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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칼럼]‘일어서는 사자’의 충격
    ‘일어서는 사자’의 충격

    2025년 6월 중동에 전례 없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이 중동 정세에 던진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가 전면전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동 내 미군과 가족들을 대피시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시작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선제공격으로 이란 핵 과학자 9명과 군 고위 지휘관 30여명을 포함해 최소 224명의 사망자가 17일 현재 보고됐고,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보복을 넘어 이란의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전략적 작전이라 할 수 있다.주목할 점은 이번 공격의 정교함이다. 이란군 참모총장 모하마드 바게리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등 이란 군부의 수뇌부가 모두 제거됐고, 핵 과학자들 역시 자택에서 드론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처럼 세밀한 정보력 없이는 감행할 수 없는 공격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놀랍다. 이는 이스라엘 모사드가 수년간 축적한 첩보력의 ...

    2025.06.17 21:08

  • [국제칼럼]무너지는 ‘일본학술회의 신념’
    무너지는 ‘일본학술회의 신념’

    “과거를 반성하고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에는 협력하지 않겠다.” 학자들의 국회라고 불리는 일본학술회의가 75년간 지켜온 신념이다. 군사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협력하는 것과 학문에 권력이 간섭하는 것을 막아주던 이 방파제가 무너져버리는 것일까. 이르면 11일 열리는 참의원 본회의에서 학술회의의 법인화 법안 통과가 유력하기 때문이다.학술회의는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정부 특별기관으로 1949년 설립됐다. 학술회의에 대한 정부 관여가 시작된 건 2020년부터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6명의 새 학술회의 회원 임명을 자세한 설명도 없이 거부했다. 그 이유는 쉽게 엿볼 수 있다. 이 6명은 개헌, 안전보장 관련 법안, 특정비밀보호법 등 일본의 안보정책 전환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학자들이다.임명 거부 이후 일본 정부는 학술회의의 법인화에 착수했다. 새로운 법인화 방안을 보면, 총리가 아닌 학술회의가 회원을 선임...

    2025.06.10 20:57

  • [국제칼럼]5년 만에 손잡는 영국과 EU
    5년 만에 손잡는 영국과 EU

    2025년 5월,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협정을 체결했다. 무역, 어업, 국방, 청년 이동성, 탄소세 그리고 식품·동물 위생 협정까지. 양측은 다시 긴밀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테이블 앞에 앉았다. 이번 협정은 정치, 경제, 외교 측면에서 ‘브렉시트 이후 관계 재설정’의 첫 본격적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설정’은 이상적인 화해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히려 양측이 마주한 경제 현실에 기반한 ‘현실적 접근’이자 트럼프 미국 정부가 야기한 복잡한 국제 질서 속에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이번 협정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역과 통관 간소화다. 식품, 특히 동식물 제품에 대한 국경 검사가 대폭 줄어들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격 안정과 품목 다양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브렉시트 이후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던 영국 가계에 작은 숨통이 될 것이다. 무역 측면에서 영...

    2025.05.27 20:56

  • [국제칼럼]트럼프, 이란 상대 ‘되감기 외교’
    트럼프, 이란 상대 ‘되감기 외교’

    2025년 4월, 로마 주재 오만 대사관에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핵협상이 다시 열렸다.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년 핵합의(JCPOA)를 파기한 지 7년 만이다. 협상장 풍경은 기묘했다. 양측은 마주 앉지 않고 오만 측 중재자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이 불편한 거리감은 단지 외교적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불신의 깊이를 드러낸다.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이란은 농축이 국가 주권의 문제로 ‘협상 불가’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협상 실패 시 군사 행동을 위협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지난해 방문한 이란 테헤란 거리마다 여전히 솔레이마니의 거대한 초상화가 건물마다 걸려 있었다.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암살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이란 정체성에 대한 직접적 타격으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 죽었으나 영원히 살아있는 순교자로 추앙받는 그의 존재...

    2025.05.13 20:19

  • [국제칼럼]패전 80년, 다 해결됐다는 착각
    패전 80년, 다 해결됐다는 착각

    5월3일은 일본 헌법기념일이다.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평화헌법이 시행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는 남다른 헌법기념일을 맞이하고 있다. ‘전후 80년’, 정확히 말하면 ‘패전 80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일본 정부는 10년 주기로 담화를 발표해왔다. 패전 50년을 맞은 1995년에는 현직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무라야마 총리가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패전 60년에는 고이즈미 담화가 발표됐고, 패전 70년이 되는 해에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패전 80년을 맞이한 올해, 이시바 총리는 담화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더 이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베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사과받아야 할 역사가 남아 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가 그중 ...

