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강대국들의 전유물이던 우주개발…우리도 원대한 꿈★을 쏜다

이종필 교수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한국 우주시대 ‘카운트다운’

오는 21일 발사 앞둔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오는 10월21일에는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처음으로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는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직접 우주에 쏘아 올리기 위해 개발한 발사체이다. 21일 발사 때에는 발사체 끝에 실제 위성이 아니라 모형 위성을 탑재하고 우주로 올라가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을 예정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우주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사람이든 위성이든 우주로 뭔가를 보내려면 운송수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는 로켓 기술을 이용한 우주발사체에 이 역할을 맡겼다. 로켓이란 간단히 말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물질(연료와 산화제)을 자기 몸체에 포함하고 있는 비행체이다. 연료를 태워 배출가스를 아주 빠른 속도로 분사하면 그 반작용으로 반대방향의 추진력을 얻는다.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로켓의 이런 원리는 총이나 대포가 비행하는 원리와 다르다. 총알과 포탄 자체에는 스스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연료가 없다. 총신이나 포신에서 화약이 터지면 바로 그 폭발력으로 최초의 추진력을 얻을 뿐이다. 따라서 총알이나 포탄의 궤적은 야구의 외야수가 홈으로 던진 야구공의 궤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 궤적은 수학적으로는 포물선이다. 지표면에서 비스듬하게 던진 물체(투사체)가 포물선 궤적으로 운동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처음 확인한 사람은 17세기의 갈릴레이였다. 그 이전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 속에서 포탄이 사선을 따라 직선으로 날아 올라가다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직각삼각형의 궤적을 그린다고 여겼다.

투사체의 포물선 궤적을 탄도(彈道)라 부르기도 한다. 탄도가 포물선인 근본적인 이유는 투사체가 수직방향으로는 속도가 일정하게 증가하는 등가속운동을 하고 수평방향으로는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등속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직방향의 이동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는 반면 수평방향의 이동거리는 시간에 정비례한다. 이 두 운동을 2차원적으로 결합하면 포물선 궤적을 얻는다. 수직방향으로 등가속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중력 때문이다. 따라서 탄도를 따라가는 탄도비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중력이다. 갈릴레이는 중력이라는 개념 없이 수직낙하 운동이 등가속운동임을 알아냈다. 바로 다음 세대인 뉴턴에 이르러서야 중력이 정량적으로 정립되었다.

뉴턴은 중력에 관한 법칙인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운동법칙도 정립했다. 그의 세 번째 운동법칙이 바로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로켓이 추진력을 얻는 근본적인 원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17세기에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나오기 전에 로켓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3세기 중국에서는 화전이라 하여 추진제를 탑재한 무기가 개발되었고 조선에서도 이미 세종 때 신기전을 만들기도 했다. 뉴턴역학을 바탕으로 로켓의 추진속도와 관련된 방정식을 정립한 사람은 20세기 초 러시아 로켓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였다.

미사일과 로켓은 따로 구분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체로 유도장치가 있는 경우를 미사일로 분류한다. 유도장치가 있으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보다 정밀하게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 미사일 중에서 탄도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라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ICBM)이 대표적이다. ICBM은 대륙을 건너갈 정도의 장거리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는 미사일로서 보통 3단 로켓이 탄두 부분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면 그 이후에는 별도의 추진력 없이 포물선 궤적을 따라 자유비행으로 대기권 안으로 다시 들어와 목표물로 떨어진다. 탄도미사일의 이런 궤적은 예컨대 공대공 미사일이나 공대지 미사일의 궤적과 확연히 다르다. 탄도미사일을 바닷속 잠수함에서 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SLBM)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7번째 국가가 되었다.

눈치챘겠지만 ICBM과 우주발사체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탄두를 높이 쏘아 올렸다가 대기권에 재진입시켜 목표물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 ICBM이고 인공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으면 우주발사체이다.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지구궤도)는 케플러의 행성운동에 관한 제1법칙에 따라 타원궤도이다.

