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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정치는 그렇지 않다. 100% 선도, 100% 악도 없다. 100% 승리도, 100% 패배도 없다. 회색의 중간지대를 사이에 둔 채 주고받고, 타협하고, 윈윈(win-win)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2. 검사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에 익숙하다. ... -
한동훈 위원장, ‘런종섭’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종섭’이 유턴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이 대사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체류기간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렸다”며 재차 부인했다. 사의 표명 의사를 묻자 답을 피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0일) 이 대사 귀국을 언급하며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대사 즉각 귀국’을 요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자찬이다. 그런데 무엇이 해결됐나?이 대사는 본인 말대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6개국 대사가 참석한다는 이 회의가 ‘급조’됐다는 논란은 일단 ... -
출산율 0.6명대, 멸종이냐 성평등이냐
“한숨도 못 잤는데 단숨에 피로가 풀리는 아이러니.” “너 땜에 못 살다가 너 땜에 사는 아이러니.” “아...이러니 아이를 키우나 봅니다.”2월 14일 공개된 저출생 관련 공익광고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의 내레이션이다. 광고 초반에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겪는 애환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웃는 장면으로 끝난다. 메시지는 공허하고 접근법은 진부하다. 영상은 공익광고협의회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 있다.[공익광고협의회]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한숨도 못 잤는데🥱단숨에 피로가 풀리고😊너 때문에 못 살겠다가도😌너 때문에 사는🥰세상 힘들지만세상 행복한아이러니아....이러니아이를 키우나 봅니다#KOBACO #공익광고협의회 #공익광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https://youtu.be/VRXw6h4oe5Q지난해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들겠다고?
① “제가 국회에서 여러 답변을 할 때 국회 좌석들 보셨습니까. 대부분 비어있었죠. (국회의원은) 250명이면 충분합니다.”② “(전략공천이) 아닙니다. 우리 공천 시스템은 어제 발표드린 내용입니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쳐야 합니다.”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동훈)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①부터 본다. 한동훈은 지난 16일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지금 국회가 하는 일에 비해 의원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다음날 기자들이 의원 정수 감축을 두고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포퓰리즘’ 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입장을 물었다. 이런 지적에 반박하려면 여론조사 결과 같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동훈은 달랐다. ‘내가’ 국회에서 답변할 때 의석이 비어있었다는 걸 근거로 댔다. 나르시시스트인... -
문제는 ‘김건희’가 아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논객들이 연일 ‘김건희’를 외치고 있다. 경쟁적이다. 수위도 높다. ‘사가(私家)’로 가서 근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시대 왕후나 세자빈이 폐서인되면 궁에서 내쫓겨 가던 곳이 사가다. 금기어였던 V1(VIP1·대통령)·V2(VIP2·퍼스트레이디)도 거론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 ‘왜 직언하지 않느냐’며 비판하는 글도 줄을 잇는다.일단은 놀라운 변화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이 제기될 때 굳게 입 닫거나,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라며 감싸던 보수언론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짐작할 만하다. 총선 때문이다. ‘여사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식으로 놔뒀다가는 국민의힘이 질 거 같아서다.모두가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핵심은 김 여사도, 참모들도 아니다. 배우자를 ‘방치’하고, 직언하는 이에게 ‘격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른바 ‘명품 백’ 수수 논란이 터진 날이... -
