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라진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 상징, 출발부터 현재까지

신주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을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1997·1994·1988)에서 유래했다. 겉으론 거칠지만 속으로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개딸이 ‘개혁의 딸’로서 정치권에 소환된 것은 지난해 3·9 대선을 거치면서다. 일부 2030 여성 유권자들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20대 남성 구애 전략에 맞서 이재명 후보로 결집하면서 스스로 개딸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 후보를 ‘개아빠’ ‘잼파파’로 불렀다. 이 대표의 남성 지지자들은 ‘양아들’(양심의 아들)을 자처했다.

개딸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문자폭탄을 보내고 ‘수박 색출’에 앞장서는 강성 정치 팬덤 세력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일컫는 은어로, 주로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2030 여성이 더이상 개딸의 중심 세력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복수의 비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원회관이나 지역구 행사에 찾아와 항의하는 강성 지지자들 중 2030 여성의 비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지난 24일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경기 화성시 지역구 사무실에서 이 의원 원내대표 출마 반대 집회를 벌인 주최 측에 따르면 집회에 참가한 약 10명은 전부 40대 이상이었다. 최고령자는 75세 남성이었다. 지난 25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서울 강북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주인을 무는 개는 더이상 애완견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한 사람도 남성이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2030 남성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대선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2030 여성도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팬덤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2030 여성이 아닌데도 ‘개딸’이라는 명칭이 착시 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개딸이라는 표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개딸이라는 표현이) 너무 많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개딸이라 소개한 당원이 “요즘 또래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개딸 악마화에 대해서 불만이 꽤 많아 보인다”고 하자 “개딸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7에 나오던 정말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 이런 의미로 썼던 단어”라면서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혐오 단어로 슬슬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연구를 해가지고 (개딸이라는 표현을) 좀 바꾸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서 개딸이란 표현이 부정적 이미지를 띄게 된 배경, 극성 지지자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자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딸들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더욱 극렬해졌다. 이들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면서 이른바 ‘공천 살생부’를 만들었다. ‘수박 7적’ 명단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포함됐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일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집회를 열었다. 15일에는 이원욱·전해철·강병원·윤영찬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개딸 명칭의 적절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 대표가 팬덤정치와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성 지지자들의 행동이 2030 부동층과 중도층을 떠나게 한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강하다. 박지현 전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에 “떠나간 2030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 대표는 개딸과 결별해야 한다”며 “개딸 뒤에 숨어서 또는 개딸에 편승해서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 놓은 정치인들부터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대표가 겉으로는 극성 지지층의 ‘좌표 찍기’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스스로 핵심 지지층을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의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정 부분 팬덤이 자연스럽고 정치의 동력일 수 있으나 그 팬덤이 과도하게 될 때 정치를 더 극단화시키고 정치혐오 징후를 불러온다”면서 “(이는) 정치의 갈등 조정 기능 자체를 매몰시켜버린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당정치가 발전하려면 인물보다는 정책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팬덤정치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 팬덤의 특징은 경쟁자와 적을 제압하기 위한 팬덤이기 때문에 더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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