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박래군의 인권과 삶
  • [박래군의 인권과 삶]평등의 토대 위에 세워질 민주주의
    평등의 토대 위에 세워질 민주주의

    21대 대선 결과를 보고 우울했다. 내란을 종식하기 위한 6개월간의 투쟁 뒤에 치러진 대선 결과로는 믿기 어려웠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그만큼의 표가 나올 수 있는가? 이재명 후보는 50%를 넘지 못했고,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권영국은 1%도 넘지 못했다. 내란당인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를 바랐던 나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어제와는 다른 민주주의 만들어야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시민의 평화적인 저항으로 친위쿠데타를 막아낸 일이 있었던가? 더욱이 최근에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극우 세력이 권력을 잡거나 집권을 넘볼 정도로 세졌다는 세상이다. 그런 세계적인 극우 득세의 시대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일이지 않은가. 극우 지도자가 혐오 세력과 손잡고 일으킨 내란이었는데, 시민들은 평화적인 저항으로, 민주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내란의 강을 넘은 것이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지난 5월17일, 18일 광주를 다녀왔다.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

    2025.06.09 20:41

  • [박래군의 인권과 삶]미래에도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게 하려면
    미래에도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게 하려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10일까지 세 차례의 쿠데타가 있었다. 지난해 12월3일 밤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로 내란이 시작된 것이 첫 번째 쿠데타였다. 두 번째 쿠데타는 조희대 대법관이 저지른 사법 쿠데타였다. 세 번째는 국민의힘에서 경선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교체하기 위한 막장 드라마였다. 세 번의 쿠데타는 모두 실패했다.새로운 미래 가리킨 ‘빛의 혁명’세 번의 쿠데타가 성공하지 못하게 한 것은 과거부터 축적되어온 민주주의의 힘이었다.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거의 계엄령과 내란에 저항했던 민주화운동을 떠올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죽어갔던 이들처럼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비폭력, 평화의 방법으로 폭력의 반대편에 섰다.이 과정에서 입만 열었다 ...

    2025.05.12 20:18

  • [박래군의 인권과 삶]28세 청년 활동가 P에게
    28세 청년 활동가 P에게

    P야, 내란의 밤부터 지난 파면 결정까지 이어진 광장에서 스태프가 되어 뛰어다니는 너를 보았다. 폭설이 내리고, 살을 에는 북풍이 몰아치는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밤을 지새우는 너를 SNS를 통해 보았다. 그 밤을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그때 밤을 같이 지새우지 못한 미안함보다 더 큰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쓴다.28세의 청년 활동가인 너는 내게 물었다. 열일곱살에는 세월호 참사, 스물두살에는 이태원 참사를 겪은 1997년생인 너. “우리 97년생은 저주받았어요. 세상은 바뀔까요?”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겠니? 인권운동 오래 한 것밖에 내세울 게 없는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바뀌겠지, 아마 변할 거야.”이번엔 탄핵에 안주하지 말자P야, 너에게는 세월호도, 이태원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많이 울었고, 사건 해결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 동료들과 대화의 장도 만들고, 추모 행사에도 친구들을 모아서 ...

    2025.04.14 21:23

  • [박래군의 인권과 삶]윤석열 파면 뒤에 ‘계몽시민’이 해야 할 일
    윤석열 파면 뒤에 ‘계몽시민’이 해야 할 일

    “저는 계몽되었습니다.”윤석열 변호를 맡아서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한 김계리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서 한 말이다. 그 뒤에 시민들은 유행처럼 이 말을 패러디했다.그런데, 계몽이라니? 김계리 변호사는 역사에 등장한 ‘계몽주의’ 다음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을까? 계몽주의 시기에 계몽된 시민들은 시민혁명의 주체가 되어 중세와는 다른 근대를 열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부정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계몽이었다. 한마디로 왕과 귀족이나 평민들이 모두 평등하다는 급진적 사고로 계몽하는 일이었다. 결국 김계리 변호사는 단어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는 반동을 말할 뿐이다.그들의 세계는 계몽이 아니라 반동극우 집회에서 횡행하는 언어의 오염은 ‘계몽’만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가 외치는 ‘국민저항권’도 마찬가지다. 저항권은 인권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저항권을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2025.03.17 20:38

  • [박래군의 인권과 삶]‘겨울 공화국’에서 ‘수거’되지 않기 위하여
    ‘겨울 공화국’에서 ‘수거’되지 않기 위하여

    나는 불안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12·3 비상계엄의 날 이후 아내는 24시간 TV를 켜놓는다. 잠잘 때는 TV를 끄라고 해도 “뭔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불안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안한 마음은 줄어들지 않는다.난데없는 12·3 비상계엄 이후 77일째다. 그날 밤 여의도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달려왔고, 응원봉을 들고나온 2030세대가 여의도의 밤을 신나는 축제판으로 만들었다. 영하로 떨어진 남태령의 밤은 또 어떤가. 농민들의 트랙터가 공권력에 막히자 양곡법도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응원봉을 들고 달려가 영하의 밤을 새웠다. 뿐만 아니라 3~4시간이나 줄을 서서 발언을 이어갔다. 성소수자들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면서 차별 없는 세상, 평등세상에 대한 염원을 말했다. 한남동에서도 은박을 입은 ‘키세스단’이 탄생했다. 거기에 ‘선결제’가 나타났고 푸드트럭이 오고 급기야 난방버스가 왔다. 이런...

