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급소를 맞으면 같은 충격이라 해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구도 온실가스라는 급소를 가지고 있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하므로 여기에 조금만 더해도 그 변화가 커진다. 그런데 이 변화로 지구가 위험해지고 있다.
대부분 환경오염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 과학자들이 바로 그 원인과 특성을 밝혀냈다. 이와는 달리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과학자들에 의해 먼저 발견된 후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19세기에 이론적 개념이 제시되었고, 20세기 중반부터 가능성이 확인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론과 증거들이 서서히 연결되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밟아왔다.
200년 전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는 지구가 햇빛을 계속 받으면서도 태양처럼 뜨거워지지 않는 이유를 찾아냈다. 지구에 입사된 태양에너지와 지구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지구 평균 기온이 이론적으로 영하 15도가 되어야 하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 기온은 이보다 더 높으므로 계산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설명이 더 필요했다. 1824년 그는 온실 안이 따뜻한 것처럼 대기가 온실의 유리 역할을 해 지구를 따스하게 한다고 처음으로 ‘온실효과’를 설명했다. 그로부터 35년 후, 존 틴들이라는 아일랜드 물리학자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에서 흡수되는 적외선 복사량을 측정했다.
스웨덴 화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895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후 산업 활동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이에 따라 대기 온도가 상승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부분 과학자는 그의 주장을 무시했다.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학계에 팽배해 있던 생각은 인간 활동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작으며, 심지어 온실가스 증가로 기온이 상승하면 추운 지방이 따뜻해져 유익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온실효과 이론에 근거해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찰스 킬링과 로저 레벨, 그리고 미국 기상청의 해리 웨슬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 측정하기 시작했다. 최초 측정은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산 정상에서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도 국립기상과학원이 안면도, 제주 고산과 울릉도에서 온실가스를 측정 중이다. 2010년 이후에는 미국, 유럽, 일본과 중국의 지구관측위성에서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감시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공기 중의 약 0.04%에 불과하지만, 오늘날의 지구 위기인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적은 양의 온실가스가 기온을 상승시키는가? 기온은 공기 분자들의 운동에너지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따뜻한 공기 속에서 분자는 차가운 공기에서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 공기 분자 하나하나는 물리적으로 모두 똑같다고 가정하므로, 그 평균값을 취한다. 즉 기온은 공기 분자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로 정해진다.
태양은 표면 온도가 6000도 정도로 대부분 에너지를 가시광선으로 방출한다. 가시광선은 지구 대기를 투과하여 지면에 도달한다. 태양에너지로 가열된 지구가 이 열을 다시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지니지 못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열을 빼내기 위해 지면에 흡수된 태양에너지는 적외선으로 바뀌어 다시 방출된다.
공기의 약 99%를 차지하는 질소(N2)와 산소(O2)처럼 같은 원자로 구성된 이원자 분자와 0.93%를 차지하는 아르곤(Ar) 같은 단원자 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반면, 공기에 섞여 있는 소량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O2), 프레온(CFC)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 복사의 진동수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 온실가스들이 적외선 복사를 흡수하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주변에 있던 질소와 산소를 함께 움직여서 공기 운동에너지가 커지며 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한다.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양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약 74%이다. 그러나 전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1만개의 공기 분자 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의 수는 약 4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능력은 덩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 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지속하는 시간은 정확히 밝혀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다양한 과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65~80%는 20~200년에 걸쳐 해양에 용해되고 식생에 의해 흡수된다. 나머지는 화학적 풍화와 암석 형성과 같은 수백년에서 수천년까지 걸리는 과정들을 거쳐 사라지게 된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나오게 되면 길게는 수천년 동안 계속해서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대기 중 ‘농도’는 화석연료 연소, 시멘트 제조와 산불 등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일부가 바다와 나무에 흡수된 후 대기에 남아있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배출량’과는 다르다. 