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뇌에 쌓여 신경독성물질 된다

이정호 기자
해안에 방치된 미세 플라스틱.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해안에 방치된 미세 플라스틱.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국내 연구진이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쌓여 신경독성물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해악을, 어떻게 끼치는지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응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바이오융합연구부 최성균·이성준 박사팀은 입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 등을 통해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 최신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 세계에선 연간 800만t의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바다를 떠돌다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매우 작은 조각들로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과 물고기 등을 거쳐 결국 인간의 몸에도 들어오게 된다.

연구팀이 알아본 건 미세 플라스틱의 구체적인 위험성이다. 연구팀은 크기 2㎛(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을 7일 동안 실험용 생쥐에게 입을 통해 투여했다. 그랬더니 신장과 위, 특히 뇌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해 쌓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위험한 물질이 뇌 안으로 파고 들지 못하게 하는 ‘혈액-뇌 장벽’마저도 2㎛ 이하 미세 플라스틱은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뇌 속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쌓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2㎛ 이하 미세플라스틱이 미세아교세포의 세포질에 축적돼 수십 시간 뒤에는 세포증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뇌에 미치는 문제를 분자생물학적인 수준에서도 규명했다. 생쥐에게 미세플라스틱을 입으로 투여한 7일 동안 미세아교세포가 훼손되면서 외부에서 들어온 위협과 싸우기 위해 염증을 활성화하고 적절히 완화하기도 하는 본연의 기능이 사라진 모습이 관찰됐다.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서 신경독성물질이 된 것이다. 최성균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2㎛ 이하 미세플라스틱을 단기간 섭취해도 뇌에 축적이 되고 미세아교세포가 사멸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향후 몸의 각 기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추가 규명해 미세 플라스틱 제거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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