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침묵 깨고 언론중재법 첫 입장…“언론자유·피해자보호 모두 중요”

정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다음달 27일로 미루고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언론중재법 논란에 대한 그간의 침묵을 깨고 처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와 (허위 보도·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야당뿐 아니라 정의당, 진보 성향 시민단체, 외신까지 나서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민주당의 법 개정 추진에는 힘을 실었다. 법 개정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따라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각별한 자정 노력”도 당부했다.

청와대는 그간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삼권분립을 이유로 언급을 피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여당에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와 개정안 일부 내용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내용과 처리 절차에 대한 이 같은 문 대통령 지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여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임기 말 국회 파행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 국정과제 추진에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강행 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청와대로 넘어올 경우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 대통령에게 야당 공세가 집중될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중재법 합의 관련 문 대통령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협의체 구성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이라며 “언론중재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협의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 갈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발표는 논란이 일 때는 침묵하다가 결정이 난 뒤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때와 유사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침묵을 이어오다 가석방이 집행된 지난 13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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