    2025.05.06 20:20

  • [국제칼럼]영드 ‘소년의 시간’이 던진 질문
    영드 ‘소년의 시간’이 던진 질문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는 13세 소년이 여학생 살해 혐의를 받는 사건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퍼져 있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셀(Incel) 문화, 유해한 인플루언서, 온라인 여성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중등교육 과정에서 이를 무료로 접할 수 있게 됐다.드라마는 ‘소년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나’에 집중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는 남녀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문화의 실체를 들춰낸다. 특히 극중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에게 외면당한다고 느끼는 매력 없는 남성을 뜻한다. 이들...

    2025.04.22 20:32

  • [국제칼럼]트럼프발 ‘한덕수 출마’의 진실
    트럼프발 ‘한덕수 출마’의 진실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에서 주목받은 것은 관세도, 방위비 분담금도, 미국산 LNG도 아닌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였다.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말도 없이 “그런데 대선에 나갈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민 중이나 결정 못했다”는 한 권한대행 답에 꼬리를 문 여러 해석이 주말을 지나며 ‘한덕수 차출론’으로 번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 권한대행에게 대권 도전 의사를 물었을까. 인사치레로 던지기엔, 질문이 가볍지 않다. 한 권한대행 출마가 유력하다고 판단했을 리도 없다. 양 정상 통화는 한 권한대행 차출론이 본격 거론되기 전에 이뤄졌고,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이 차출론을 지핀 불씨가 됐다. 혹자는 중국 압박에 한국 협조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에게 구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는데, 그리 협조가 절실했다면 애초 한국이 ‘미국 삥 뜯는 국가’로 찍혀 관세폭탄을 맞는 일도 없었다....

    2025.04.15 21:27

  • [국제칼럼]튀르키예 ‘시민 보이콧’ 의미
    튀르키예 ‘시민 보이콧’ 의미

    이스탄불의 4월, 보스포루스 해협의 윤슬이 반짝인다. 시민들은 연휴를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적 긴장이 존재한다. 지난달 19일,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구속 소식이 국제사회에 전해졌다. 임박한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도전자로 간주되던 이마모을루는 공식적으로는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나 여러 관측통은 이 조치에 대해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4월2일, 튀르키예 전역에서 시민들의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정부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체와 방송 매체를 대상으로 한 이 보이콧은 단순한 경제적 거부를 넘어 민주적 가치 수호를 위한 시민 불복종의 표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보이콧이 실질적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점도 일부 있지만, 지금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튀르키예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저항 방식임은 분명하다. 특히 대학생들은 수업 보이콧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5.04.08 20:58

  • [국제칼럼]‘격차사회’ 한국, 일본에도 있다
    ‘격차사회’ 한국, 일본에도 있다

    격차사회 한국. 일본인이 한국 하면 떠올리는 인상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격차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속으로 말한다. “너희 나라도 만만치 않아.”새로운 연도가 4월부터 시작되는 일본. 매년 2월부터 3월 사이에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이 진행된다. 2월에 노동조합이 사측에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다. 3월이 되면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이 대답을 내놓는다. 봄에 진행된다는 의미에서 춘투라고 한다.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많은 대기업이 노동조합의 인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노동조합의 요구보다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는 회사도 있었다. 일본 최대의 노조 연합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따르면 평균 임금인상률은 5.4%였다. 33년 만에 5%대를 기록했던 작년에 이어 높은 인상률이다. 렌고의 요시노 도모코 회장은 “고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협상 결과를 반겼다. 임금 인상의 흐름은 일부 중소기업으로도 이어졌다. 중...

    2025.04.01 20:56

  • [국제칼럼]트럼프와 유럽, 교집합 찾을까
    트럼프와 유럽, 교집합 찾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유럽에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거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유럽연합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협한다. 특히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유럽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동안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약화하고 무역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0의 유럽 정책은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무역전쟁을 벌였다. 그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산 자동차 및 기타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경제의 핵심 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유럽연합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

    2025.03.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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