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전문가 최수진 “벤처와 대기업이 융합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문광호 기자
최수진 국민의미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1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수진 국민의미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1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바이오 전문가인 최수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은 17일 카이스트(KAIST) 졸업생 ‘입틀막’ 사건에 대해 “그 친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면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20여 년, 최근 몇 년은 기업가이자 교수로서 과학계에 몸담아 온 최 당선인에게 정치인보다는 기업인과 학생이, 여의도 문법보다는 벤처업계 용어가 익숙하다. 최 당선인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치에 뜻이 없었다던 최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이었던 조정훈 의원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과학·바이오 분야 인재로 영입된 지 이틀 만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지도부가 교체됐다. “나는 아닌가보다”며 마음을 내려놨던 그는 지난 10일 22대 총선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최 당선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95년 대웅제약에서 제약업계 최초로 여성 임원에 올라갈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찾아 벤처기업으로 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R&D 전략기획단 신산업 매니징디렉터(MD)로 재직하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한국공학대학교 특임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쳤다. 22대 국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둔 최 당선인에게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정치 입문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엔 정치에 눈곱만큼도 뜻이 없었다. 지난해 조정훈 의원이 보자고 해 만났는데 저한테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없다고 했더니 ‘능력 있는 사람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선한 일을 하기에 좋은 자리니 와서 뜻을 펼쳐라’라고 설득했다. 어떤 정치를 할까 생각해보니 산업부에 5년 반 정도 있으면서 정부 R&D부터 시작해서 산업기술 정책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게 됐다. 벤처기업에서 맨바닥부터 박박 기어보기도 했다. ‘타다 사태’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신산업에 대한 제도나 사회적 수용도가 중국이나 미국보다 못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기술이 국민 생활까지 체감되도록 하려면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대가 컸다.

“R&D 카르텔이란 말을 했다. 그건 연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충격적인 키워드였다. 물론 카르텔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그렇다. 믿고 자율화 시켜주면 모든 생태계는 질서를 찾는다는 게 제 지론인데 R&D도 그렇게 가야 한다. 학교 연구실에서 인건비를 못 줘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기초연구 쪽이나 학교에서 연구비는 학생들 인건비로 대부분 쓰인다. 그런 돈은 신뢰하고 지원하는 걸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내 월급이 깎인다고 생각해보라. 회사라면 사원들이 엄청 불안해 할 것이다. 그 돈이 석·박사 과정을 육성하는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력양성과 관련해 의대는 눈에 보이는 위기였지만 이공계는 보이지 않는 위기다. 그런 점도 고려가 돼야 한다.”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 대통령의 축사 도중 예산 복원을 외치다가 끌려나갔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내버려 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경호상 지침이 있더라도 무조건 끌고 갈 게 아니었다. 그 친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면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같으면 그냥 웃으면서 얘기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어디 당원이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걸 떠나서 카이스트 학생이었지 않나. 그걸 정부가 잘 대응했으면 (예산 삭감에 대한) 반감이 줄었을 것 같다.”

-과학자 출신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국가 예산 5% 이상을 R&D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 게 신뢰의 R&D라고 생각한다. 5%가 적당한지는 모르겠다. R&D 예산을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눴으면 좋겠다. 첫째 기초연구·학교에 주는 돈을 한 덩어리로 만들고, 또 정부에서 투자한다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R&D 예산을 한 보따리 만들고, 기술 고도화·산업화에 필요한 자금도 하나 해서 세 덩어리 나누면 될 것 같다. 지원 시스템이 복잡한 것도 문제다. 저로서도 현재 시스템에서 정부자금을 받을 자신이 없다. 규정이 계속 생기고, 과제를 조각내서 어디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

최수진 국민의미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1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수진 국민의미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1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자녀를 키우셨다고 들었다. 양육하며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나.

“많이 힘들었다. 과거에도 장애에 관한 법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실제 생활에 와닿지 않았다. 제 아들이 운동을 하고 싶어도 운동을 가르칠 곳이 없었다. 갈 유치원이 없었다. 대학도 문이 좁고 저처럼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애를 봐줄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요즘은 활동보조사 등 여러 시스템이 나왔지만 정부에서 돈 들이는 것에 비해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개선할 부분들이 많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접근이 어렵고 연결도 쉽지 않다. AI(인공지능)를 통해 플랫폼으로 확장해주면 되는데 그런 게 안 된다. 처음엔 내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장애 문제도 그렇고 일하는 여성의 문제도 그렇고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정부가 방관해선 안 된다.”

-그런데 국민의미래는 20대 여성에서 득표율이 가장 낮았다.

“그게 제일 문제다. 아직도 정치계에는 여성이 생각보다 없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여성을 키우고 싶은데 잘하네’ 해서 큰 케이스다. 여당도 그런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유권자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여성들이 씩씩하게 국정 운영을 해나가는 나라의 모습 만들고 싶다.”

-1호 법안으로 무엇을 추진하고 싶은가.

“벤처와 대기업이 융합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제조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중소기업들이 있지 않나. 연결고리를 만들어 상생협력할 수 있는 법안을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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