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장제원 측근 밀어넣기 공천 논란···송숙희 “혁신 의미 없어져”

문광호 기자

“장 의원이 김대식 후보 밀어주려고

당협 조직 동원 등 노골적 선거 개입”

김 후보는 지난 19일 단수공천 받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초 부산 사상구 한 주민과 대화한 카카오톡. 제보자 제공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초 부산 사상구 한 주민과 대화한 카카오톡. 제보자 제공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측근인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후보로 밀어줬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했지만 자신의 최측근을 밀어주면서 혁신 의미가 빛바랬다는 주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장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뒤인 지난 1월 부산 사상구 한 주민과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 전 처장의 이력을 언급하며 “경험이 부족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공천 과정에서 밀어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처장과 경쟁했던 송숙희 예비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장 의원이 더 이상 확실할 수가 없을 정도로 김 전 처장을 밀었다”며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고 바로 (밀어주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부산 사상에 공천을 신청했던 김 전 처장은 지난 19일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경선이 필요 없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부산 사상구청장 출신인 송 예비후보는 “각종 행사에 데려온다든지 거기서 ‘김대식 파이팅’하고 외치기도 했다”며 “장 의원이 없을 땐 부인이 대리자로 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처장 측은) 장 의원이 있는 카카오톡방에서 (김 전 처장을) ‘장제원의 뜻’, ‘장제원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과 김 전 처장이 장 의원 일가가 설립한 학교법인 동서학원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 송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김 전 처장은 동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대외협력 부총장, 교육이사 등을 맡았다. 송 예비후보는 “김 전 처장은 (장 의원의) 동서대 가신”이라며 “장 의원의 최측근이니까 어떤 순간에도 (의원직에서) 비켜달라 하면 비켜줄 수 있는 사람, (의원직을) 내놔라 하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송 예비후보는 장 의원이 불출마하며 내세운 희생과 쇄신 의미도 빛바랬다고 강조했다. 당 혁신위원회로부터 희생을 요구 받아왔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12일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 제가 마지막 가진 것을 내려 놓는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친윤·현역 불패 공천으로 감동이 없다는 지적에 “장제원이 불출마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송 예비후보는 “헌신, 혁신 의미는 없어진 것”이라며 “사상에서는 ‘무슨 이런 일이 있노’하고 지금 민심 이반 많이 됐다”고 주장했다.

송숙희 부산 사상 예비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송숙희 부산 사상 예비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김 전 처장의 공천을 두고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김 전 처장 단수공천을, 장 총장은 경선을 각각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에서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다”며 “누군가 그 후보를 지지해준다는 것 보고 사천이라고 단순히 평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송 예비후보는 “(여론이) 비등비등하기만 해도 제가 이해를 한다”며 “(공관위에선) 장제원 의원이 밀어주면 이 사람은 당선된다는 것 같은데 두 달 동안 장 의원이 미친 듯이 밀었는데 별로 안 변했다”고 말했다.

송 예비후보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장 의원은) 같은 당 예비후보인데 저는 철저히 배제시키고 김대식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서 시·구의원들을 줄 세우기를 하고 당협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해서 편파적으로 노골적으로 선거 개입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은 지난 27일 MBC라디오에서 “(장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는 밀어준 적이 없다”며 “당을 위해서 험지에도 출마를 했고 당에 선당후사 하는 마음으로 엄청난 활동을 했고, 또 여의도연구원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신 그룹에서 밀어준다는 건 좀 그렇다”며 “끝까지 이 분과 손잡고 원팀으로 가겠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녹취에 의하면 한 부산 사상구 구의원은 지난달 4일 지인과 통화에서 “장 의원 뜻이 다른 데 있는데 내가 그쪽(송 예비후보 쪽)에 어떻게 도와주겠노”라며 “공천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데 우리 시·구 의원들은 전부 김대식으로 지지하는 걸로 그렇게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통화에서 지인이 “여자끼리 뭉쳐야 한다”고 하자 이 구의원은 “장 의원님 뜻을 또 저버릴 수가 없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구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나는 김대식을 스스로 밀어준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밀어달라고 한 사람은 없다”며 “누가 봐도 장제원하고 김대식은 의형제라는 걸 아는 분은 안다. (김 전 처장이) ‘장 의원은 출마 안 하니까 난 나오겠다’는 뜻을 전해들은 이상은 누가 송숙희 후보한테 가서 돕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이 장 의원과 각종 행사에 온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알아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보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에 거주하는 한 국민의힘 지지자가 지난달 초 카카오톡에서 장 의원에게 후보와 관련해 “중립에서 판단해달라”고 하자 장 의원은 “제가 16년 동안 갈고 닦은 지역구에 제 의사를 밝히지 말라고 하시면 저는 투명인간인가요”라고 회신했다.

장 의원은 또 “저는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저와 함께 했던 많은 동지들 뜻을 모아 적절한 시기에 제 의견을 피력할 생각이고 그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며 “저도 중요한 당원이고 제 의시(의사)가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지 모르지만 밝히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선거처럼 뛸 거고 제 16년 의장(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제보자가 “김대식 총장은 저도 어제 처음 알았다. 사상구민들 대부분이 모른다”고 하자 장 의원은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민주평통 사무처장, 여의도연구원장 경력이 경험이 부족한 걸까요. 행정부, 정당 등 이게 누구의 힘으로 오른 걸까요”라고 답했다. 장 의원의 언급한 직책은 모두 김 전 처장의 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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