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응급상황입니까? 3가지는 꼭 기억해주세요
“한국의 응급실은 지금 몇 시인가? 흔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응급실은 흡사 전쟁터처럼 묘사된다. 여기저기 신음하는 환자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사이에서 위기에 처한 환자를 살리는 응급실 의료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되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응급 질환이나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접수부터 퇴원까지 어수선한 환경과 복잡한 진료 절차에 많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위의 내용은 경향신문과 대한응급의학회(KSEM)가 2018년 7월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 기획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한국 응급의료의 현주소를 진단한 첫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은 응급실과 응급의학, 응급의료체계 전반적으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시리즈에 참여한 응급의학 및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구축과 효율적 운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올해는 대한응급의학회가 창립된 지 꼭 ... -
(34)닥터헬기 소음? 생명을 살리는 소리입니다
한 사람의 응급환자 지켜내려30명 이상의 전문가 365일 대기응급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닥터헬기 근무를 시작한다. 닥터헬기를 담당하는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의 임무 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겨울은 평균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지만 여름에는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15시간 가까이 버텨야 한다. 겨울이 녹록한 듯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초래하는 공포와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동병원이 운영하는 경북닥터헬기에는 의료팀 17명(응급의학과 의사, 응급구조사, 간호사)과 운항팀 15명(조종사, 운항관리사, 정비사, 지원요원) 등 30여명이 근무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한 사람의 응급환자를 지켜내기 위해 30명 이상의 전문가가 365일 대기한다. ‘오늘의 경북지역 날씨는 흐림. 미세먼지 나쁨.’ 최근 심해진 미세먼지 탓에 기상여건이 좋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다. 오전에 출동 요청이 없어서 일과를 정리하고 점심식사를... -
(33)정신질환자 ‘응급처치(진료·상담·입원)’도 빈틈없어야
우울증·불안장애 등으로 고생중증외상 환자보다 상대적 소외다른 질환보다 입원 절차 복잡‘사회안전망’ 적절한 도움 받게응급실 역할 강화 반드시 필요응급실은 응급수술이나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환자뿐만 아니라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자살시도자, 알코올중독, 조현병,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오늘도 응급실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실이라는 공간은 정신응급 환자들에게 잘 준비돼 있을까? 정신응급은 정신과적인 문제로 본인 혹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환자를 말하고, 대표적으로 자살시도자가 그 예이다. 이런 정신응급 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아직 위해를 가하지 않았고, 단지 위험성만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당장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나, 골든타임 내에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외상 환자보다 응급환자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적절한 정신과... -
(32)응급실, 취약계층 사회안전망의 출발점 돼야
40대 남성이 공원에서 하의를 벗고 돌아다닌다고 신고돼 경찰과 119가 출동했다. 환자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횡설수설하는 상태였다. 구급대원과 경찰은 정신과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했다. 환자는 위생상태가 불량했고, 이름을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었다. 의료진과의 면담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보호자에 대해 질문하면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 의료진의 요청으로 경찰이 신원조회에 들어갔으나 환자는 자의퇴원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40대 여성이 쌍방 폭행으로 생긴 얼굴과 머리의 상처로 내원했다. 술 냄새가 나고 있어 주취 상태로 판단됐다. 환자는 본인이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했으며, 집에 갈 돈이 없다고 했다. 상처에 대한 기본적인 치료가 완결됐으나 환자를 혼자 귀가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가방 안에 있는 소지품에서 보호자의 연락처를 확인하고 연락을 취했다. 보호자는 환자의 남편임을 인정했으나 주취폭력이 심해 환자를 인수할 수 ... -
(31)재난 희생자 중증도 파악, 우선순위 정해 대응
다중손상사고, 근접지역 지원 필요응급실은 재난응급진료체계 전환지혈·심폐소생 등 신속 처치 중요일반인도 귀한 생명 살릴 수 있어재난은 피해자나 사상자의 절대수보다는 그러한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불특정 지역에 발생한 재난은 근접지역으로부터 자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국가 단위의 재난이 발생한다면 타국의 재난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부족하지만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것이 재난에 대한 의학적 대응의 원칙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단 말인가? 의료자원 사용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이 우선순위는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먼저 제공하는지의 순위를 지정하는 것으로, 재난 희생자 중증도 분류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즉 재난 희생자 중 중증도가 높으면서 생존 가능성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의료자원을 먼저 사용한다는 말이다.일상생활에서도 재난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 -
(30)아이의 입장에서…학대 의심되면 무조건 신고를
