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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칼럼]교육기본법의 위험한 사용법
    교육기본법의 위험한 사용법

    “현시점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교육기본법 제14조 제2항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말이다. 지난달 문부과학성은 교토부에 있는 도시샤 국제고등학교의 헤노코 현장학습에 대해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947년, 전쟁을 교훈 삼아 교육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학교 교육 내용을 이 조항 위반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헤노코에서의 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조사에서 문부과학성이 지적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의 안전관리 부실, 또 하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 판단이다. 사고 원인을 따지는 조사가 교육 내용의 적법성 판단으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올해 3월16일,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앞바다에서 연수 여행 중이던 이 학교 학생들이 탄 배 두 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여고생 한 명과 선장 한 명이 숨졌다.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 안전...

    2026.06.09 20:07

  • [국제칼럼]영국 양당 정치 공백 채운 극우
    영국 양당 정치 공백 채운 극우

    지난 5월 초의 영국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권 중간평가를 넘어, 100년 넘게 유지돼온 양당 질서의 균열을 분명히 드러냈다. 잉글랜드에서 개혁당은 1453석과 14개 지방의회를 확보하며 제도권 정치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했다. 반면 노동당은 1068석, 보수당은 801석에 그치며 모두 후퇴했다. 특히 개혁당은 전통적 보수층뿐 아니라, 과거 노동당의 기반이었던 북부와 미들랜즈의 불만층까지 흡수했다. 이는 생활비 위기, 지역 쇠퇴, 공공 서비스 붕괴, 이민 문제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이 기존 양당 체제 안에서 더 이상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러한 흐름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웨일스에서는 노동당의 장기 지배가 약화되고 플라이드 컴리가 부상하면서, 연합과 협상이 중심이 되는 다당제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고, 개혁당은 의석을 확보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존...

    2026.05.26 20:06

  • [국제칼럼]걸프 못 지킨 아브라함 협정
    걸프 못 지킨 아브라함 협정

    2024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아브라함 패밀리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나는 그 건축물의 고즈넉함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모스크와 교회, 유대교 회당이 나란히, 같은 크기와 소재로 세워진 그 공간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의 살아 있는 상징이었다. UAE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지어진 이 세 종교의 집은 새로운 중동 질서의 도래를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협정의 설계자들은 이를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경제와 안보의 시대’라 불렀다. 당시 만났던 현지 관계자는 이 협상에 대해 ‘중동 지역은 이제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보다 걸프 국가들을 더 강타했다. UAE의 에너지 인프라와 기술 허브, 카타르의 가스 시설,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 페트로라인, 바레인의 데이터센터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세례를 받...

    2026.05.12 20:03

  • [국제칼럼]연대의 폭 넓히는 한·일 시민
    연대의 폭 넓히는 한·일 시민

    도쿄 한복판에서도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우연한 만남이었다.하루 업무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지하 상점가를 지나 개찰구로 가려는 순간, “하나, 둘, 셋. 이기자!”라는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를 모시고 미쓰비시중공업에 항의 방문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활동가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달 8일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긴급행동’에도 참가했다고 했다. 일행 중에는 이 행동을 기획한 지바 하나코씨도 있었다.지바씨는 이번 시위가 과거와는 매우 달랐다고 말했다.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이 참가했다. 평일 국회 앞 시위로서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참가자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일본의 시위는 대체로 장년층이 중심이지만, 이날은 20~30대 젊은층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지바씨의 느낌은 실제 조사 결과와도 맞아떨어졌다. 교도통신 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약 50%가...