    2025.02.17 21:36

  • [박래군의 인권과 삶]윤석열씨, 그만 감옥 갑시다
    윤석열씨, 그만 감옥 갑시다

    38년 전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다 죽었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그건 38년 전처럼 누군가 고문을 당하다 죽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을 거다. 사찰과 도청, 검열과 강제납치와 고문이 일상이 될 것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간첩으로 조작되고, 의문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아니 지금쯤 전쟁이 났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씨는 아직도 경호를 받으면서 관저에 숨어 있다.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다고 하니 거기를 거점으로 권토중래할 날을 기다리는 것일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탄핵 인용이 아니라 기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지지 세력을 모아서 내전이라도 벌일 기세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윤석열씨 당신은 이미 내란범이고, 외환범이다. 지금처럼 관저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죄만 더 커진다....

    2025.01.13 21:19

  • [박래군의 인권과 삶]추억의 내란, 현실의 내란
    추억의 내란, 현실의 내란

    1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1년 같은 하루’의 나날들이다. 느닷없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2시간 만에 국회는 계엄 해제를 결의했다. 아찔한 장면들이 여럿 있었고, 긴박한 시간이 이어졌다. 밤 12시경 국회 앞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그 밤중에도 여의도 국회로 달려오고 있었다. 시민들은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섰고, 출동한 계엄군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6시간 만에 윤석열은 계엄 해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12월7일,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1분50초. 누구는 라면 물 끓는 시간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담화에서 그는 “절박한 심정”을 강조했다. 무엇을 사과할지 모르면서 사과하라니 사과했다던 기자회견과 같았다. 비상계엄이 엄청난 일임에도 국민들에게 겨우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이 죄송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나는 계엄군이 선관위에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가장 황당했다. 이것은 극우 유튜버들이 지난 4월...

    2024.12.09 20:37

  • [박래군의 인권과 삶]윤 정권 퇴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윤 정권 퇴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지난 11월9일 세종로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총궐기대회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집회를 연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대학교수들도 연이어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온라인에서 국민투표(https://outvote.kr/)를 진행 중인데, 11일 현재까지 2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미 10%대로 떨어졌다. TK 지역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확연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에 열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울 마지막 기회였지만, 형식적인 사과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자초했다. 누구도 그가 남은 2년6개월의 임기...

    2024.11.11 20:06

  • [박래군의 인권과 삶] 그때는 애국이고, 지금은 수치인가?
    그때는 애국이고, 지금은 수치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에 대해서, 국가범죄에 대해서 성찰하라고, 그때 그곳에 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을 가지라고, 그래야 인간존엄성을 향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그렇게 읽었다.그래서인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고 나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철야농성을 벌이는 동두천 소요산 입구가 먼저 생각이 났다.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 중에는 국가가 나서서 미성년 여성들까지 달러 돈벌이에 내몰았던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군 위안부’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한국군 위안부’도 있었고, ‘유엔 위안부’도 있었고, 지금도 ‘미군 위안부’가 있다.한국전쟁 뒤에 한반도 남쪽 곳곳에 미군기지가 생겼고, 미군기지 주변에는 기지촌이 형성되었다. ‘양공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여성들을 정부는 공식문서에서 ‘미군 위안부’로 명명했다. 그 여성들을 보호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

    2024.10.14 17:39

  • [박래군의 인권과 삶]송두환, 조희연의 이임사를 보면서
    송두환, 조희연의 이임사를 보면서

    요즘은 인권 수난 시대다.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덮고 가자는 대통령과 정부의 관료들이 맨 앞에서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인권을 경멸하는 인사를 거침없이 진행한다. 입법·사법·행정부 등 국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차별을 시정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창조론 신봉자’를 세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공산혁명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대로 그의 인식에는 ‘정교 분리’도 안 되어 있다. 인권 관련 단체나 인사들만이 아니라 보수언론조차 임명을 철회하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비판과 조언을 들을 리 없다. 지난 9월6일 오전에 들끓는 여론에도 대통령은 안창호씨를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에 따라 그날 오후에 송두환 위원장의 이임식이 급하게 진행되었다. 이임식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전현직 위원들(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은 불참)과 직...

    2024.09.09 20:26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