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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읽기]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선거가 민주주의 꽃인지는 몰라도 ‘꼭’ 필요하다. 질리는 구석도 많지만 선거가 있어야만 정치인 공과가 드러난다. 눈대중으로라도 사는 지역 사정이 다른 지역보다 처지는지 앞서나가는지 가늠도 한다. 일례로 이번 농촌선거에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쟁점인데, 기본사회,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며 야당의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 여야 모두 농어촌기본소득을 약속하며 새끼손가락을 건다.다만 선거의 시간은 도시와 농촌이 다르게 흐른다. 농촌은 지역 범위는 넓지만 인구는 적어 선거 정보가 마을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중요 정보 창구인 TV뉴스에는 세 싸움 강한 대도시의 굵직한 선거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다 겨우 지역뉴스 말미에나 군수 후보 정도가 슬쩍 스칠 뿐이다. 귀가 찢어질 듯한 선거운동 소음도 농촌마을에는 닿지 않고 고요하다. 그러다 보니 토호들 입김에 휘둘리는 ‘막걸리 선거’일 때도 있고, 출마자들도 법 지켜 선거 치르면 손해다 싶어 대놓고 법을 함께 어긴다.후보 자질 시비의 차원...

    2026.05.14 20:18

  • [세상 읽기]말하지 않은 게 아니다
    말하지 않은 게 아니다

    지난 4월 발의된 한예종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전 관련 법안이 논란이 됐다. 이 이슈는 지역소멸 위기와 코앞으로 다가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감케 한다. 이재명 정부는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 아래 지역통합을 추진하고, 지역의 산업 기반을 육성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책들이 제안된다. 한예종 이전 법안도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수도권 유출로 인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가 위축되”는 현실을 제안 이유로 든다.지역 청년 일자리 확대의 목적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도록 해 지역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소멸론의 핵심 전제가 ‘아이를 낳아줄’ 청년 여성이 지역을 떠난다는 인식에 있음을 알려준다. 지역소멸지수는 지역 거주 가임기 여성의 인구수로 측정된다. 그 관점은 정확히 10년 전 발표돼 논란이 된 ‘가임기 여성 지도’로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청년 유출’은 ‘가임기 여성 유출’이고, ‘인구 관리’는 출산의 당사자인 청년 여성의 몸과...

    2026.05.11 20:09

  • [세상 읽기]미래는 평화롭습니까?
    미래는 평화롭습니까?

    1910년 3월24일. 한 남자가 카메라를 켜고 자신이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걸으며 소개하는 장소는 중국 동북부 지역에 있는 뤼순 감옥. 200개가 넘는 감방 중 그의 방은 간수실 옆 복도 끝 방이다. 방에 들어선 그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얼굴이 잘 보이는 위치에 고정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뤼순 독방에서 나, 안가 중근을 만나고 있습니다.”2026년 4월5일, EBS에서 드라마 하나가 시작됐다. 제목은 <AI 드라마-부활수업>(이하 ‘부활수업’). 역사나 신화 속 인물이 결정적 순간, 카메라 앞에서 남겼을 법한 말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상 메시지’로 만든 드라마다. 한 편의 분량은 길지 않다. 7~8분 정도다. 매회 다른 인물이 나와 이야기하고 질문을 건넨다. 카메라 너머 시청자와 눈을 맞추며 미래의 조국이 평화로운지 묻고(안중근), 신간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고(버지니아 ...

    2026.05.07 20:23

  • [세상 읽기]모두를 위한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모두를 위한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절을 되찾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여유를 누리는 것 같다. 해가 밝은 오후에 동네를 산책하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잠시 멈춰가며 느긋해진 모습을 보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노동절의 기원이 빈곤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 요구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풍경은 노동절과 꽤 잘 어울린다.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 뛰어노는 걸 보고 싶다면 모두에게 이런 날들이 더 자주 와야 할 것이다. 더욱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 전방위적인 고용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간을 큰 폭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일자리와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서로를 방치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돌볼 수 있으려면 역시 보통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여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8시간 노동’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상상을 넘어 정책으...

    2026.05.04 20:14

  • [세상 읽기]무관심의 질주
    무관심의 질주

    로스앤젤레스(LA)에 다녀왔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서울과 비교하면 LA 시내는 기괴할 정도로 한적했다. 텅 빈 도시를 가득 채운 것은 자동차였다.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날 때마다 눈에 띈 것은 두 가지였다. ‘렌트 가능’ 푯말이 붙은 집들과 거리에 즐비한 홈리스들. 빈집이 이렇게 많은데도 홈리스가 넘쳐난다는 게 의아하면서도 약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홈리스들이 무섭다는 감정이 교차했다.하지만 자동차를 탄다면 그들을 굳이 대면할 필요는 없다. 홈리스의 텐트 역시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될 뿐이다. 홈리스가 밀집한 한 동네는 방치된 장소처럼 느껴졌는데, 모두가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시라면 어쩐지 납득할 만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말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플리마켓을 열고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거주할 곳이 없는 불안과, 거주하는 곳이 위험해지는 불안 사이에서 안전한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광객인 나 역시 구별된 장소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동차 안에서...

