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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꾸라지’ 윤석열의 연전연패
대통령 윤석열은 사법시험을 아홉 번 만에 붙었다. 말이 9수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된 후에도 그는 특유의 집요함을 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 모든 단계마다, 모든 절차를 문제삼거나 거부하고, 가능한 이의신청을 모두 내고 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대표적 사례만 짚어보자.헌재 탄핵심판 서류 수취 거부, 공수처 출석요구 3차례 거부, 서울서부지법 체포영장 이의신청, 체포영장 집행 거부,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 탄핵심판 변론기일 이의 신청 및 변경 신청,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날인 거부, 서울중앙지법 체포적부심 청구…. 탄핵심판과 수사를 피하기 위해, 30여년간 법률가로서 쌓아온 법지식과 법기술을 온통 ‘투하’하는 중이다.노력이 무색하다. 연전연패다. 헌재는 기피·이의 신청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은 한 차례 집행 실패를 ... -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은 29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26일 윤석열에게 보낸 3차 출석요구서는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4차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윤석열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미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우선”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자기 입맛에 따라 수사와 탄핵심판 중 골라 잡겠다는 내란사범의 후안무치에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윤석열 측은 “아직까지 대통령 신분”이라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은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져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그러나 박근혜 사례는 윤석열에게 적용할 수 없다.헌법 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내란·외환죄를 적시한다. 과거 박근혜가 받은 혐의는 직권남용 등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는 범죄였다. ... -
한동훈·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이 공멸을 면하는 길
12월 3일 밤 10시30분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울렸다. “비상계엄 선포?” 미국에 있는 가족이 보낸 메시지였다. 짜증이 났다.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싶었다. 뉴스전문채널로 돌렸다. 실제 상황이었다. 여행용 보스턴백을 꺼냈다. 옷가지와 보조배터리 등을 담았다. 패딩을 입고 회사로 달렸다.보스턴백을 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meme)이 넘쳐났다. 시민을 총으로 위협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당연하고, 쉬워 보였다.순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여당이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위헌”이라 선언했던 한동훈 대표도 오락가락했다.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 최고위원회의).6일 오전 다시 말이 바... -
한동훈, 정신승리는 이제 그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또 꼬리를 내렸다. 이런 표현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대안을 찾아보려 했으나, 더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한 대표는 늘 그랬다. 당장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을 들이받을 듯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순간뿐이다.올해 초 윤·한 갈등이 고조됐을 때,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대표는 ‘폴더 인사’를 했다. 지난달엔 대통령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정작 멍석이 깔리자 교장 선생님 앞에서 야단맞는 고3 반장 같은 표정으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배석한 정진석 비서실장은 학생주임 같았다). 그것이 한동훈이다.지난 7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은 친윤계가 봐도 ‘쉴드(방어막) 치기’ 어려운 망작(亡作)이었다. 내용, 태도, 언어… 모든 요소가 낙제점이었다. 놀랍게도 한 대표는 합격점을 줬다. “대통령께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 -
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정치는 그렇지 않다. 100% 선도, 100% 악도 없다. 100% 승리도, 100% 패배도 없다. 회색의 중간지대를 사이에 둔 채 주고받고, 타협하고, 윈윈(win-win)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2. 검사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에 익숙하다. ... -
한동훈 위원장, ‘런종섭’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종섭’이 유턴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이 대사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체류기간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렸다”며 재차 부인했다. 사의 표명 의사를 묻자 답을 피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0일) 이 대사 귀국을 언급하며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대사 즉각 귀국’을 요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자찬이다. 그런데 무엇이 해결됐나?이 대사는 본인 말대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6개국 대사가 참석한다는 이 회의가 ‘급조’됐다는 논란은 일단 ... -
출산율 0.6명대, 멸종이냐 성평등이냐
“한숨도 못 잤는데 단숨에 피로가 풀리는 아이러니.” “너 땜에 못 살다가 너 땜에 사는 아이러니.” “아...이러니 아이를 키우나 봅니다.”2월 14일 공개된 저출생 관련 공익광고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의 내레이션이다. 광고 초반에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겪는 애환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웃는 장면으로 끝난다. 메시지는 공허하고 접근법은 진부하다. 영상은 공익광고협의회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 있다.[공익광고협의회] '아이러니, 아...이러니' 편한숨도 못 잤는데🥱단숨에 피로가 풀리고😊너 때문에 못 살겠다가도😌너 때문에 사는🥰세상 힘들지만세상 행복한아이러니아....이러니아이를 키우나 봅니다#KOBACO #공익광고협의회 #공익광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https://youtu.be/VRXw6h4oe5Q지난해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들겠다고?
① “제가 국회에서 여러 답변을 할 때 국회 좌석들 보셨습니까. 대부분 비어있었죠. (국회의원은) 250명이면 충분합니다.”② “(전략공천이) 아닙니다. 우리 공천 시스템은 어제 발표드린 내용입니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쳐야 합니다.”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동훈)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①부터 본다. 한동훈은 지난 16일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지금 국회가 하는 일에 비해 의원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다음날 기자들이 의원 정수 감축을 두고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포퓰리즘’ 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입장을 물었다. 이런 지적에 반박하려면 여론조사 결과 같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동훈은 달랐다. ‘내가’ 국회에서 답변할 때 의석이 비어있었다는 걸 근거로 댔다. 나르시시스트인... -
문제는 ‘김건희’가 아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논객들이 연일 ‘김건희’를 외치고 있다. 경쟁적이다. 수위도 높다. ‘사가(私家)’로 가서 근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시대 왕후나 세자빈이 폐서인되면 궁에서 내쫓겨 가던 곳이 사가다. 금기어였던 V1(VIP1·대통령)·V2(VIP2·퍼스트레이디)도 거론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 ‘왜 직언하지 않느냐’며 비판하는 글도 줄을 잇는다.일단은 놀라운 변화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이 제기될 때 굳게 입 닫거나,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라며 감싸던 보수언론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짐작할 만하다. 총선 때문이다. ‘여사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식으로 놔뒀다가는 국민의힘이 질 거 같아서다.모두가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핵심은 김 여사도, 참모들도 아니다. 배우자를 ‘방치’하고, 직언하는 이에게 ‘격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른바 ‘명품 백’ 수수 논란이 터진 날이... -
장관들만 ‘행복한’ 대한민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가면 법무뉴스 메뉴 아래 보도자료 코너가 있다. 5149번 ‘법무부장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외국인 과학기술 연구자와 간담회 개최’ 보도자료가 흥미롭다. 지난 21일 한동훈 장관의 대전 카이스트 방문을 다룬 자료에는 사진 27장이 첨부돼 있다. 모두 한 장관이 돋보이도록 찍었는데, 마지막 사진은 한 장관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촬영하는 모습이다. 흡사 팬미팅을 연상케 한다.법무부 홈페이지는 법무부의 정책과 행정을 언론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운영된다. 이 사진은 어떤 정책·행정을 알리고자 게시한 건가. ‘장관님 덕질’하는 여권 지지층을 위한 서비스인가.한 장관은 최근 대구(17일)-대전(21일)-울산(24일)을 찍는 ‘전국 투어’에 나섰다. 대구에선 기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3시간여 동안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의 사투리가 아닌,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며 사실상의 ‘총선 출사표’도 던졌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