배출량은 원인이고 농도는 결과이다.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의 약 19%를 차지하는 메탄은 대기 중에서 12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아산화질소는 114년 정도 머무르며 전체 온실가스 영향 중 약 8%를 담당한다. 불화탄소를 함유한 혼합물들(CFCs, HCFCs, HFCs, PFCs)은 1년 미만부터 수천년까지 대기 중에 머물 수 있지만,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그 양이 매우 적어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1% 미만이다. 이 중 CFCs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오존층을 파괴한다.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CFCs는 생산 중단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오염물질은 화학반응을 하거나 빗물에 씻겨 대기 중에서 며칠 이내만 머무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지속해서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는 대기 오염물이라기보다는 핵폐기물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온실효과를 가장 크게 일으키는 수증기는 일반적으로 온실가스로 분류하지 않는다. 인간이 대기 중 수증기량을 변화시킬 정도로 많은 양을 직접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인간이 직접 배출하고 온난화에 기여하는 기체만을 의미한다. 수증기는 극도로 춥고 건조한 공기에는 미량으로 존재하고 매우 덥고 습한 공기에는 약 4%가 있다. 전 지구적으로 대기 중 수증기의 평균 비중은 2~3%이다. 즉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 공기 중에 60배 이상 많다. 양이 같은 경우 이산화탄소는 수증기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양이 많은 수증기의 온난화 효과가 더 크다. 예를 들어 예보관이 밤 기온을 예보할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확인하지 않지만, 상대습도(수증기량)는 고려한다. 수증기의 온실효과는 크지만,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는 작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은 경우, 수증기의 온실효과로 인해 습한 날 밤이 건조한 날 밤보다 더 따뜻하다.
온실가스가 늘면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해양에서 증발량이 많아져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가 7%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수증기는 온난화의 직접 원인이 아니지만, 온난화를 가속하는 양의 되먹임으로 작용한다.
온실가스는 지구 복사열을 지표면 가까이에 가둠으로써 대류권 하부를 따뜻하게 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차가워지게 한다. 태양 복사는 오존에 흡수되는 자외선을 통해 성층권을 따뜻하게 한다. 대류권에서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열을 더 가두어 기온이 상승하는 반면, 성층권에서는 열이 대류권에 온실가스로 인해 가두어지고 올라오지 않아 차가워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가 성층권에서는 냉각효과를 가진다. 1979년 이후 위성 관측에서 고도 10~30㎞ 사이의 성층권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10년마다 온도가 0.3~0.4도 떨어지는 중이다. 성층권 기온 하강에는 대류권 온실가스 증가와 함께 성층권 오존 농도가 감소하는 효과도 포함된다. 성층권 오존이 감소하면 그만큼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6%, 메탄은 157%, 아산화질소는 약 22% 증가했다. 1958년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극지방 빙하 코어에 갇힌 기포를 분석해 측정할 수 있다. 1850년의 농도는 공기 분자 100만개 중 285개, 즉 285PPM이었는데 이 수치는 지구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동안 변할 수 있는 자연 범위에서 가장 높은 농도이다.
그후 1958년 마우나로아에서 처음 측정할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이었다. 오늘날 405PPM에 달했고 매년 2PPM씩 상승하고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80만년의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만~500만년 전까지 가야 한다. 그 당시 기온이 지금보다 1~2도 더 따뜻했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0m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 적외선 에너지는 모두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면 전 지구 평균 지상 기온은 영하 18도로,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생명이 생존할 수 없다. 실제 온실가스로 인해 평균 기온이 15도를 유지해 우리가 지구에서 살 수 있다.
이처럼 자연에 의한 온실효과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한 온실효과는 극한날씨 현상을 발생시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온실가스는 지구 환경에 소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 없이 살 수 없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면 몸에 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몸의 급소는 생명의 중요한 맥이 흐르는 곳이지만, 이 부위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즉 가장 생명력이 풍부한 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다. 지금 인류가 온실가스라는 지구의 급소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이 충격을 누그러뜨리고 결국 중단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헤어나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