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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읽기]산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산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경북 의성에는 흰 자두꽃이 한창이다. 산불 현장 답사에 동행한 농민은 저 꽃에서 열매가 제대로 열릴지 걱정했다. 산불 열기로 밭의 멀칭 비닐도 녹았는데 여린 꽃과 나무도 화상을 입었을까 싶어서다. 게다가 지력이 약해져 산사태가 날 수 있어 다가올 여름도 두렵다. 이런 형편이건만 산불로 금사과 사태가 날까 걱정하는 시중의 말들이 박절하다.31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산불은 역대 최악이었다. 주민들은 불을 끄다 숨진 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이웃을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방재 연구자들은 대형화되는 산불의 추세를 꺾기 어렵다며 대형 인명피해를 우려해 왔다. 산불은 더 커지고 잦아지나 사람을 보호하는 대책은 더디다. 무엇보다 농산어촌에는 고령자가 많다. 귀도 어둡고, 볼 줄 몰라 대피 문자 메시지도 못 보고, 거동도 어려워 위험천만하다. 주기적인 재난 안전 훈련이 꼭 필요하다. 대피소에서 지내는 불편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관절 성치 않은 노인들에게 딱딱한 바닥은 고역이다. 그러나 ...

    10시간 전

  • [세상 읽기]파면 결정에 담긴 실마리
    파면 결정에 담긴 실마리

    넉 달 걸려 ‘윤석열 파면’을 맞았는데 기쁨의 유효기간이 나흘도 가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던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감행했다. 지명된 이들의 면면도 놀랍다. 헌재 결정을 무를 수 없으니 헌재에 얼룩이라도 묻히겠다는 심산인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던 계엄 선포 담화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세력들과 맞서 싸워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김문수의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이 이어받았다. 윤석열의 대장놀이는 유효기간이 늘고 있다.계엄을 떠받친 극우. 민주주의의 파괴를 정당화하고 지지할 준비가 된 세력이 있음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모두 알게 됐다. ‘윤석열 파면’이 남긴 숙제는 계엄 이전의 민주주의 회복에 그칠 수 없다. 극우가 사라지고 나서야 민주주의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를 살려낼수록 극우의 세력화가 저지된다. 계엄 이후 우리는 극우를 살피기도 버거웠다. 그만큼 다시 세워야 할 민주주의가...

    2025.04.14 21:28

  • [세상 읽기]국민적 연대 실행할 대통령 뽑자
    국민적 연대 실행할 대통령 뽑자

    지난해 12월3일 위헌적인 계엄이 기습적으로 선포된 후 122일 만에 마침내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파면 결정의 준거는 헌법이다. 하지만 단순히 헌법재판관 8인의 헌법 해석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다. 122일 동안 시민이 광장에 함께 모여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를 성찰한 덕분이다. 한 사회는 심층적 차원에서 사회적 삶에 궁극적인 방향을 제공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돼 있다. 이러한 가치는 각자 뿔뿔이 흩어져 먹고사느라 바쁜 일상의 삶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를 근본적인 위기에 빠뜨리는 문제적 상황이 발생하면 다르다.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녕 무엇인가.”윤석열의 위헌적 계엄 선포는 한국 사회를 근본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 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시민의 동기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광장으로 시민을 이끈 동원 기제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참여 동기와 동원 기제는 다...

    2025.04.10 21:34

  • [세상 읽기]트럼프를 한·미 FTA로 끌어들이려면
    트럼프를 한·미 FTA로 끌어들이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계획은 성공할까? 트럼프 관세로 미국 주식은 대폭락했다. 그는 미국 무역적자가 국가 비상사태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국제비상경제권법’을 동원해 관세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그는 막상 러시아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 무역적자의 17%나 차지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부과하지 못했다.한국에는 멕시코의 해결 사례가 의미가 크다. 멕시코에 대해 백악관은 에둘러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요건을 맞춘 멕시코 제품에는 0% 관세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 속뜻은 멕시코에 대해서는 2020년에 발효한 현행 무역협정 체제를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멕시코에는 상호관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다.한국의 대응은 멕시코 방식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멕시코와 동일하게 한국도 트럼프를 자유무역협정(FTA)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점이 내가 트럼프 당선 후 멕시코를 주목한 까닭이다.멕시코는 어떻게 성...

    2025.04.07 21:04

  • [세상 읽기]계엄 폐지와 시민불복종
    계엄 폐지와 시민불복종

    최근 광장에 국민의례와 애국가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을 거치며 국민 대신 시민이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를 뒤집듯 국민이라는 말이 되살아나고 있다. 고작 글자 하나 다를 뿐이지만,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감각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12·3 쿠데타의 경험으로부터 얼마나 근본적인 성찰로 나아갔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날 밤 국가는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었고,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상식은 배신당했다. 배신의 경험은 국가를 질문에 부치게 만든다.그 질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 5월 계엄군은 광주의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국가의 정당성을 추궁하는 질문이 되었다. 민주화 이후인 지난 11년 전, 세월호의 침몰을 목격한 시민들은 비통함을 담아 “이게 나라냐” 물었다. 국가가 시민을 지켜주지 않는 경험은 반복되고, 그 반복의 오랜 역사가 트라우마로 되살아난다. 만약 자국민에게 총을 겨눈 국가의 국민이라는 자리에 편...