장관들만 ‘행복한’ 대한민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가면 법무뉴스 메뉴 아래 보도자료 코너가 있다. 5149번 ‘법무부장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외국인 과학기술 연구자와 간담회 개최’ 보도자료가 흥미롭다. 지난 21일 한동훈 장관의 대전 카이스트 방문을 다룬 자료에는 사진 27장이 첨부돼 있다. 모두 한 장관이 돋보이도록 찍었는데, 마지막 사진은 한 장관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촬영하는 모습이다. 흡사 팬미팅을 연상케 한다.법무부 홈페이지는 법무부의 정책과 행정을 언론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운영된다. 이 사진은 어떤 정책·행정을 알리고자 게시한 건가. ‘장관님 덕질’하는 여권 지지층을 위한 서비스인가.한 장관은 최근 대구(17일)-대전(21일)-울산(24일)을 찍는 ‘전국 투어’에 나섰다. 대구에선 기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3시간여 동안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의 사투리가 아닌,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며 사실상의 ‘총선 출사표’도 던졌다. “우리... -
윤석열 정권, ‘서울민국’을 꿈꾸나
‘서울민국헌법’“제1조 ①서울민국은 도시공화국이다. ②서울민국의 주권은 서울시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서울시민으로부터 나온다.”“제2조 ①서울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②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서울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제3조 서울민국의 영토는 서울과 그 부속도서로 한다.”집권세력이 꿈꾸는 ‘메가시티 서울’의 미래는 이런 건가. 김포를 시작으로 구리·고양·부천·광명·하남까지 다 서울로 밀어넣을 텐가. 일일이 편입시키려면 절차가 복잡할 터다. 차라리 헌법을 개정해 전국을 서울 단일지역으로 묶고 도시국가를 선포하면 어떤가. 이참에 국호와 영토 조항도 개정하고.더 나은 삶을 바라는 김포(를 비롯한 모든 지역) 시민의 요구는 정당하다. 지금 김포 시민의 가장 큰 고통은 열악한 교통이다.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현재로선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이 가장 현실적 해법이라고 한... -
이태원 참사 1년, 윤 대통령의 ‘무한책임’ 다짐은...
작가 황정은은 지난 여름 반려묘와 이별했다. <채널예스>에 그는 썼다.“15년 동안 대답해온 존재가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이 정도로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고통스럽다 못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중략) 아프니까 아프다고 쓰고, 슬프니까 슬프다고 쓰는 것을 꺼리는 마음이 내게 작게 있습니다. 몇 해 전에 그렇게 쓴 글을 ‘TMI’라고 부르는 말을 들은 적 있기 때문입니다. ‘Too Much Information’이란 무슨 말일까요? (중략) 알아봤자 내 삶이 나아지지도 않고 기분만 잡치고 가라앉게 만드는 이야기도 이 말의 영역에 들어가 버린 듯합니다. 타인의 고통, 슬픔 같은 것도 말입니다.”황정은의 글을 읽으며 1년 전(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마저 ‘TMI’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황정은이 썼듯 “슬픔과 아픔은 정보가 아니”다.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
대법원장 후보 이균용의 ‘가해자 빙의’
2018년 한국 대법원은 문자 그대로 ‘기념비적’ 판결을 내놓는다. 성희롱을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를 복직시키라는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면서다.“법원이 성폭력 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약자·소수자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대법원 역할에 걸맞은 판결이자, 전 세계적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물결에 조응하는 사법부의 선언이었다. 이 판례는 이후 1·2심 법원의 판결에 인용되며 성폭력 사건 판단의 유의미한 잣대로 작동하고 있다.그런데 한국 사법을 2018년 이전으로 되돌릴 만한 인물이 대법원장으로 지명됐다. 오는 19~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는 이균용 후보자다. 이 후보자는 2020년 9월~2021년 2월 서울고법의 성폭력 전담재판부인 형사8부 재판장을 지냈다. 2018년 성인지 감수성 판례가... -
오염수 방류 첫날, 대통령은 또 숨었다
‘김민아의 훅hook’은 이슈의 핵심으로 ‘훅’ 들어가 ‘hook’을 날리는 코너입니다. 3주마다 찾아옵니다.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3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떠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30년, 어쩌면 훨씬 더 오래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건이다. 이미 존재하는 인류는 물론, 앞으로 태어날 인류도 자유로울 수 없다.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20년 후, 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생’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이 거대한 재난을 영원히 책임질 수 없다.전대미문의 위협 앞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의 최고지도자는 조용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