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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칼럼]폭격이 가져다줄 수 없는 자유
    폭격이 가져다줄 수 없는 자유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28일 이란 전역에 대규모 합동 공습을 감행했다. ‘장엄한 분노(Epic Fury)’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로 명명된 이 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십명의 수뇌부가 제거됐다. 올해 1월, 이란 정권은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총탄으로 진압하며 수천명의 시민을 학살했다. 그 정권의 수장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이스파한과 카라지의 거리에서는 경적이 울리고 테헤란 옥상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47년간 억압받아온 이들의 기쁨은 진심이었고, 그 감정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나의 이란 친구는 고국의 가족들 안위가 걱정되면서도, 다가올 이란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전했다.하메네이의 제거가 곧 이 전쟁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습을 ‘선제적 위협 제거’라는 언어로 정당화했다. 이는 국제질서를 힘의 논리로 대체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2026.03.03 20:08

  • [국제칼럼]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당파를 떠난 건설적인 논의가 가속되고 국민 사이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 국회 발의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지난 2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1강 체제’의 국회 모습이다. 이러한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화헌법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을 어떠한 내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일까?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헌법개정실현본부는 자위대 명기, 교육 충실 등 4개 항목을 담은 헌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안이 바로 주변국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위대의 명기’이다. 그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실력 조직으로서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언급한 자민당의 ...

    2026.02.24 20:06

  • [국제칼럼]확산되는 청소년 ‘SNS 규제’
    확산되는 청소년 ‘SNS 규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프랑스 하원은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각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규제에 나서는 배경에는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라는 분명한 정책적 명분이 존재한다. 프랑스 식품, 환경, 직업보건안전청(Anses)은 지난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취약한 심리 상태를 겨냥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사이버 괴롭힘과 같은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가 한 번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응하면, 유사하거나 더 극단적인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감정적 악순환이 강화되는 구...

    2026.02.03 19:57

  • [국제칼럼]아물 수 없는 이란의 역사적 기억
    아물 수 없는 이란의 역사적 기억

    “리알화 가치가 아프가니스탄 돈보다도 못해요.” 2024년 가을 이란 방문 당시, 택시 기사가 한숨 섞어 뱉은 이 한마디는 붕괴해가는 이란 경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시에도 달러당 리알화 가치는 폭락해 있었다. 100달러를 환전하자 말 그대로 돈뭉치를 받았다.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습 이후 리알화 하락세는 가속화됐다. 같은 해 12월28일 일요일, 테헤란 알라에딘 전자상가를 시작으로 이란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시위가 일어났다.‘2026 이란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공화국 건국 이래 가장 대규모인 동시에, 가장 잔혹하게 사상자가 발생한 시위로 기록되고 있다. 1월20일 현재까지 인터넷은 단절된 상황이고, 매체에 따라 수천에서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인터넷 차단이 이란의 새해인 3월20일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많은 이들은 이번 시위가 기존 ...

    2026.01.20 20:00

  • [국제칼럼]스파이는 외국인이라는 착각
    스파이는 외국인이라는 착각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외국인 비율이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미에현에서, 지사가 1999년에 폐지했던 외국인 채용 제한 규정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외국인에 의한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외국인을 채용했을까. 확인해 보니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일까. 외국인을 잠재적인 스파이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를 이해하기 위해 눈여겨볼 움직임이 있다. 바로 ‘스파이방지관련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에는 외국인 스파이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스파이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지난해 10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체결한 연립정권의 합의에는 내년까지 대외정보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야당도 이 법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관련 법안을 잇따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미에현 지사의 발언은 이러한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1985년에도 스파이방...

    2026.01.13 19:45

  • [국제칼럼]유럽과 한국의 캔슬 컬처
    유럽과 한국의 캔슬 컬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적 인물의 문제적 발언이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집단적 실천으로 이해된다. 예매한 표를 취소하듯 사람을 ‘캔슬’하는 태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확장된 디지털 환경과 즉각적인 도덕 판단을 부추기는 온라인 문화가 있다.유럽에서 전개된 캔슬 컬처는 흔히 상상되는 무차별적 마녀사냥과는 거리를 둔다. 그것은 개인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윤리적 일관성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박 장치에 가깝다. 대표적 사례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된 발언 이후 그는 강한 비판과 불매 운동에 직면했지만, 출판이나 발언의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논쟁의 핵심은 개인을 사회적으로 지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여전히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가에 머물렀다.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11년 반유...

    2025.12.30 19:58

  • [국제칼럼]말라가는 중동, 기후난민 시대
    말라가는 중동, 기후난민 시대

    “물, 전기, 생명-우리의 기본 권리!” 올해 5월부터 이란 곳곳에서 터져 나온 절규다.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사흘째 물이 끊긴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외침이었다. 테헤란의 라트얀 댐은 9%의 물만 남았고, 마슈하드의 아르다크 댐은 3%에 불과했다. 이란 전역 19개 댐이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11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비가 오지 않으면 테헤란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사원에서 열리기도 했다. 또한 이란 전역에서 이 기후위기에 맞선 시위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국가의 대통령이 1500만명이 사는 수도의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위기의 심각성을 말해준다.이란은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해 있다. 올해 11월까지 강수량은 평년 대비 81%나 감소했으며, 테헤란에 물을 공급하는 5개 주요 댐의 평균 저수량은 10%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심각한 가뭄의 배경에는 최근의 기후위기를 넘어 깊은 뿌리가 있다....

    2025.12.16 19:58

  • [국제칼럼]대학 너마저, 일본인 퍼스트?
    대학 너마저, 일본인 퍼스트?

    배타주의에 편승한 정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유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도호쿠대학 총장의 말이다. 다양성이 풍부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현재 2%에 불과한 학부 유학생 비율을 2025년까지 20%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유학생 수업료 인상이다. 왜 하필 지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1일 도호쿠대학은 2027학년도부터 학부와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유학생의 수업료를 현재의 약 53만엔에서 90만엔으로 1.7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교육 환경 개선에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하필 왜 유학생만이 대상일까?그 근거로 삼는 것이 해외의 일부 대학이 적용하고 있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유학생은 어학 교육과 생활 지원 등이 필요하므로 내국인 학생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해외 대학도 유학생에게 더 많은 수업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립대학 예산은 매년 줄어들...

    2025.12.09 20:01

  • [국제칼럼]‘노동의 새벽’, 유럽도 매한가지
    ‘노동의 새벽’, 유럽도 매한가지

    새벽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는 이제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빠른 배송은 일상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 논란은 새벽배송 체계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이벤트가 다가오면 노동의 취약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유럽과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쇼핑 성수기가 다가오면 주당 60시간 가까운 노동을 요구한다. 로봇과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며, 하루 수만보를 걸어야 하는 창고 노동자들은 만성 통증과 부상을 호소한다. 영국에서는 창고 노동자의 80% 이상이 지속적인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하며, 이들의 부상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작업 속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시간 초과’ 경고...

    2025.11.25 21:58

  • [국제칼럼]‘그저 사고’가 아닌 시민불복종
    ‘그저 사고’가 아닌 시민불복종

    2025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은 감독이 비밀리에 촬영한 이 작품은,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다섯 명이 자신들을 고문한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며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복수가 아닌 용서, 증오가 아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권이 무너질 때 폭력은 끝날 것인가, 아니면 폭력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인가?”파나히 감독은 단순히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에게 영화 만들기는 정치적 저항이 아닌 인권의 실천이다. 칸 영화제 수상 소감에서 그는 “아무도 우리에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3년 전 이란에서 시작된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은 히잡 강제 착용에 저항하며 폭발...

    2025.11.11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