    2025.03.31 21:49

  • [세상 읽기]‘복합위기 시대’ 해법, 지역 노동정책에서 찾자
    ‘복합위기 시대’ 해법, 지역 노동정책에서 찾자

    지자체에서 노동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2015년 서울을 시작으로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들이 노동정책을 수립했다. 경기·광주·충남·부산·경남·제주 등 광역단체만이 아니라 경기 수원·성남·화성 등에서도 정책을 추진했다. 각기 지역 현실에 맞는 노동정책을 펼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조례 제정부터 기본계획 수립과 노동센터 운영 및 이해당사자와의 거버넌스까지 제도화되고 있다. 정책의 초점이 ‘고용’이나 ‘일자리’에서 ‘노동’으로 확장된 시기다. 고용의 질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동기본권 향상이 주된 의제다.되짚어보면 초기에는 주로 고용 불안정이나 저임금 문제가 관심사였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권리 보호와 생활임금 도입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지역별로 차별성을 위한 노력은 새로운 의제 모색으로 진화했다. 노동이사제부터 감정노동, 유급병가,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들 모두 지자체에서 시작해 중앙정부로 확대된 정책이다. 불안...

    2025.03.27 20:58

  • [세상 읽기]사회 전환의 실패, 2025년 연금개혁
    사회 전환의 실패, 2025년 연금개혁

    우리 사회는 전환을 도모하지 않고도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의 경로에 갇혀 그대로 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는 노후불안과 빈곤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전환을 도모하는 데 실패한 개혁이다. 1988년에 국민연금이 만들어졌지만,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는 노후불안의 경로를 벗어나질 못했다. 국민연금은 낮은 수준의 보장으로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어떤 생애과정을 거치든 대다수에게 노후불안은 필연이 됐다. 노후의 경제적 불안정이 만연한 곳에서는 노후뿐 아니라 전 생애가 문제가 된다.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약간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몰두하게 된다.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혁신도, 모험도 심지어는 사랑도 어렵다.2025년 연금개혁은 이러한 노후보장 경로의 지속과 전환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사회적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번 개혁에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43%로 약간 올리지만...

    2025.03.24 21:12

  • [세상 읽기]쌀이 그렇게 나쁩니까
    쌀이 그렇게 나쁩니까

    8만㏊, 평수로 환산하니 2억4200만평이다. 30평 아파트를 떠올려보니 가늠도 안 되는 엄청난 넓이다. 계엄 사태로 엄혹했던 지난해 말, 농식품부가 2025년 주요 농정 목표로 벼 재배면적 8만㏊를 감축하겠다고 뜬금포를 날렸다. 벼 재배면적 70만㏊의 12%인 8만㏊를 축소하면 쌀 40만t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속이다. 쌀 40만t은 매해 한국이 수입하는 쌀의 양이다. 쌀은 덜 먹는데 벼농사가 쉬워 쌀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으니 관리 비용이 들어 감산해야 한다는 기조는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느닷없이 8만㏊를 줄이라 하니 농민과 행정업무를 맡은 지자체 공무원들 모두 어리둥절하다. 1970년대 통일벼를 심지 않으면 단속 공무원들이 모판을 엎었다더니 2025년에는 대체 무엇을 엎을 것인가.일단 밥쌀 말고 다른 농사를 지어보라 한다. 자급률이 낮고 쓰임이 많은 콩, 밀, 옥수수, 깨, 조사료를 전략작물로 지정하고, 빵 만드는 가루쌀(분질미)을 심는 것도 권하고 있다. 여기에 친...

    2025.03.20 21:49

  • [세상 읽기]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사이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사이

    윤석열 구속은 취소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은 확인되지 않는 일주일을 보냈다. 다수가 예상하던 탄핵 인용이 뒤집혀 기각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가장 길고 불안한 일주일이었다. 구속 취소 결정이 없었다면 그저 조금 긴 일주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책임한 법원과 노골적 편들기에 나선 검찰의 합작품으로 윤석열이 석방되자 또 무슨 기괴한 논리가 등장할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상황이 탄핵 반대 세력에는 승리를 향해 가는 서사를 안겼다. 구속 취소 결정이 마치 무죄를 예비한 것처럼, 계엄 이후 부당하게 탄압당한 대통령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처럼 주장하며 탄핵심판 결론도 뒤집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퍼뜨렸다. 국민의힘은 탄핵 각하 주장을 들고나왔다. 절차적 시비로 실체적 진실을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 석방으로 탄핵 반대 세력이 ‘희망’을 맛봤다.희망은 힘이 세다. 탄핵 반대 세력의 기대가 배반될 때 불복 행동은 더욱...

    2025.03.17 20:42

  • [세상 읽기]뉴라이트의 메타정치
    뉴라이트의 메타정치

    지난 6일 독일 공영방송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려다 취소했다. <인사이드 코리아: 중국과 북한 그늘 아래의 국가 위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25일 방송사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된 바 있다. 계엄을 옹호하는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과도하게 담고 있다. 한국의 국가 위기에 미국·중국·북한 간의 권력 투쟁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윤석열 지지가 51%, 반대가 47%라고 알렸다. 외교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방적 주장에 대한 교민과 시민단체의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방영을 취소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다큐멘터리도 삭제했다. 우발적 에피소드로 보기엔 찜찜하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뉴라이트 세력의 ‘초국적 연결망’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노출했기 때문이다.뉴라이트가 유럽에서 발흥한 역사는 꽤 길다. 시작은 1960년대 후반에 출현한 프랑스의 뉴라이트(Nouvelle Droite)다. 19...

    2025.03.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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