환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응급실에 찾아온다. 각자에겐 각자의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그 사연을 연속적으로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온갖 사회의 단면을 마주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는 ‘아픈’ 사람들이지만, 그 사연의 이면에서 가끔은 상상하기 힘든 사고나 범죄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응급의학과 의사는 잔인한 장면에 익숙할뿐더러 범죄자나 살인범까지도 목격하게 된다. 그중 필자가 가장 최악으로 꼽는 범죄는 단연 아동학대다. 잠깐 생각해보자.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이 부모이거나 양육자다. 그 양육자가 직접 아이를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하다가 갑자기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응급실로 올까? 가끔은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피해자가 응급실에 오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가끔 끔찍한 학대를 당한 아이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한번은 지적장애가 있는 엄마가 키우는 아이가 있었다. 지적장애가 상당히 중증이라 도움을 받지 않... -
(29)‘극단적 선택’ 응급실행…퇴원 후 관리가 ‘생명’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1만2463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같은 해 국내 총 사망자 수는 28만5534명이었고, 사망 원인 부동의 1위인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8863명이었다. 1만2463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게다가 자살을 시도한 후 응급실에 실려오는 건수는 연간 약 4만건에 이른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보다도 더 많을 것이다. 다행히 국내 자살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을 정점으로 이후 조금씩 감소해 2017년에는 24.3명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그 결과 응급실에는 자살시도 환자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려온다.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 환자들은 대인관계, 말다툼, 경제적 문제, 신체적 질환, 만성 통증,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죽고 싶... -
(28)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쓰고 보자’는 곤란
응급의학과를 선택해 전문의 생활을 해 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어느 직업이나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24시간 휴일 없이 진료하는 응급실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든 경우가 있다. 학생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가끔씩 영화관을 찾곤 한다. 요즘 인기가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 중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으로 불리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스파이더맨인데, 가난하고 평범한 학생이 우연히 얻은 초능력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멋쟁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영화 속이 아닌 가까운 곳에 영웅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바로 119구급대가 그들이다.응급의료체계에서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병원 전→응급실→최종 진료 제공의 3박자가 시계 바퀴와 같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만 한다. 말하자면 응급환자의 치료는 환자가 발생한 순간, 즉 병원 밖 환자 발생 현장에... -
(27)구급약은 기본…수술, 현지 의사 판단 존중
휴가철이나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행 중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이나 동반자들도 고달픈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외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다. 국내 여행지의 경우 응급실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구급차 이용 등 응급진료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말도 잘 통하지 않아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면 기본적인 영어가 통하므로 약간의 영어만 할 줄 안다면 진료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된다.해외에서 아프거나 응급 상황이 생긴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전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선 여행자 보험을 들어 질병이나 상해를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행자 보험은 대개 여행을 위해 집 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보장된다. 개발도상국이나 일부 열대 지역에 있는 나라의 경우 보건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
(26)피부 깊게 찢어지면 ‘압박 지혈’ 상태로 병원행
인체의 피부는 외부의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한계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면 상처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피부의 균열은 크게 찰과상과 열상으로 나뉜다. 피부가 쓸리는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찰과상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드레싱 제재를 사용해 집에서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범위가 작고 깨끗한 찰과상이라면 수돗물로 세척한 후에 드레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범위가 넓고 오염된 상처, 피나 진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상처, 특히 아스팔트 찌꺼기나 흙이 상처 부위에 박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 발생 후 12~24시간이 지나게 되면 상피화 과정이 생기면서 피부 내에 이물질이 매복해 영구적인 외상성 문신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속히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열상은 날카로운 도구나 둔탁한 것에 의해 피부가 찢기는 것으로, 찰과상과 달리 병원에서 적절한 상처 평가 후에 봉합을 해야 한다.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