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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상법 개정과 배임죄
    상법 개정과 배임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시공회사와 협의한 끝에 추가공사를 하기로 해 도급금액을 올려주었는데,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법정에서 변론을 다 들은 재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피고인, 우리나라에는 ‘과실에 의한 배임죄’라는 게 있습니다. 아시는지요?” 물론 우리 형법상 과실배임죄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로 인식하고 일을 처리했다가 결과가 나쁠 경우 자칫 잘못되면 배임죄로 처벌되는 예는 종종 있다. 다행히 그 조합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소된 행위가 과연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가는 사건은 적지 않다. 배임죄에서 다른 유형의 범죄보다 무죄율이 높은 것은 이런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억울해하는 것 중 하나는 본인 생각으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느 날 갑자기 배임 행위로 문죄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 대기업의 회장은 업무상배임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한 뒤 배...

    12시간 전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대법관 증원, 어떻게 봐야 하나
    대법관 증원, 어떻게 봐야 하나

    여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 대법원이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이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재 대법원이 상고심으로서 가지는 문제로는 우선 사건 적체가 있다.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은 대법원 외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 상고허가제 채택, 대법관 증원 등이다. 그중 상고법원 설치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다 사법농단 사건이라는 불상사를 일으켜 때가 묻어 있고, 상고허가제는 과거 비슷한 제도를 운용했다가 불만의 대상이 되어 폐지된 전력이 있어 채택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보아 일이 넘치면 일을 처리할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대법관 증원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건 적체의 해소다. 증원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을 터다. 그다음으로는 증원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대립하는 수많은 이해관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장인 법정에서...

    2025.06.15 19:54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 판결대법관들 상호 설득의 시간 없어이재명에게만 차별적으로 ‘신속’상식적으로 의심 살 일은 피해야과거 판사 노릇 하던 시절, 내가 속해 있던 재판부의 부장판사가 인사발령을 앞두고도 여러 사건에서 당사자가 원하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일이 있었다. 의아해서 물었다. 인사발령이 나면 바로 변론을 재개해야 할 텐데 왜 그리하시는가 하고. 대답은 이랬다. “판사는 늘 ‘똑같이’ 하는 법이다.” 어떤 판사는 판결을 내릴 피고인에게서 돈을 받아먹었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분개하고 있을 때 선배 판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럴 때 너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평소의 기준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 똑같이 하라.” 부장판사 한 분은 내가 사건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이렇게 가르쳤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원칙대로 하라. 재판에서 묘수는 악수다.”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죄 피고사건에서 유례없이 빠른 파기환송 판결이 나...

    2025.05.18 19:49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이재명 당선 때 재판 중단 여부 밝혀라?
    이재명 당선 때 재판 중단 여부 밝혀라?

    지난 8일자 한국일보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땐 재판 중단?… 헌법 84조 해석 묻자, 대법·헌재 변죽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돼야 하나, 아니면 계속해도 되나라는 문제를 두고 한국일보가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더니, 대법원은 이를 “어물쩍” 넘겼고 헌재는 “사실상 발을 뺐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사법기관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율사 출신 한 의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사법기관이 조기 대선에 앞서 소추의 명확한 의미와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중단되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썼다.아닌 게 아니라 대법원은 왜 어떤 법률적 문제가 생길 경우 꼭 이에 관한 소송이 없더라도 친절하게 법령의 일반적 해석론을 펴고 나아가 그 문제의 해결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당장의 불확정성을 제거해 주고 또 당사자나 ...

    2025.04.20 20:14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우리 공화국의 안녕
    우리 공화국의 안녕

    헌법의 국가 운영원리는 ‘공화정’협상과 타협 통한 다원주의 추구권력 독점 안 돼…함께 잘 살아야공동체의 화합 이루는 정치 절실공화정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놀랍게도 로마는 제정을 시작하기 전 450여년간 공화정을 운영했다. 로마가 당시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데에는 공화정이란 정체가 기여한 바 컸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 임시헌장 제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으로 함”이라고 규정하여 민주공화정을 정체로 삼았다. 무능하고 부패한 왕정 아래 사람들은 지겹고 고통스러웠을 게다. 왕정이 망한 지 10년도 안 되어, 구시대의 유물을 내던지고 공화국의 탄생을 염원하는 새로운 목소리의 정치 문서가 이 땅의 역사에 등장한 것이었다.제헌헌법 이래 늘 민주공화국임을 표방하였으니 이 나라의 기본적인 운영원리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다. 공화주의는 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권을 가지면서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치원리다. 민주정이면 됐지 왜 공화정일까. 민주정이 ...