    2026.05.05 20:03

  • [국제칼럼]에너지 충격과 유럽의 선택
    에너지 충격과 유럽의 선택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쟁의 참상이었지만 일상에서 체감된 변화는 의외로 빠르게 나타났다. 바로 유가 상승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에든버러의 주유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일부 저가 주유소 앞에는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몰리며 긴 차량 행렬이 형성됐다. 현재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 구조적 충격이다. 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10% 이상이 차단됐고, 유럽 내 원유와 가스 가격은 각 40% 이상 급등했으며,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항공편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에도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에너지기구가 이번 위기를 과거 오일쇼크를 능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그러나 정책 대응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가격상한제는 매력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2026.04.21 20:05

  • [국제칼럼]이란 ‘불타버린 세대’의 희망
    이란 ‘불타버린 세대’의 희망

    “잘 지내고 있어? 어떻게 지내? 우리는 모두 잘 지내. 네가 보고 싶다.” 이란의 한 도시에 사는 나의 ‘이란 가족’이 가족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나 역시 ‘전쟁’이라는 단어 대신, 그리고 질문을 아낀 채 곧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라는 짧은 답을 보냈다. 단 네 줄의 메시지 속에서도 수백 가지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다루는 보도 속에는 나의 이란 친구들은 없고, 위협과 팽팽한 긴장만이 존재한다.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지난 4월3일, 이란의 전직 외교부 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가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이례적인 글을 기고했다. 핵 협상의 산증인이자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이끌었던 그는, 이란 국민으로서의 분노를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자국에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괴롭다”고 토로한 그는...

    2026.04.07 19:57

  • [국제칼럼]외국인과 공생 위해 밀고하라?
    외국인과 공생 위해 밀고하라?

    일본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불법체류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등장했다.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약 93만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약 40만명으로 세 번째로 많다. 통계만 보면 일본은 외국인에게 선택받는 나라이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일본 사회는 외국인과 공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을 선택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는 듯하다.그 대표적인 예가 비자 신청 비용의 인상이다. 일본 정부는 입관난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류 자격의 변경, 갱신 신청 비용을 현행 1만엔에서 10만엔으로, 영주 허가 신청 비용을 1만엔에서 30만엔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많게는 30배 인상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왜 비용을 올려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

    2026.03.31 19:56

  • [국제칼럼]미식 열풍의 그늘 ‘스타주 문화’
    미식 열풍의 그늘 ‘스타주 문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셰프들의 창의성과 철학, 치열한 경쟁을 드라마처럼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요리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끌어올렸다. 대중의 미식 감수성은 한층 세련되어졌고, 셰프는 단순한 직업인을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재조명됐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조명 뒤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최근 세계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노마(Noma)’에서 제기된 학대 의혹과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의 사임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환기시켰다. 수십명의 전직 직원들은 언어적 위협과 신체적 폭력, 모욕적 통제가 존재하는 독성적 근무 환경을 증언했다. 이는 단지 한 인물의 리더십 문제라기보다 파인다이닝 산업 전반에 내재된 문화적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스타주(stage)’ 문화가 있다. 스타...

    2026.03.17 19:56

  • [국제칼럼]폭격이 가져다줄 수 없는 자유
    폭격이 가져다줄 수 없는 자유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28일 이란 전역에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감행했다. ‘장엄한 분노(Epic Fury)’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로 명명된 이 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십명의 수뇌부가 제거됐다. 올해 1월, 이란 정권은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총탄으로 진압하며 수천명의 시민을 학살했다. 그 정권의 수장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이스파한과 카라지의 거리에서는 경적이 울리고 테헤란 옥상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47년간 억압받아온 이들의 기쁨은 진심이었고, 그 감정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나의 이란 친구는 고국의 가족들 안위가 걱정되면서도, 다가올 이란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전했다.하메네이의 제거가 곧 이 전쟁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습을 ‘선제적 위협 제거’라는 언어로 정당화했다. 이는 국제질서를 힘의 논리로 대체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2026.03.03 20:08

  • [국제칼럼]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당파를 떠난 건설적인 논의가 가속되고 국민 사이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 국회 발의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지난 2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1강 체제’의 국회 모습이다. 이러한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화헌법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을 어떠한 내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일까?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헌법개정실현본부는 자위대 명기, 교육 충실 등 4개 항목을 담은 헌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안이 바로 주변국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위대의 명기’이다. 그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실력 조직으로서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언급한 자민당의 ...

    2026.02.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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