은 “대통령이 시켰다기보다는 ‘제가 알아서 단도리하겠다’면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형적으로 간신배들이 하는 짓”이라고 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를 못하다”며 “저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퇴장시킨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주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이 운영위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삿대질하며 고성을 질렀지만 퇴장당하지 않았다는 친윤계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민주당과) 달라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일부 의원들은 상당히 부적절했다고 하지만 그건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왜 우리가 삼권분립을 얘기하느냐. 국회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이 의원의 비판에 대해 “어떤 현상을 놓고 누구나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나는 그런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라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사정이 있다. 그런 걸 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서울공항을 찾아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윤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 등 환송 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짧은 담소를 나눈 뒤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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