    2025.03.23 20:42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군인은 부당한 명령이라도 복종해야 하나
    군인은 부당한 명령이라도 복종해야 하나

    전시나 이에 준하는 상황 아닌 데다민주 질서에 반하는 명령엔 항명해야비상계엄 사태 중간간부급 군인들복종 의무 앞세워도 ‘면죄’ 안 돼12·3 불법계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국회의사당에 들어간 장병들이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소극적 행위 내지 자제로 대처한 것이었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은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제25조에서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57조 역시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만약 직무상 명령이라도 그것이 부당할 때라면 어쩔 것인가.대법원은 1999년 안기부 직원의 정치 관여에 관한 사건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즈음하여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을 받았을 때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

    2025.02.23 21:04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법률가 언어, 선동가 언어
    법률가 언어, 선동가 언어

    윤 대통령의 자기 방어를 위한갖가지 허언·궤변·억지 주장들법률가 언어로 보고 싶지 않아잘못된 법적 메시지는 배임행위권력관계에서 피지배자의 무기는 언어다. 강자는 주먹으로 치고 약자는 말로 맞선다. 그런데 그 말마저도 ‘입틀막’을 당하던 세상에서, 권력의 우두머리가 한번 된통 넘어지자 요즘의 ‘내전’에서는 희한하게도 권력이 언어를 무기로 삼고 있다. 헌재의 법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이 나오다니, 기이하지 않은가. 쓴웃음이 절로 난다.법률가들은 이미 법학을 배울 때부터 갑설과 을설, 긍정설과 부정설, 적극설과 소극설의 대립을 보며 논쟁의 능력을 키운다. 법적 판단에 이르는 논리 구성과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고려사항의 우위, 다른 말로는 이해관계의 교직(交織)과 대립 구조에서 자기 쪽 이익이 우선함을 밝혀 제시하는 논법은 법률가에게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그런 논리의 전개도 교실 아닌 공론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편적 타당성을 지녀야 한...

    2025.01.26 20:33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이게 내란죄가 아니라고?
    이게 내란죄가 아니라고?

    12·3 불법계엄은 친위쿠데타그 수괴와 패거리를 옹호하려는정치적·법적 해석들, 다 틀렸다법치를 부수는 최악의 폭력 ‘내란’모두 아는데 왜 저들만 모르나저들도 급하긴 급한가 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등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대통령이 이미 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왜 또 정권을 찬탈하겠느냐, 그러니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아니다. 언론은 12·3 불법계엄 등 행위를 ‘친위쿠데타’라고 부른다. 친위쿠데타란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을 더 많이 가지려고 일으키는 쿠데타를 말한다. 쿠데타는 군대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정치체제를 변동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이다. 실패한 계엄이 어찌 내란죄가 되느냐는 주장도 있다. 아니다. 계엄이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대국민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예고하고 하는 내란이 어디 있...

    2024.12.29 21:11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판결 읽기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판결 읽기

    증인 김진성씨의 법정 진술이기억에 반한다는 점에 대한이 대표의 고의는 없었다고 봐위증 인정, 위증교사 불인정법리상 수긍하기 어렵지 않아변협이 매년 시행하는 변호사시험합격자 연수과정에는 증인신문기법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나는 10년 남짓 그 강의를 맡아 증언심리학을 기초로 한 증인신문의 기술과 요령을 가르쳐왔다. 강의 첫머리에서는 인간의 기억이 선택적이며 인지-저장-재현의 단계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왜곡과 착오가 일어나므로 증언은 필연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 증언은 질문의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소송법의 증거방법 중 유일하게 가변적임을 강조한다.증인신문의 준비는 지난한 작업이다. 당사자가 어렵사리 증인을 구해오면, 그에게 사건의 내용이 어떠하며 그의 증언이 어떤 맥락에서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고 그가 알고 있는 게 뭔지 확인하여 신문사항(법원에 미리 써내야 한다)을 확정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정에서의 신문이 지리...

    2024.12.01 20:37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처분, 타당한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처분, 타당한가

    2심 판결문 김건희 87회 거론유죄의 정황은 차고도 넘친다궁색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피의자의 이름이 김건희가아니었어도 그랬을까검찰이 지난 10월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처분 하면서 내놓은 이유의 핵심은 주가조작 행위에 김건희 여사의 자금과 계좌가 사용된 사실은 분명하나 김 여사가 작전세력과 의사연락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내용은 지독히도 복잡하지만, 검찰의 설명에 대해 언론이 들고 있는 의문점과 기왕의 언론보도 내용,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2심 판결문의 인정 사실 등에서 이 점에 관해 유의미해 보이는 사실을 지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뽑아보면 이렇다.도이치모터스는 2007년 12월경 10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김 여사는 권오수 회장의 지인으로서 이때 4000주를 배정받았다. 권 회장은 당시 김 여사 등 출자자들에게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에 이자를 가산해 반환해 주기로 약속했다(판결문 26면). 김 여사는 ...

    2024.11.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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