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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식 ‘검사 정치’의 완패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4·10 총선 결과는 이른바 ‘검사 정치’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서 어떠한 중간 단계도 거치지 않고 정치로 직행했다. 그들이 빚어낸 컬래버레이션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검사’와 ‘정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1. 검사의 삶은 이분법 그 자체다. 검사의 세계는 검사와 피의자,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린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다. 당연히 회색 공간은 없다. 피의자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간주되므로, 검사는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한다.

정치는 그렇지 않다. 100% 선도, 100% 악도 없다. 100% 승리도, 100% 패배도 없다. 회색의 중간지대를 사이에 둔 채 주고받고, 타협하고, 윈윈(win-win)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

2. 검사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에 익숙하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법적으로는 폐지됐지만, 조직 내 분위기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위에서 ‘내리꽂는’ 데는 저항감이 작은 반면,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낯설다.

정치는 반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는 ‘공복’(公僕·public servant)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민의 종이다. 종처럼 시민을 떠받들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민과 눈높이는 맞춰야 한다.

3. 검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피의자를 기소해서 재판에 넘기면 끝이다. 무죄 판결이 나와도 해당 검사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사과하지도 않는다. 사과할 경우, 법적으로 과실을 인정하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다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본인의 직접적 과실이 없더라도, 도덕적·정무적 책임을 진다. 사과는 물론이려니와 사임하는 경우도 많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2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2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모든 시민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검사도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검사의 태생적 한계를 탈피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어떠했나.

1-1. 이분법

윤 대통령은 야당, 노동조합, 교육계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겼다. 과학계를 겨냥해 ‘카르텔’ 운운하더니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선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자신은 지선(至善)이며,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들은 모두 척결 대상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이다.

2-1. 수직적 문화, 선민의식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민심 1위’ 유승민, ‘당심 1위’ 나경원 후보를 차례로 찍어냈다. 안철수 후보를 두고는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가 대통령이고, 국민의힘은 내 덕분에 집권당이 되었으니, 내 맘대로 내리꽂고 찍어눌러도 된다는 생각이었을 터다.

한 전 위원장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어록을 남겼다.

“이수정은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여러분을 위해서 나왔다”(3월27일 경기 수원 유세). “저는 검사 처음 시작한 날 평생 할 출세 다 했다고 생각했다. 더 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나라가 잘되길 바란다”(4월3일 충북 충주 유세).

자신과 이수정 후보 같은 ‘엘리트’는 시민을 받드는 종이 아니며, 시민에게 은혜를 베푸는 존재라 여기는 것이다.

3-1. 무책임성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 재직 시절 이 사건 수사·기소를 책임졌던 한 전 위원장은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답했다. “사실상 대법원의 수사의뢰로 진행된 사건이다.” 사건이 넘어왔으니 어쩔 수 없이 수사했을 뿐,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서지 않았다. 비서실장을 통해 짧은 입장을 전했을 뿐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4자였다. ‘송구하다’는 의례적 사과조차 없었다.

‘검사 정치’에는 대화도, 설득도, 양보도, 협상도 없다. 오로지 수사·규제기관을 동원한 압박 뿐이다. 칼은 칼집에 들어 있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휘두르기 시작하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정치의 본질을 외면한 힘 자랑으로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22대 총선에서도 검사 출신 후보들이 상당수 당선됐다. 등원하는 순간, 아니 지금 당장 ‘뇌구조’를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가기 바란다. ‘검사 정치’의 실패를 재연하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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