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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 언어, 선동가 언어
윤 대통령의 자기 방어를 위한갖가지 허언·궤변·억지 주장들법률가 언어로 보고 싶지 않아잘못된 법적 메시지는 배임행위권력관계에서 피지배자의 무기는 언어다. 강자는 주먹으로 치고 약자는 말로 맞선다. 그런데 그 말마저도 ‘입틀막’을 당하던 세상에서, 권력의 우두머리가 한번 된통 넘어지자 요즘의 ‘내전’에서는 희한하게도 권력이 언어를 무기로 삼고 있다. 헌재의 법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이 나오다니, 기이하지 않은가. 쓴웃음이 절로 난다.법률가들은 이미 법학을 배울 때부터 갑설과 을설, 긍정설과 부정설, 적극설과 소극설의 대립을 보며 논쟁의 능력을 키운다. 법적 판단에 이르는 논리 구성과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고려사항의 우위, 다른 말로는 이해관계의 교직(交織)과 대립 구조에서 자기 쪽 이익이 우선함을 밝혀 제시하는 논법은 법률가에게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그런 논리의 전개도 교실 아닌 공론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편적 타당성을 지녀야 한... -
이게 내란죄가 아니라고?
12·3 불법계엄은 친위쿠데타그 수괴와 패거리를 옹호하려는정치적·법적 해석들, 다 틀렸다법치를 부수는 최악의 폭력 ‘내란’모두 아는데 왜 저들만 모르나저들도 급하긴 급한가 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등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대통령이 이미 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왜 또 정권을 찬탈하겠느냐, 그러니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아니다. 언론은 12·3 불법계엄 등 행위를 ‘친위쿠데타’라고 부른다. 친위쿠데타란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을 더 많이 가지려고 일으키는 쿠데타를 말한다. 쿠데타는 군대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정치체제를 변동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이다. 실패한 계엄이 어찌 내란죄가 되느냐는 주장도 있다. 아니다. 계엄이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대국민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예고하고 하는 내란이 어디 있... -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판결 읽기
증인 김진성씨의 법정 진술이기억에 반한다는 점에 대한이 대표의 고의는 없었다고 봐위증 인정, 위증교사 불인정법리상 수긍하기 어렵지 않아변협이 매년 시행하는 변호사시험합격자 연수과정에는 증인신문기법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나는 10년 남짓 그 강의를 맡아 증언심리학을 기초로 한 증인신문의 기술과 요령을 가르쳐왔다. 강의 첫머리에서는 인간의 기억이 선택적이며 인지-저장-재현의 단계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왜곡과 착오가 일어나므로 증언은 필연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 증언은 질문의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소송법의 증거방법 중 유일하게 가변적임을 강조한다.증인신문의 준비는 지난한 작업이다. 당사자가 어렵사리 증인을 구해오면, 그에게 사건의 내용이 어떠하며 그의 증언이 어떤 맥락에서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고 그가 알고 있는 게 뭔지 확인하여 신문사항(법원에 미리 써내야 한다)을 확정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정에서의 신문이 지리... -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처분, 타당한가
2심 판결문 김건희 87회 거론유죄의 정황은 차고도 넘친다궁색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피의자의 이름이 김건희가아니었어도 그랬을까검찰이 지난 10월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처분 하면서 내놓은 이유의 핵심은 주가조작 행위에 김건희 여사의 자금과 계좌가 사용된 사실은 분명하나 김 여사가 작전세력과 의사연락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내용은 지독히도 복잡하지만, 검찰의 설명에 대해 언론이 들고 있는 의문점과 기왕의 언론보도 내용,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2심 판결문의 인정 사실 등에서 이 점에 관해 유의미해 보이는 사실을 지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뽑아보면 이렇다.도이치모터스는 2007년 12월경 10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김 여사는 권오수 회장의 지인으로서 이때 4000주를 배정받았다. 권 회장은 당시 김 여사 등 출자자들에게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에 이자를 가산해 반환해 주기로 약속했다(판결문 26면). 김 여사는 ... -
방통위 사건의 집행정지 결정을 읽는 법
단체 의사결정엔 최소 3인 필요‘2인 방통위’ 체제에서 의결한 방문진 이사 6명 임명 효력 정지 법원, 입법목적·법 기본원리 중시 법전에 안 갇히고 고약한 현실 교정지난 8월16일 법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른바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의결된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 6인 임명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쟁점은 방통위의 이런 의결이 적법한지 여부였다. 방통위법 제13조(회의) 제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재적위원이 2인이므로 2인의 찬성으로 한 의결은 적법하다는 것이 사건 피신청인인 방통위의 주장이다. 그런데 방통위법 제4조(위원회의 구성 등) 제1항은 “위원회는 위원회의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고, 제2항은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고 되어 있... -
어렵게 얻은 판결, 어렵게 세운 판례
