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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사건의 집행정지 결정을 읽는 법
단체 의사결정엔 최소 3인 필요‘2인 방통위’ 체제에서 의결한 방문진 이사 6명 임명 효력 정지 법원, 입법목적·법 기본원리 중시 법전에 안 갇히고 고약한 현실 교정지난 8월16일 법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른바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의결된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 6인 임명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쟁점은 방통위의 이런 의결이 적법한지 여부였다. 방통위법 제13조(회의) 제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재적위원이 2인이므로 2인의 찬성으로 한 의결은 적법하다는 것이 사건 피신청인인 방통위의 주장이다. 그런데 방통위법 제4조(위원회의 구성 등) 제1항은 “위원회는 위원회의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고, 제2항은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고 되어 있... -
어렵게 얻은 판결, 어렵게 세운 판례
성소수자 인권 인식의 변화동성부부 피부양 자격 인정어렵게 나온 이 판례가사회적 약자 보호 이끄는부동의 이정표로 남길 바라소송 사건엔 사건마다의 운명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시절인연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한할 때도 있다. 지난 7월1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성소수자가 자기의 권리구제를 위해 무척이나 힘들여 얻은 것이지만, 내 보기에 이 동성부부는 운이 아주 좋았다.1963년 제정될 당시의 구 의료보험법은 부양가족 중 하나인 ‘배우자’의 개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1976년 법이 개정되면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규정은 삭제되었고, 현행의 국민건강보험법에도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격관리업무지침’을 마련하여 실제의 운영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해 왔다. 공단이 피부양자를 인정하는 범위와 요건은 여러 차례에 걸쳐... -
디올백 유감
선물·기록물에 돌려주라 지시도비서실장·행정관 말이 서로 달라 일관성 하나 없는 대통령실 해명 더뎠던 김건희 명품백 검찰 수사이원석 총장 ‘패싱’까지 저질러변호사가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피해자의 증언을 공격하여 그가 부분 부분 말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진술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못하면 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 무죄의 심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바뀐다고 해도 피고인의 진술 자체가 오락가락하면 유죄의 심증이 커진다. 이 경우 변호사는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라 진을 뺀다. 정치 영역에서의 말 바꾸기에도 이런 이치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문제에 대한 최초의 공식 입장은 지난 1월19일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를 ‘선물’로 칭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규정에 따라 관리 보관되는 만큼 문제될 이유도 없고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 -
공직자의 선서·진술거부권을 다시 생각한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선 이종섭·신범철·임성근 선서 거부 공직자의 정체성까지 비켜가 사회의 진보, 공론화해 문제 해결 진술거부권, 공직자엔 제한 둬야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져나올 무렵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 이거 모두 막아내. 수정헌법 제5조 권리를 행사하라고 해.” 수정헌법 제5조 중 관계된 부분은 “누구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형사사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것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며 진술거부권을 인정한다. 특별검사의 요구로 법원에 제출된 백악관의 녹음테이프에서 이 발언이 드러나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헌법상 권리의 행사를 제시한 처사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필 닉슨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 -
수사방해죄 신설에 반대한다
수사를 당해본 사람들은 알아수사기관이 허위 아닌 진술을 허위라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사법시스템 농락 악인 많은 세상벌주는 법은 적을수록 좋아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증거인멸 등 행위가 사법방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공권력 행사 방해행위를 보고 일부 언론에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자는 사설과 칼럼이 나온 점이다. 사법방해가 이슈로 등장한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일례로 2023년 9월21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 국회 연설 때 이 대표의 ‘사법방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채 상병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하거나 기록을 회수한 것이 경찰 수사에 대한 방해라는 주장도 나와 있다.사법방해죄는 본래 미국법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광의로는 ‘폭력 행위, 부정 행위, 증거인멸 행위, 속임수 등으로 정... -
법조인의 정치 참여
