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국회로 흐른다

정제혁 기자

3년차 변곡점 맞는 ‘정치 시계’

[뉴스분석]대통령의 시간, 국회로 흐른다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다”(13일 수석·보좌관 회의),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회의 협력도 절실하다”(14일 국무회의), “올해, 3년차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겠다”(14일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요즘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선 절박감이 묻어난다. 핵심은 ‘성과 창출’이다. 개혁 토대를 다지는 데 집권 초반을 할애했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성패는 개혁 성과의 수확에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호소는 주로 국회를 향해 있다. 최근 일주일 새 3번이나 국회 정상화를 읍소하고 압박했다. 개혁 성과를 내려면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추경)안만 해도 야당이 틀어버리면 조기 집행은 물 건너간다. 다른 개혁·민생 입법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정운영 성패의 칼자루를 ‘1여4야’가 쥔 것이다.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에서 여의도로 이동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입법기관 고유의 권능을 새삼 환기하면서 국회를 통하면 어떤 제도적 개혁도 가능함을, 국회를 통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개혁도 불가능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치 중심’ 국회로 넘어가는 ‘3년차 법칙’에
문 대통령 “성과 창출” “국회 정상화” 강조
여당선 비주류 원내대표 등 당·청 변화 전조

‘4당 연대’ 국회 운영, 바른미래당 변수로 등장
‘제1 야당·적폐 대상’ 한국당과 관계 설정 시급
국정상설협의체 논의가 ‘여·야·청 관계’ 좌우

집권 중반기에 정치의 중심이 국회로 이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집권 초 대통령과 청와대가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국정 드라이브를 걸다 중반기에 접어들면 국회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패턴이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반복됐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면 당·청관계도 달라진다.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발언권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5년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선 시점도 집권 3년차였다. 더구나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주도권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여권 비주류인 이인영 원내대표 선출을 당·청 간 역학 변화의 전조로 읽는 시각도 있다.

의회정치의 핵심은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연대’를 앞세워 수적 우위로 계속 밀어붙이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바른미래당 상황을 보면 언제까지 연대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이 15일 선출된 게 변수다. 오 의원은 바른정당계로 패스트트랙을 강하게 반대했다.

문제는 한국당과의 관계를 설정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여권에 한국당은 국정 파트너이자 적폐 본산에 가깝다. 이 분리할 수 없는 속성 중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이 달라진다. 문 대통령의 경우 최근 발언에서 보듯 색깔론 등 한국당의 퇴행적 행태에 대해선 어물쩍 타협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문제가 향후 여야관계, 당·청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합의대로 여야 5당이 참여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3개 원내교섭단체만 참여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맞서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추경안 처리 등 몇 가지를 확답하면 한국당 요구를 청와대에 건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이날 “여당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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