    2026.04.30 19:56

  • [세상 읽기]어느 부고에 부쳐
    어느 부고에 부쳐

    문단 내 미투 운동을 했던 김현진씨의 죽음은 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가해자는 죄에 따라 계산된 벌을 받았다. 미투 전후 김현진씨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난한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나는 김현진씨와 김현진씨 사건의 가해자인 시인 두 사람 모두와 친분이 없지만, 그 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 싸움이란 가해자나 법률적 다툼만 말하는 건 아니다. 가장 힘든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사건은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도 하니까.나는 문단 내 미투 운동의 바람이 잦아들 즈음 등단했다. 바람은 거셌다. 미투와 코로나로 출판계에서는 연말 행사가 거의 중단된 시점이었다. 문학계에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꼭 10년이 지났다.문예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얼마 전 성폭력·성희롱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면서 다시금 떠올린 것들이 있다. 가령, ‘작품 안에서 2명 이상의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가’라든지, ‘글 안에서 인물이 여성 혐오적...

    2026.04.27 19:48

  • [세상 읽기]미래와 현재를 구하는 숙의민주주의
    미래와 현재를 구하는 숙의민주주의

    미래세대는 어떻게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짧지 않은 국회 기후특위 산하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활동 중에 가장 큰 고민은 미래세대의 참여였다. 기후위기는 미래세대의 당면과제다. 어른의 시각과 현재의 기준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만 정작 미래세대는 정책 결정에서 제외돼 있다.헌법재판소도 같은 판단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을 헌법불합치(2024년 8월29일)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는 방식’을 말하며,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현재가 미래를 구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믿었다. 공론화위원회는 그 방법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의 의견을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고, 그 결과 기존 공론화조사 방식과 다른 차별화를 시도했다....

    2026.04.23 19:58

  • [세상 읽기]서울제대로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

    2026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제39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작가 수상자로 영국의 마이클 로젠이 호명됐다. 우리에게는 <곰 사냥을 떠나자>의 글쓴이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시, 논픽션, 그림책 글을 골고루 쓰면서 계관시인이 될 정도로 어린이책 작가의 대표 자리에 올라 있는 그에게는 깊은 아픔이 있다. 갓 스물 된 아들 에디가 감기인지 몸이 안 좋다고 침실로 들어가더니 다음날 아침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급성뇌수막염이었다. 그때의 심정은 <내가 가장 슬플 때>라는 그림책에 들어 있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일 터이지만, 마이클 로젠은 거기 빠져 있지만은 않았다. 자기와 같은 일을 겪는 부모가 또 나오지 않도록 뇌수막염 연구소를 세우는 데 앞장선 것이다.어려서 독일로 이주한 예비 일러스트레이터 민들레씨는 볼로냐 도서전의 한 한국출판사 부스에서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선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낸 그는 자...

    2026.04.20 20:04

  • [세상 읽기]비닐의 무게, 친환경의 무게
    비닐의 무게, 친환경의 무게

    별일을 다 겪는다. 내란도 모자라서 책에서 배웠던 ‘오일쇼크’를 목도하자 역사를 관통하는 느낌마저 든다. 전쟁으로 무고한 생명을 잃고 절규하는 중동 시민들과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있는데 석유파동이니 어쩌니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그래도 석유는 힘이 세다. 농업이야말로 석유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며 친환경 농업마저도 석유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유기농법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지만 무농약농법은 합성농약은 쓰지 않되 화학비료는 권장량 3분의 1 이내로 쓴다. 여기에 멀칭비닐과 포장재, 모종포트, 비닐하우스 피복필름까지 친환경 농업도 비닐과 플라스틱에서 헤어날 수 없다.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온실재배를 많이 하는 나라로 비닐하우스 겨울 난방이 농사의 성패를 가른다. 겨울에 비닐하우스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작물 생장에 이상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진다. 특히 요즘 재배가 늘고 있는 바나나와 망고 같은 아열대작물은 겨울 난방이 필수다. 친환경 농업이...

    2026.04.16 19:48

  • [세상 읽기]벽을 두드리는 기억과 목소리
    벽을 두드리는 기억과 목소리

    탁월한 연설가인 노무현의 역사적 연설 중 하나는 2002년 울산지역 국민경선 연설이다. 그는 처절하게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기억을 공유하는 지역민과 자신을 묶어 하나의 ‘기억의 공동체’로 호명했다. “저와 같은 뜻을 가지고, 울산에 야당을 건설하자 울산에 민주정당을 건설하자는 충정 하나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죽어가고 패가망신한 많은 가슴 아픈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그 동지들 지금 이 자리에 계시잖습니까.” 노무현은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노무현 돌풍’의 시작이었다.“우리가 남이가”라며 강고하게 닫힌 철벽같은 마음에 균열을 내는 건 그 장벽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간절하게 쌓아 올린 ‘대항적 기억’이다. 권력은 그 위험성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비주류의 기억을 고립시키려 한다. 1946년 10월 대구항쟁은 ‘좌파가 사주한 폭동’으로 취급됐고, 팔공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는 2·18대구지하철화재...

    2026.04.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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