직무상 권한을 개인의 힘으로 착각판검사 우월감·독선 빠지기 쉽고자기 잘못을 인정·사과하지 않아새 국회, 법조인 당선인만 61명타협·조정 필요…편협함 버려야법률신문은 4월15일자에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당선인이 61명으로 역대 최다이며 “20명 이상의 법조인 출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포진하게 되면서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들에 갖는 기대는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기이한 행동양식에 국민들이 표로써 보여준 반응을 보라. 법조인들의 정계 진출이나 정치활동 방식을 꼭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우리의 법학 교육 과정과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준비 과정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이미 정해져 있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집착적 사고와 오답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게 되어 있다. 법학에서의 정답은 대립하는 정책적 고려사항 중 어느 하나에 우위를 준 것뿐이며 수학적 정밀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 -
공직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검증
후보자 검증 목적 ‘공직적격’ 판단 그 가족 범위도 배우자·직계존비속 박은정 전 검사, 남편 재산 논란에“160건 수임…160억원 벌었어야” 전관예우 당연시한 부적절한 발언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후보 재산내역(2023년 말 기준)과, 그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023년 2월 검찰에서 퇴직 시 신고한 재산내역을 비교해보면 이들 부부의 재산이 그간 41억원 정도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10개월 동안 그만한 액수로 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이 변호사가 개업 후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 기여했으리라는 점이고, 이를 보도한 의도는 그러한 수익행위가 배우자인 박 후보자의 공직적격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유가 된다는 점을 보이려는 데 있는 듯하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후보자 본인의 사생활 외에 그 가족의 사생활이나 기타 공적, 사회적 영역... -
선거운동과 후보자비방죄
시민의 정치 표현이 실효적 힘 가질 선거현장서마저 후보자비방죄의재갈을 물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이 죄는 폐지돼야 마땅하겠지만총선에서라도 공평하게 적용해야선거운동 관련 사건에 관여해본 법률가들은 가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후보자는 대문만 나서면 선거법 위반.” 우리나라 선거법제의 문제 중 하나는 선거운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돈은 묶고 말은 푸는’ 선거운동을 지향한다면서도,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수차례에 걸쳐 공직선거법 중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규정에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공직선거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과 관련해서 큰 걸림돌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다. 공표하는 사람이 무엇인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을 경우 사후적 판단으로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보아 처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면, 허위사실공표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꼭 부당하다고 할 ... -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 읽기
법원은 사법부 독립 약화시켰다고검찰 비난하기 앞서 반성부터 해야 섣부른 ‘농단 실체는 없다’ 결론 땐법원은 신뢰 되찾는 길서 멀어져 사법농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보르헤스는 “인간의 역사는 오해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사실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르다. 법은 정합성의 명제이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무죄 판결은 세계관의 차이마저 보여준다. 사법농단 사건의 판결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 2847쪽에 이르는 분량의 판결에서 인정된 수많은 사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예를 들어보자. 공소사실 중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처분 사건 관련 직권남용’이 있다. 무지하게 긴 법원의 인정사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이렇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고처분을 받자 전교조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2014년 서울고등법원이 효력정지결정을 내리고 노동부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당시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서는 헌... -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 보도
연예인은 자기가 창출한 이미지에 꼭 맞추어 살아가야 하며 그에 어긋나면 위선이란 전제 아래 사생활 비밀을 대중에 공개하는 건악한 언론권력의 횡포다지난해 11월 배우 고 이선균이 수사를 받은 사건에 관한 KBS 텔레비전 보도 중 그가 어느 유흥업소 여성과 나눈 대화의 녹음이 방송됐다. 그런데 그중 첫 부분 대화는 낯뜨거운 내용이라서 듣기에 불편했다. 그걸 내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생활에 관한 헌법 조항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연예인도 국민이니까 이 조항대로라면 당연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사를 내거나 방송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렇게 공개를 허용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 ‘알 권리’다. 그럼 연예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알 수 있는 것인가. 연예인에 관한 사건은 아니지만, 2006년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의 비밀 침해가 위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