성소수자 인권 인식의 변화동성부부 피부양 자격 인정어렵게 나온 이 판례가사회적 약자 보호 이끄는부동의 이정표로 남길 바라소송 사건엔 사건마다의 운명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시절인연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한할 때도 있다. 지난 7월1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성소수자가 자기의 권리구제를 위해 무척이나 힘들여 얻은 것이지만, 내 보기에 이 동성부부는 운이 아주 좋았다.1963년 제정될 당시의 구 의료보험법은 부양가족 중 하나인 ‘배우자’의 개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1976년 법이 개정되면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규정은 삭제되었고, 현행의 국민건강보험법에도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격관리업무지침’을 마련하여 실제의 운영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해 왔다. 공단이 피부양자를 인정하는 범위와 요건은 여러 차례에 걸쳐... -
디올백 유감
선물·기록물에 돌려주라 지시도비서실장·행정관 말이 서로 달라 일관성 하나 없는 대통령실 해명 더뎠던 김건희 명품백 검찰 수사이원석 총장 ‘패싱’까지 저질러변호사가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피해자의 증언을 공격하여 그가 부분 부분 말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진술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못하면 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 무죄의 심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바뀐다고 해도 피고인의 진술 자체가 오락가락하면 유죄의 심증이 커진다. 이 경우 변호사는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라 진을 뺀다. 정치 영역에서의 말 바꾸기에도 이런 이치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문제에 대한 최초의 공식 입장은 지난 1월19일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를 ‘선물’로 칭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모든 선물은 규정에 따라 관리 보관되는 만큼 문제될 이유도 없고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 -
공직자의 선서·진술거부권을 다시 생각한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선 이종섭·신범철·임성근 선서 거부 공직자의 정체성까지 비켜가 사회의 진보, 공론화해 문제 해결 진술거부권, 공직자엔 제한 둬야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져나올 무렵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 이거 모두 막아내. 수정헌법 제5조 권리를 행사하라고 해.” 수정헌법 제5조 중 관계된 부분은 “누구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형사사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것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며 진술거부권을 인정한다. 특별검사의 요구로 법원에 제출된 백악관의 녹음테이프에서 이 발언이 드러나자,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헌법상 권리의 행사를 제시한 처사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필 닉슨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 -
수사방해죄 신설에 반대한다
수사를 당해본 사람들은 알아수사기관이 허위 아닌 진술을 허위라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사법시스템 농락 악인 많은 세상벌주는 법은 적을수록 좋아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증거인멸 등 행위가 사법방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공권력 행사 방해행위를 보고 일부 언론에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자는 사설과 칼럼이 나온 점이다. 사법방해가 이슈로 등장한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일례로 2023년 9월21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 국회 연설 때 이 대표의 ‘사법방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채 상병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하거나 기록을 회수한 것이 경찰 수사에 대한 방해라는 주장도 나와 있다.사법방해죄는 본래 미국법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광의로는 ‘폭력 행위, 부정 행위, 증거인멸 행위, 속임수 등으로 정... -
법조인의 정치 참여
직무상 권한을 개인의 힘으로 착각판검사 우월감·독선 빠지기 쉽고자기 잘못을 인정·사과하지 않아새 국회, 법조인 당선인만 61명타협·조정 필요…편협함 버려야법률신문은 4월15일자에 이번 총선에서 법조인 당선인이 61명으로 역대 최다이며 “20명 이상의 법조인 출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포진하게 되면서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들에 갖는 기대는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기이한 행동양식에 국민들이 표로써 보여준 반응을 보라. 법조인들의 정계 진출이나 정치활동 방식을 꼭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우리의 법학 교육 과정과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준비 과정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이미 정해져 있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집착적 사고와 오답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게 되어 있다. 법학에서의 정답은 대립하는 정책적 고려사항 중 어느 하나에 우위를 준 것뿐이며 수학적 정밀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