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처분 요구’ 않으면서 확인 내용은 적시…전 “표적감사”

조문희 기자
감사원이 6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일부. 감사원 제공

감사원이 6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일부. 감사원 제공

국민권익위원회를 직무감찰한 감사원이 9일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해 제기된 비위 혐의 대부분에 대해 별도의 처분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도 이례적으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라는 단서를 달아 처분을 요구하지 않는 혐의 관련 자체 확인 내용을 감사 보고서에 명기했다. 전 위원장은 ‘표적감사’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 보고서에서 권익위와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로 이어진 제보는 총 13건으로, 감사원은 이 중 갑질 직원 선처 탄원서 제출 의혹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주의’를, 1가지 사안에 ‘징계’를 의결했다. 주의 4건 중 3건은 ‘기관 주의’이고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주의는 1건이다. 부하 직원에게 대학원 과제를 시켜 중징계를 받은 권익위 국장에 대해 선처 탄원서를 써준 것을 “2차 가해”로 본 결과다. 1건 징계는 해임 요구로, 출장여비 부당수령 등 혐의를 받은 전 위원장 수행비서에게 적용된다.

감사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전 위원장의 출퇴근 시간 미준수 의혹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중 특혜 수혜 관련 권익위 유권해석 및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전 위원장이 부당 개입한 의혹에 대해선 별도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기관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는 것은 그 형식이나 내용 등을 정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기관장의 경우에는 근무지와 출장지의 구분 및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미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추 전 장관 아들 사태 관련 권익위 유권해석 과정을 검찰에 수사의뢰 한 바 있는데, 이날 공개한 감사보고서엔 이 내용도 담지 않았다. 감사원 측은 “수사요청은 사무처 검토 단계에서 (이날 보고서와 비교할 때) 추가적인 게(내용이) 있어서 한 것”이라며 “수사요청은 원래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행위 관련 사실관계는 보고서에 적시했다. 전 위원장이 세종청사 근무일 총 89일 중 83일(93.3%) 동안 공무원 출근시간인 9시 이후에 출근했다는 내용 등이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별도로 주석을 달아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처분 요구하지 않는 제보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확인결과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처분 요구하지 않는 제보 내용에 대해 확인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과거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지만, 앞선 사례를 소개하진 못했다.

감사원의 이번 권익위 상대 감사는 착수 계기부터 논란이 됐다. 앞서 전 위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권익위에 대한 이례적 표적 감사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권익위 고위직 제보로 시작됐다”며 “애초부터 공정성을 결여한, 모종의 음모가 있는 무리한 정치적 표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유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6월 임명 제청됐으며, 지난해 10월 ‘서해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 해명자료가 배포되기 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대통령실 직보’ 의혹을 받았다.

감사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감사원 내부도 진통을 겪었다. 별도 조치하지 않는 감사 항목에 전 위원장의 부적절 행위 내용은 적시하자는 주장을 놓고 지난 1일 감사위원회에서 의견차가 있었다. 감사원 측은 “조치 사항을 쓰진 않더라도,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국민에 알릴 필요는 있다고 다수결로 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 위원장 혐의 다수가 책임 불문(문제삼지 않음)으로 정해진 데 대해선 유 사무총장이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그간 수차례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착수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상대 서면조사 통보로 이어져 전 정권 겨냥 감사 의혹을 낳았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도 수집했다. 당시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 상대 감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 감사원장은 지난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이번 감사를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비유하며 본인 사퇴 압박용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SNS를 통해 “감사원 사무처가 권익위원장 근태 관련 허위조작 감사결과를 공개할 경우 유 사무총장 등 감사원 사무처가 자신들의 위법조작 감사를 덮으려는 범죄행위 증거인멸이자 증거조작이 될 수있고 동시에 권익위원장에 대한 무고 혹은 명예훼손과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이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감사 결과를 비판하며 유 사무총장 파면을 촉구했다. 감사원이 지난 1일 전 위원장에 대한 각종 제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도 이날 감사원 사무처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SNS에 “감사원의 행정지원 기관인 사무처가 특정인을 근거 없이 비난하기 위해 감사 보고서 내용을 편향되게 작성하는 충격적인 일을 벌였다”며 “보고서의 형식도 ‘제보 내용과 확인 결과’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형식”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 사퇴와 관계 없는 제보에 의한 감사”라며 “정상적인 감사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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