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보수층의 ‘1948년 건국론’ 비판

박광연 기자

광복절 기념사 “1919년,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

이종찬 광복회장, 보수층의 ‘1948년 건국론’ 비판

이종찬 광복회장(87·사진)은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광복의 과정에서 흥망은 있어도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다”며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15일에 ‘건국’됐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이란 일제의 군홧발로 더럽혀진 나라에서 주권을 다시 찾아 새롭게 빛을 밝히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10년 일제는 대한제국을 병탄해 주권을 앗아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우리 선열들은 주권이 일본에 빼앗긴 것이 아니라 군주가 독점했던 주권을 국민에게 넘겨준 것이라 해석했다”면서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더 이상 왕정은 없다며 일제히 민주공화정으로 체제를 바꿔 독립운동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오늘 광복절은 우리가 다시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날이고 나라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모멘텀을 이룬 날”이라며 “우리 선열들이 엄혹한 고난의 역경 속에서 멈춤 없이 투쟁함으로써 자주독립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보수층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주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1910년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으로 국가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왕정에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상징되는 민주공화정으로 체제를 전환해 존속했다는 주장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수층에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며 1948년 건국론을 띄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며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1948년 건국론을 줄곧 비판해왔다. 이 회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1948년 이전에 대한민국이 없었다는 얘기이고 일본의 점령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1948년 건국론을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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