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야당 탓’으로 끝난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소회

유설희 기자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국정운영 자평

1년간 가장 큰 성과로 ‘외교·안보’ 꼽아

전세 사기·마약 범죄 등에는 전 정권 탓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야당 동시 비판

기자회견 없이 메시지 발표…형식도 ‘일방적’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을 자평했다. 한·일관계 회복,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주로 제시했으며 전세 사기·금융 투자 사기·마약범죄 등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 정비가 미흡했던 이유는 거대 야당 때문이라고 밝혔다. 굴욕 외교 등 논란이 많은 대외 정책을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비판 여론이 높은 전세 사기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취임 1년이 다 됐음에도 여전히 전 정권 탓, 야당 탓으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에 관한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며 지난 1년간의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분야로 외교·안보를 꼽았다. 그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과 오는 19일~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기로 한 것을 거론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하였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선제적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외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 심화 등 외교 리스크 심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시한 채 대통령 ‘결단’을 앞세워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외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금융 투자 사기·마약범죄 등 지난 1년간 발생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전세 사기와 관련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다”고 말했다. 금융 투자 사기에 대해서는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범죄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으로 인해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정비를 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야당 탓을 했다.

국민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반성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남 탓으로 일관한 것이다. 취임 1년을 맞아 쏟아지는 비판을 전 정권, 야당 탓으로 넘기겠다는 계산도 보인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제1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았다. 여야 간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다수 의석 때문에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식 측면에서도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TV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은 약 12분 분량으로, 사실상 ‘대국민 담화’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1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 평가와 향후 방향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만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강남, 종로 등 서울 주요 시내 3D 전광판에 국정 운영 비전이 담긴 영상을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송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집권 2년 차 때도 전 정권 잘못을 확인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잘한 건 잘한 대로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일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하신 것”이라고 답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끝났다. 반성은 한마디도 없었고, 오로지 남 탓 타령만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내 탓이 아니라며 남을 손가락질하는 대통령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통령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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