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 창립자 마윈은 2017년 과학 기술이 지배할 미래에 살아가기 위해 자녀들에게 지금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역설했다.
“교육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30년 후 우리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교육은 200년 전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그렇게 가르쳐서는 우리 아이들이 더 똑똑해지는 기계와 경쟁할 수 없다. 기계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 믿음, 독립적 사고, 팀워크,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소프트한 가치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스포츠, 음악, 미술이다.”
과거 책이 없을 때, 미디어가 부족할 때, 배울 곳도 지도할 사람도 없을 때 우리는 학교에서 교과서로 거의 모든 지식을 배웠다. 그게 국어, 수학, 과학, 역사, 언어 등으로 명명된 교과들이다. 당시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역할이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가 넘치고 넘친다. 오프라인 교육 콘텐츠가 과할 정도로 풍부하다.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 챗GPT 등을 이용하면 원하는 지식, 정보, 식견 등을 대부분 찾을 수 있다.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AI)까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저장하고 분석하고 암기하며 답도 내놓는다. 기성세대 경쟁 상대는 사람이었지만, 우리 자녀의 경쟁 상대는 과학 기술이다. 우리 자녀에게 영어 단어, 수학 공식, 연도를 외우게 하는 게 과거만큼 엄청난 의미와 무게감을 지니지 않는다. 지금은 다양한 관점에서 얻는 수많은 지식과 해석을 어떻게 융복합적으로 이해할지,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 시대에 인간이 어떤 가치와 존엄성을 갖고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하는 때다.
스포츠, 음악, 미술도 과학이 침범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인간이 어느 정도 창조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다수 선진국과 유명한 학교들은 스포츠, 음악, 미술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 공교육만 딴판이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는 신체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론상’ 명기됐지만 실제로는 뒷전으로 밀렸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체육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 음악, 미술, 체육을 한데 묶어 ‘즐거운생활’로 편성돼 있지만 실제로 하는 신체활동은 소꿉장난, 꽃구경 등 소근육을 꼼지락거리는 게 전부다.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 1·2학년 교실에서 노랫소리가 끊긴 곳도 많다. 그나마 미술은 형편이 조금 낫다.
정부는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에 체육을 단독 교과로 편성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바꾸려면 국가교육위원회 결정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통합 교육을 깨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유치원부터 연령대별로 대근육 중심 신체활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들이 융복합 교육을 몰라서 체육을 단독 교과로 가르치는 것일까. 아니면 신체활동이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교육적으로 자녀들이 원만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일까.
노래도 못 부르고, 몸도 못 가누는데 무슨 통합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 개별적인 것에 익숙해진 뒤에야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는 걸 국가교육위원회만 모르는 것일까. 아이들의 움직임은 본능이며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