로켓 기술의 발전에 우주로 눈 돌린 인류
‘스푸트니크 쇼크’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 불붙어
이제는 민간회사의 상업적인 우주여행도 현실화

역사적으로도 초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발사체는 주로 ICBM이었다. 1957년 소련이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발사체는 스푸트니크 로켓으로, 이의 원형은 세계 최초의 ICBM인 R-7 세묘르카 미사일이었다. 우주개발 초기 소련과 미국의 로켓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명작 V-2 로켓에 기원을 두고 있다. 나치 독일에서 V-2 로켓을 개발한 주역은 베른헤르 폰 브라운이었다. 폰 브라운은 어릴 때부터 폭죽과 우주여행에 관심이 많았고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아마추어 동호회였던 우주여행협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동호회라고는 하지만 우주여행을 열망하는 독일 전역의 ‘덕후’들이 모인 까닭에 그 수준은 상당했다. 폰 브라운을 위시한 주요 회원들은 독일 육군 병기부에 흡수되었다. V-2는 1944년 9월 영국 런던을 향해 첫 실전 발사되었으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3000발 넘게 사용되었다. V-2는 최초의 현대적인 탄도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소련과 미국은 전승국으로서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빼내기 위해 경쟁했다. 폰 브라운은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군에 투항했고 이른바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 아래 미국으로 송환돼 미국의 로켓 기술 개발을 도왔다. 그래도 1960년대 초반까지는 소련이 우주개발에서 앞서고 있었다.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성공은 미국에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소련에서 인공위성에 핵무기를 실어 맨해튼을 폭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미 항공우주국(NASA)도 탄생했으며 미국의 과학교육도 전면적인 개혁을 맞이하게 된다.

소련의 초기 우주개발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61년 4월12일 유리 가가린이 사상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가가린은 외계에서 지구를 바라본 최초의 인간이었다.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08분에 걸쳐 지구궤도를 1회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보스토크 1호를 쏘아 올린 로켓도 R-7 계열이었다.

가가린이 첫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약 3주 뒤인 5월5일 미국의 앨런 셰퍼드는 프리덤 7호를 타고 미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셰퍼드는 우주비행을 하기는 했으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가가린처럼 지구궤도를 타원으로 완전히 한 바퀴 선회하는 비행이 아니라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종의 탄도비행을 했다. 그래서 비행시간도 15분 정도로 가가린보다 훨씬 짧았다. 셰퍼드의 비행궤적을 지구준궤도라 부른다. 셰퍼드는 이후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5번째로 달에 착륙하기도 했다.

셰퍼드를 우주로 보낸 NASA의 유인 우주선 계획은 머큐리 계획으로 1인승 우주선 계획이었다. 머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전령사이다. 머큐리 계획에서는 2회의 탄도비행과 4회의 궤도비행을 수행했다. 미국의 첫 지구궤도 비행은 1962년 2월20일에 성공했다. 우주비행사는 존 글렌이었다. 머큐리 이후 미국의 유인 우주선 계획은 2인승 제미니, 3인승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졌다.

탄도비행과 궤도비행은 지금 민간회사의 상업적인 우주여행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표적인 민간 우주여행 회사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가 있다.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은 준궤도 탄도비행을 하는 여행이고 스페이스 엑스에서는 지구궤도를 비행하며 우주를 여행한다. 블루 오리진의 발사체가 ‘뉴 셰퍼드’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미국에서 첫 탄도비행에 성공한 앨런 셰퍼드에서 따온 것이다. 뉴 셰퍼드 로켓은 회수용 로켓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뉴 셰퍼드 로켓 회수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한 뒤 베이조스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은 보잉 747기를 타고 외국에 간 뒤 그 비행기를 버리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경쟁자였던 머스크는 뉴 셰퍼드의 로켓 회수 성공을 축하하며, 그럼에도 ‘우주’와 ‘궤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탄도비행으로 우주를 잠깐 경험하고 오는 것과 지구궤도를 완전히 도는 궤도비행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냐고 항변한 셈이다. 블루 오리진에서는 ‘뉴 글렌’이라는 로켓도 개발 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궤도비행을 위한 로켓이다.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 엑스의 우주여행 경쟁은 올해 아주 뜨거웠다. 지난 7월20일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사상 처음으로 4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최고 고도는 107㎞였고 비행시간은 약 10분이었다. 승객 중 한 명은 블루 오리진의 설립자인 베이조스였다. 얼마 뒤인 지난 9월16일 이번에는 스페이스 엑스의 크루 드래건이라는 우주선이 4명의 승객을 태우고 우주로 발사되었다. 크루 드래건은 당연하게도 지구궤도를 비행했다. 비행시간은 거의 사흘이었고 585㎞의 고도까지 이르렀으며 90여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이는 사상 최초의 민간인 궤도비행이었다. 돈이 좀 많이 들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민간 우주여행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이런 미국도 우주개발 초기에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인공위성을 띄우는 성공 확률이 채 50%가 안 되기도 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우리도 앞으로 수많은 실패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실패 또한 우주개발의 피할 수 없는 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종필 교수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0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으며 2001년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고등과학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2016년부터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 등이 있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등을 우리글로 옮겼다.


[전문가의 세계 - 이종필의 과학자의 발상법](21)강대국들의 전유물이던 우주개발…우리도 원대한 꿈★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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